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9시경 또 폭죽놀이가 있었다.
낮잠을 안 잔 마로는 잘 채비를 하고 누워 있다가 놀랐는지 불꽃놀이 구경도 마다하며 질색을 했다.
심지어 무서워하는 기색까지 역력하여 달래기 위해 오랜만에 까만 크레파스를 꺼내 읽어주고 잠들었는데...

참고 : 색깔이 안 이쁘다고 왕따당하던 까만 크레파스. 하지만 온갖 색이 뒤죽박죽되어 그림을 알아볼 수 없게 되자 샤프형의 도움으로 밤하늘의 폭죽놀이를 만들어내고 친구와 사이좋게 화해한다는 내용. 색색깔로 밑색을 칠한 뒤 그 위에 까만색을 덧칠하고 샤프로 까만색을 벗겨내 밑색을 보이게 하는 미술놀이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

책 내용에 자극받은 마로.
아침 먹자마자 폭죽놀이를 재현하느라 제 몸에도 온통 까만 크레파스를 묻혀 가며 신나게 색칠을 했다.
샤프로 검은색을 샤샤샤 샥샥 벗겨내자 밑에 칠해놓은 색색깔이 드러나니 한껏 들뜬다.
그러다 내가 밤하늘의 별을 그려넣자 유심히 지켜보더니 따라 그린다고 용을 쓴다.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고 어찌 하나 두고 보기만 했더니 계속 실패만 한다.
이쯤 되면 내가 안 그려준다고 짜증낼만 한데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은가 혼자서 연습을 거듭하더니...

"엄마, 이제 배우기 시작했어!"
스스로 하나 성공한 뒤 자랑스럽게 스케치북을 내보이며 던지는 말.
잘 하는지 보라며 몇 번 더 그려보이는데, 1번 성공, 2번 실패.
다시 혼자 연습에 매진한 뒤, 이제는 5번 성공, 1번 실패.
마침내 실수 없이 새 종이 한 장 가득 별을 채우는데 성공한 딸은 자신의 성과에 대단히 만족하여
불꽃놀이와 별 작품을 스케치북에서 뜯어내 가장자리까지 가위질해서 다듬고 스크랩북에 넣고 있는 중.

짜아식, '공부'가 뭔지 조금 아는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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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3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로는 정말 장래가 기대되요^^

mannerist 2006-04-3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마로!! 세상 만사 모두 개노가다반복과 연습이란다 ^_^o-

하늘바람 2006-04-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의 작품 모두 모아서 책을 내주셔요

조선인 2006-05-01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고맙습니다. 저도 조금 뿌듯했어요. 헤헤
매너님, ㅋㅋㅋ 개노가다, 틀린 말 아니죠. 강조의 표현이죠?
하늘바람님, 스크랩은 열심히 해두는데요, 책낼 수준은 한참 아닙니다. ㅋㅋ
어머, 새벽별님, 고마워요. 이, 이론. 벌써 5만이군요. 남 이벤트 하는 거 구경하다 내 이벤트를 못했네요. 철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