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날 푼수로, 잘 웃는 아이로, 장난감(?)으로 기억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대학 시절의 날 아는 몇몇 사람들에게 최근에 들은 얘기들은 달랐다.
누나(언니)는 참 무서웠어요...
넌 명랑하기 보다는 조울증이었지...
언니야 카리스마 작렬이었죠...
순둥이었던 예전에 비해 이제는 나이가 먹어 카리스마라는 것도 좀 생기고 무서워졌다고,
낙천적이던 성격이 이제는 우울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 난 원래부터 못되먹고 왕진지 왕심각모드였단 말일까?
얼마전 일도 기억난다.
오랫동안 한 동네 이웃으로, 딸아이 친구 엄마로, 아들래미 친구 엄마로
(그 집 아들 둘이 우리 딸, 아들과 동갑)
겹겹의 인연 덕분에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는 이가 나보고 낯가림이 참 심하다고 했다.
속으로 말도 안 돼 라고 여기며 넘어갔는데,
남편에게 그 얘기를 전하니 니 낯가림을 여지껏 넌 몰랐냐고 반문한다.
황당해서 친구에게 또 물어봤더니 걔도 맞장구를 치는 거다.
나 자신의 정체성이 뭐가 뭔지 모르겠는 기분이 되어 대학시절에 들었던 충고도 떠올려봤다.
한 동기 남자는 날 보고 친절하지만 기계적인 ATM기 같은 느낌이라고 했었다.
그 당시 이 말에 참 상처를 받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철벽녀이긴 했다.
한 선배는 날 사막에 혼자 던져놔도 잘 살 거 같은 애라고 했고,
다른 선배는 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에 사무치는 애라고 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이 참 상반되는 얘기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둘 다 맞는 거 같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라는 유행가 가사와 달리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이 더 많이 아는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나는 그 동안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던 걸까... 우울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