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사는 게 힘들었다. 내가 책임져야할 가족이 생기는 게 두려웠다. 나 하나도 버거운데 누군가의 삶에, 일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강박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전 꽃보다 누나를 보고 깨달았다. 난 언젠가내가 죽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에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때의 치기 열정 방황 갈등 그 모두가 소중하고 그 때의 내 선택중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지났음이 참 감사하다.

30대의 나를 만난 어떤 후배는 내가 더 이상 독하지 않다고 실망했고 또 다른 후배는 내가 여전하다고 거북해했다. 43의 나를 만난 오늘의 후배들은 내가 아줌마가 다 됐다고 좋아했고 나는 너도 달라졌다고 기뻐했다.

아 다행이다. 이만큼 나이를 먹어서. 사춘기 시절 내 소원중 하나가 사십대가 되는 것이었는데 오늘 난 그 소원을 어느 만큼 이뤘음을 깨달았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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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3-0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늘바람 2014-03-0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십대로 돌아가고 싶네요

조선인 2014-03-1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찌찌뽕
하늘바람님 아직 열정이 가득하신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