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엮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책을 골랐다.
임신 초기 우울증과 연말연시 나이 공포증이 뒤섞인 상태에서 고른 책이 이거라니.
'행복한'이 들어간 책 제목과 '유쾌한'이 들어간 부제에 속은 건 순전히 나의 잘못.
마냐님이 방출한 이유나, 로드무비님이 실망한 이유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나로서도 만족도가 높은 건 아니지만, 노엘 카워드를 만나게 해준 것만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하루에 다만 2-3장이라도 끈질기게 읽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상이 책을 가득 채운다.

1.
시간은 날카로운 감정을 서서히 무디게 만든다 라구? 소위 나이가 가져다주는 평온함이라는 것도 갑작스러운 기쁨이나 슬픔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떨어져 가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일 뿐 이라고? 내가 기대했던 건 안빈낙도였는데, 무색무취무감한 인생이라니, 끔찍할 거 같다. 제기랄.

2.
로버트 레드포드는 얼굴을 고쳐 본 적이 없단다.
1937년생이니까 69살 먹었을 때 사진이다.
숀 코넬리 만큼 섹시하진 않지만 수술한 적도 없다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
When I'm Sixty-Four

(The Beatles)

When I get older losing my hair many years from now
Will you still be sending me a valentine,
Birthday greetings, bottle of wine?
If I'd been out til quarter to three would you lock the door?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Oh, you'll be older too - Ah
And if you say the word, I could stay with you

I could be handy mending a fuse when your lights have gone
You can knit a sweater by the fireside,
Sunday mornings, go for a ride
Doing the garden, digging the weeds, who could ask for more?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Every summer we could rent a cottage in the Isle of White,
If it's not too dear
We shall skrimp and save, grandchildren at your knees,
Vera, Chuck, and Dave

Send me a postcard, drop me a line stating point of view
Indicate precisely what you mean to say,
Yours sincerely, wasting away
Give me an answer, fill in a form, mine forevermore
Will you still need me, will you still feed me, when I'm sixty-four?

(노래가 아니라 가사만 심각하게 음미해볼 것)

4.
영국의 겨울철 한파로 인한 사망자는 스칸디나비아나 시베리아보다 많고,
일본의 노인들은 욕조에 빠져 죽고,
한국의 독거노인은 죽어도 아는 이 없고?

5.
arm candy - 끔찍한 속어를 알게 됐군. -.-;;

6.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는 건 키케로뿐.
삶의 각 부분에는 모두 그 시기에 알맞은 무엇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연약함이나, 젊은이의 높은 정신, 장년기의 근엄함, 그리고 노년의 원숙한 지혜, 이 모든 것에는 그 시절이기 때문에 보장되는 자연적인 이점이 있기 마련이다.

7.
콜레트의 편지를 읽고 그 글귀가 사무쳐 추억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사모곡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8.
유명인뿐 아니라 장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고문도 꽤 많이 실려있는데,
그들의 이야기엔 모두 전쟁이 빠지지 않는다.
문명인의 삶을 살고 있던 그를 훈련시켜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쏘게 만든 권한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 일까? 아직까지 주변에서 버마에서 살아남은 병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을 수 있다는 건 어떤 좋음일까? 백 열 살이 되어도 전쟁의 기억을 잊는다는 건 자체가 절대로 불가능한 어떤 실체 라고 하는데, 지금도 지구 상에는 전쟁이 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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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1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쁘고 행복한 책 읽으셔요!!!

2006-03-1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3-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공포증이라니, 난, 나이드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던데.....항상 그랬어요. 10살 때 보단 11살 때가 더 좋았고, 20살 때 보단 21살이 39살 보단 마흔이 된 지금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나같은 사람은 드물더군요.....
조선인님, 전 작년의 조선인님 보다 올해의 한 살 더 먹은 조선인님이 더 좋아요. 마로도 더 예뻐졌구요.^^

조선인 2006-03-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 다음에 고른 책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 또 펑펑 울었다죠. 지금은 얌전하게 미술 책을 보고 있어요. ^^;;
속삭이신 분, 저도 문자 받았어요. 오후에 병원 갔다 오는 길 사무실에 들려볼까 생각중입니다. 히히
진주님, 조~기 리뷰에도 썼듯이 난 40만 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30이 넘으니 조급증이 생깁디다. 어이쿠, 이젠 40이 5년밖에 안 남았는데, 그새 내가 뭘 이룰 수 있을까 싶어 허둥대게 되더라구요. 뭐 최소한 올해는 백호를 이루겠지만요. 머쓱.

반딧불,, 2006-03-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 오해를 늘 품고 살았더랬지요.
그나저나 40되면 정말 고생끝, 행복시작이라고 예전에 점 잘 보시는 분이 그랬는데
칠년 남았군요. 지금 같아선 요원하지만^^
어쨌든 조선인 언니님^^
행복한 책 읽으시길...행복한 생각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