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회사 동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짜 쿠폰을 들고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회사 언니는 공짜 맛사지 한 번 받고 50만원 어치 화장품을 샀고,
후배는 백만원도 넘는 충동구매를 한 터였기에 나는 미리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드디어 나른한 공짜 맛사지가 끝나고 피부검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본격적인 영업 공략이 시작되었다.
평소 내가 거의 화장품을 쓰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영업사원은
각질 제거 1달 프로그램만 집중 공략하였다.
말이 1달 짜리 프로그램이지 생리 기간을 제외하기 때문에 24개의 앰플만 들어있는 화장품은
30만원도 넘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병아리 오줌만큼 들어있는 앰플 하나가 1만원도 넘는다는 게 용납이 안 되었지만,
영업사원의 화려한 말빨에 마음이 반 이상 흔들리고 있을 때!
드디어 피부검사결과가 나왔다.
극도로 민감한 피부. 각질층이 대단히 얇아 보호해주어야 하며 어쩌구 저쩌구.
영업사원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검사결과 덕분에 난 무사히 돈 한 푼 안 쓰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떤 화장품은 향이 강하지 않은데도 바르고 나면 고춧가루물이라도 문지른 양
시뻘겋게 피부가 올라오고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따갑고 아팠던 게
향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피부 탓이었나 보다.
하여 그 날 이후 화장품을 고르는 데 더욱 신중해졌다.
온라인으로 사면 싸다는 걸 알지만 꼭 화장품 코너에 가서 상담을 받았던 건
실제로 써보고 큰 자극이 없는 제품을 사야 했고 행여 반품이라도 할라치면 훨씬 편리했기 때문이고,
일단 한 제품이 쓸 만하다 싶으면 몇 년이고 그 제품만 온라인으로 사댔다.
그러다 내가 4년 이상 써왔던 아이오페의 모 스킨 로션 셋트가
절판이 된 건지 이름이 바뀐 건지 찾을 수 없게 되자 대략 난감해졌다.
그때 나를 도와준 것이 쥴님의 조언.
샘플조차 써보지 못한 제품이지만 쥴님만 믿고 옆지기에게 부탁해 면세점에서 구매했다.
나의 소감은 대만족.
아무리 순한 제품이라도 처음 사용할 땐 화끈거리는 느낌이 조금은 있는데,
이 제품은 처음부터 쓰윽 쓰윽 발라지고 조금 있으면 싸악 흡수되는 게 참 부드럽고 순하다.
나로선 최고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피부가 건조한 사람이라면 조금 당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겨울이나 봄에는 로션만 바르면 좀 모자란 기분이 들어, 꼭 크림도 바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내 나이가 35이고, 웬만하면 스킨-로션만 바르는 습관이 문제일 수 있으니, 감안하시길.
어쨌든 좋은 제품을 소개해준 쥴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 리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