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대신하여 구인공고를 냈다. 직무의 특성상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대신 제시된 예문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이력서와 첨부해 보내달라고 공지했다. 혹시나 못볼까 굵고 빨간 글씨로 위 아래 2차례 강조까지.

그런데 어제 오늘 숱한 지원서가 날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인트를 첨부한 사람은 1명도 없다. 구인공고문을 전혀 읽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같이 그저 온라인상에 저장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한 것이다.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일단 지원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000 구인공고를 낸 사람입니다. 지원을 하시기 전에 최소한 공고를 읽어보는 미덕은 발휘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예문에 따라 파워포인트를 작성하여 첨부하실 것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덜렁 온라인 지원만 하셨더군요. 구직을 희망하신다면 좀 더 성의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 중 1명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대학원을 중퇴하고 첫 직장을 구하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사람이다.

죄송합니다.. 전 괜찮은 회사인줄 알고 지원했거든요,,^^ 다시 보니 별 볼일 없는 회사네요..^^ 00000같은 회사는 지금 제가 재직중인 회사보다 덜 비전없는 회사네요, 자칫잘못하면 괜히 시간낭비 할뻔 했네요.

헛, 황당, 짜증, 난감...

(여기까지 쓴 뒤 잠깐 딴일 하다가 다시 읽어보고...)

나에게 답장을 보낸 사람이 이 회사에 관심이 없어졌다니 참 다행이다. 공식편지에 이모티콘을 쓰고, '덜 비전없는 회사'라는 말도 안되는 표현을 사용하고, 띄어쓰기도 지킬 줄 모르고, 거짓말을 하는-회사를 다니면서 구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이미 다니는 회사가 있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거짓말이다- 사람과 한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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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사회는 딱 세 단계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데... 저 사람 이제 큰일났군. 음... 밥 먹고 살기 힘들겠어...ㅉㅉ
그런 넘인 줄, 여자친구도 알까 몰라...
아니, 혹시 여잔가?

조선인 2004-08-2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부욱 찢은 노트 종이... 우와 그런 사람도 있군요.
호랑언니, 프흣, 여자입니다. ^^

starrysky 2004-08-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인광고 내놓고 이력서, 자기소개서 받아보면 정말 걸작들 많지요. 날 잠시나마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 그래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요. ^^
기분 상하지 마시고요, 부디 님 회사에 꼭 필요한 성실하고 좋은 인재 구하시기 바랍니다.

sooninara 2004-08-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싸가지를 봤나...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래요..
고생을 해야지 인간이 될런지..하긴 저도 어릴땐 참 철이 없었죠..지금 생각하면 챙피해요..
지금 아는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말처럼 정말 어릴때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좋았을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08-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대충 읽어도 파워포인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드만...;;;;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군요. 아무래도 취직할 생각이 없는 사람 아닌가 싶네요... (원래 잡코리아 쪽에서 직장 구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거 같더라구요. 제 동생도 자기소개서랑 이력서 대충 써놓고 그럭저럭 괜찮다 싶은 회사로 보이면 그냥 클릭해서 미리 작성해놓은 허접한 서류들 보내버리더라구요... 실은 제 동생이 글을 무지 못 쓰는고로, 그 허접한 서류도 제가 다 써줬다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느니, 허황된 이야기를 마구마구 지어내서 썼는데, 그런 허접한 서류로도 몇군데 합격되더군요... 후훗--;;)
아... 저야 말로 뭔가 빨리 시작해야 될텐데... 아무래도 이번 시험에서도 떨어질거 같네요.. 가산점 주는 자격증도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 유공자도 아닌지라...;;; 뭐, 몇년 하다보면 되겠지 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집에선 빨랑 붙어서 행정고시 준비해야 된다는 분위기고.. 부글부글...;;;

조선인 2004-08-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분들에게 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그 심정이 절박하게 회상되기에...
한 마디 꼭 해야겠습니다.
여대생님, 으랏차차 힘내시길!!!

털짱 2004-08-2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으라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