놀토가 아니었지만 더 미뤘다가 찜해둔 책이 남에게 팔릴까 두려웠다.
12시 땡 퇴근한 뒤 마로랑 서울로 날라야지 생각했는데, 느지막히 출근하신 이사님이 밥을 먹잔다.
아직 연봉협상이 끝나지 않은터라 일단 잘 보일 필요가 있어 차마 거절 못 했다.
밥 먹은 죄로 결국 2시까지 잔업을 하고 말았다.
발 동동 구를 일이지만 그나마 좋은 소식이 있어, 참을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은 확정되면 알려드릴게요. 히히)

옆지기는 집회준비로 미리 외출했고, 마로와 둘이 서울행에 나섰다.
몇 년 만에 신림동에 오는 걸까.
단골 호프집도, 주점도 모두 사라졌지만 건재한 <그날이 오면>이 무척 반가왔다.
나에게 책을 건네주신 분이 연랑님일까?
약간 어색해 하는 듯한 표정이 연랑님 같긴 한데, 혹시 아닐까봐 아는 척 못 했지만 역시 반가웠고,
무엇보다 도요새님의 리뷰를 본 뒤 품절된 책 리뷰를 올리신 걸 속으로 원망해 했는데,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스페인내전 연구>가 제일 반가웠다. 히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치로,
헌책방 역시 모처럼의 나들이 필수 코스.
여기서도 횡재를 했다.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사람 손을 전혀 안 탄 새 책이나, 모서리가 심하게 찍혀 있어 헌 책방에 나온 듯.
원래 주인이 부른 가격은 1만원이었으나,
마침 가지고 있던 현찰이 딱 9천원만 있는 관계로 본의 아니게 깎아샀다.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는 청년회 사전집회가 거의 끝나가는 6시 30분.
생각보다 서점에서 지체한 시간이 길었나 보다.
마로는 교보문고 앞으로 나오다 전경을 보고 제대로 울지도 못할 정도로 하얗게 겁에 질렸다.
지난해 대추리 집회와 농민대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하긴 눈앞에서 이모, 삼촌들이 피투성이로 맞는 양을 봤으니. 쩝.
아이도 달랠 겸, 저녁을 먹이고 나니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딸아이 조끼는 미리 준비해가 덧입힐 수 있었고,
푹신한 방석도 들고가 주변의 걱정과 달리 나름 편한 시간이었다.



마로가 제일 좋아했던 건 볍씨를 나눠받던 순간.
엄청난 카메라 세례를 받았는데 다행히 뉴스를 탄 것 같진 않다. ^^;;
마로는 처음 보는 볍씨를 무척 신기해했고, 신나서 '가자 대추리로'를 연신 외쳤다.
미안하다, 마로, 대추리 상황이 워낙 안 좋구나. 내일은 아빠만 갈 거야.

* 지금 현재 우리 일행 중엔 대추리 안에 들어간 사람은 없고, 밖에서 집회를 한단다. 모두 무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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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4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싸이런스 2006-05-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네요. 조선인님 홀몸도 아니신데... 마로야. 고생이 많구나!

조선인 2006-05-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이를 동반한 가족 참가단은 가장 안전한 자리에 있게 마련이에요. 문제는 가장 안전한 자리에 구급반이 위치한다는 거죠. 그래서 마로가 다 보고 말았죠. 저로서도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에, 또,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마로는 집회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잠들고(이모, 삼촌 중 굶은 사람이 많아 다늦은 저녁을 먹음.), 저도 집에 오자마자 뻗었어요. 하지만 오늘 아침 가방에서 2권의 책과 유인물을 꺼내는데, 무척 뿌듯하더군요.
싸이런스님, 워낙 주변에서 챙겨줘서 크게 힘 안 들었어요. 마로도 전경보고 놀라 울었던 거 빼면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를 무척 즐거워했어요.

paviana 2006-05-1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난 아줌마,아저씨들 때문에 마로가 힘들었구나...

urblue 2006-05-1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늦게야 갔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더군요.
옆에서 조그만 여자애가 까르르 웃으며 뛰놀길래 혹시 마로 아닌가 유심히 봤더랍니다. ^^

2006-05-1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5-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여의도에 모여있는 못난이들 말씀하시는 거죠? *^^*
유아블루님, 생각보다 아이 동반한 집이 많더라구요. 제 주변은 거의 놀이방 수준이었습니다. ㅋㅋ
속닥이신 분, 수원 살아요. 물론 할에 갔었구요. ^^

토토랑 2006-05-1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래도 날씨 추우신데 괜찮으셨어요?

조선인 2006-05-1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전 임신하면 열 나는 체질이에요. 오히려 시원해서 좋았고, 막판에 잠깐 쌀쌀하다 싶어 후배 잠바를 뺏어입었어요. 히히

반딧불,, 2006-05-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스스로가 부끄럽습니다..;;
그리고,책 정말 횡재하셨군요.

조선인 2006-05-15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반딧불님.

ceylontea 2006-05-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저도 토요일 6시에서 7시 사이 교보문고에서 있었답니다... --;
그렇지 않아도 남편에게 저기에 조선인님네가 있을지도 몰라 했었는데.. 정말 계셨군요..

조선인 2006-05-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그날 좌판대도 들리셨어요? 세일품목이 많아서 큰 가방 안 들고 나온 걸 어찌나 후회했는지. ㅎㅎ

ceylontea 2006-05-1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그냥 책만 읽고 저녁 먹고 집으로~~ ^^

2006-05-15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5-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하긴 또 지르면 안 된다고 저도 참았어요.
속닥이신 분.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