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카웃의 창시자 베이든 포우웰과 어네스트 탐손 시튼은 미국 인디언 문화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온전히 떠받들만한 위인일까?
베이든 포우웰은 영국군 장교로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근무했다. 특히 제2차 보어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그 경험을 살려 보이스카웃을 창시하기에 이른다.
그럼 보어전쟁은 무엇일까? 19세기말 영국은 남아프리카의 보어인이 세운 트란스발공화국을 강제로 합병한다. 다행히 보어인은 제1차 보어전쟁을 봉기하여 트란스발공화국의 주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트란스발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영국은 끊임없이 재합병을 시도하며 내정간섭과 군사적 공격을 일삼았다. 트란스발공화국의 S.J.P 크리어대통령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양보를 거듭했지만 결국 제2차 보어전쟁이 발발하게 되고, 보어인들의 게릴라 전술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군은 보어인의 집과 논밭을 모두 태워버리는 소탕작전을 실시한다. (영국식 소탕작전은 일본이 만주항일부대를 소탕하기 위한 작전으로 재탕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베이든 포우웰은 민간인을 징병 조치하는 것은 물론 소년들까지 징병하여 이들을 연락병 또는 척후병으로 활용하여 마침내 승리를 거머쥔다. 2002년이 되어서야 소년징집을 금지하는 유엔협약이 발효되긴 했지만, 베이든 포우웰이야말로 근대 전쟁에서 조직적으로 소년병을 활용한 첫번째 반인권사범이라 하겠다. 더욱이 포우웰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언제든 소년을 척후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훈련하는 '보이스카웃(소년 척후병)'를 창설했으니, 오늘날 위대한 미국정신의 하나라는 보이스카웃 정신은 제국주의 정신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보이스카우트는 전세계적 조직이나,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곧잘 보이스카웃 출신으로 상정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마지막 보이스카웃이라는 영화도 있지 않은가!)
또 한 명의 창시자 어네스트 탐손 시튼을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난해하다. 시튼 동물기로 유명한 그는 "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으로 인디언의 삶과 철학을 문자로 보존시킨 공로자이기도 하다. 또한 자연주의자 시튼은 인디언을 예찬하며, 인디언 작가이자 의사인 오하이예의 도움을 받아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보이스카웃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문제는 시튼이 인디언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만들듯이, 시튼은 인디언을 보호하기 위해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인디언이 살기 희망했다. 물론 보호구역마저 없었다면 인디언들이 전멸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광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며 들소사냥으로 살던 인디언들을 구석지고 척박한 땅에 몰아넣고 집단수용을 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보호였을까? 사냥할 들소도 없고, 경작할만한 땅도 없는데? 영어만을 쓰도록 강요하는 학교와 기독교 개종을 강요하는 교회는 있지만, 자치의회도 병원도 없는 보호구역은 인디언들에게 감옥 혹은 무덤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