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대신하여 구인공고를 냈다. 직무의 특성상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대신 제시된 예문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이력서와 첨부해 보내달라고 공지했다. 혹시나 못볼까 굵고 빨간 글씨로 위 아래 2차례 강조까지.
그런데 어제 오늘 숱한 지원서가 날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인트를 첨부한 사람은 1명도 없다. 구인공고문을 전혀 읽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같이 그저 온라인상에 저장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한 것이다.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일단 지원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000 구인공고를 낸 사람입니다. 지원을 하시기 전에 최소한 공고를 읽어보는 미덕은 발휘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예문에 따라 파워포인트를 작성하여 첨부하실 것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덜렁 온라인 지원만 하셨더군요. 구직을 희망하신다면 좀 더 성의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 중 1명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대학원을 중퇴하고 첫 직장을 구하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사람이다.
죄송합니다.. 전 괜찮은 회사인줄 알고 지원했거든요,,^^ 다시 보니 별 볼일 없는 회사네요..^^ 00000같은 회사는 지금 제가 재직중인 회사보다 덜 비전없는 회사네요, 자칫잘못하면 괜히 시간낭비 할뻔 했네요.
헛, 황당, 짜증, 난감...
(여기까지 쓴 뒤 잠깐 딴일 하다가 다시 읽어보고...)
나에게 답장을 보낸 사람이 이 회사에 관심이 없어졌다니 참 다행이다. 공식편지에 이모티콘을 쓰고, '덜 비전없는 회사'라는 말도 안되는 표현을 사용하고, 띄어쓰기도 지킬 줄 모르고, 거짓말을 하는-회사를 다니면서 구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이미 다니는 회사가 있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거짓말이다- 사람과 한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