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오고가는 이 세계는
하늘과 땅으로 짝지어졌다네
하늘과 땅은 서로 한몸 이루어
곡식과 나무와 들풀을 키우며
생명을 이어가는 원으로 산다네
하늘과 땅의 원 속에서
한 아기가 태어나네
아기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
딸은 자라서 처녀가 되고
처녀는 훗날 어머니가 된다네
아들은 자라서 총각이 되고
총각은 훗날 아버지가 된다네
사람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지만
여자와 남자 한몸 이루어
그리움 이어받는 원으로 산다네
보시오
그리움의 胎에서 미래의 아기들이 태어나네
그들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딸과 아들로 어우러진 아기들이여
우리 아기에게
해가 되라 하게, 해로 솟을 것이네
별이 되라 하게, 별로 빛날 것이네
우리 아기에게
희망이 되라 하게, 희망으로 떠오를 것이네
그러나 우리 아기에게
폭군이 되라 하면 폭군이 되고
인형이 되라 하면 인형이 되고
절망이 되라 하면 절망이 될 것이네, 오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길이 되라 하면 길이 되고
감옥이 되라 하면 감옥이 되고
노리개가 되라 하면 노리개가 되기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들이여
그러나,
여자 남자 함께 가는 이 세상은
누구나 우주의 주인으로
태어난다네
누구나 이 땅의 주인으로
걸어갈 수 있다네-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