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를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딱히 알랑 드롱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비디오를 빌렸던 건 순전히 오빠의 착각 덕분이었다. 오빠는 갱 영화인줄 알았던 것이고, 난 같이 빌리러 왔는데, 왜 오빠 마음대로 고르나 조금 삐졌었다.

나란히 영화를 보다가 오빠는 30분도 안 되어 잠이 들었고, 난 혼자 가슴 조리며 알랑 드롱에 푹 빠져 버렸다. 마침내 그가 사형을 당하게 되고, 길로틴에 목이 고정된 채 장 가방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란... 도저히 내 글발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간절함 그 자체였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건 순전히 제목 탓이다. 대체 '암흑가의 두 사람'이라니. 난 분명 오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의 두 남자(Deux Hommes Dans La Ville)' 이에 대해 투덜거렸더니, 불문과 언니가 가르쳐줬다. 장 가방과 알랑 드롱, 도시의 두 양복모델(!)을 전면에 세운 마케팅이니까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먹혔다고. 하여간 처음 비디오를 본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 더 이상 대여점에서 찾을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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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0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조선인님, 그동안 페이퍼 올리고 싶어서 얼마나 동동거리셨을꼬!!

조선인 2004-08-0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곡을 찔렸나이다. ^^

털짱 2004-08-02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들롱은 의외로 알려진 게 별로 없는 배우라던데... 혹시 아시면 역대 미남배우 리뷰나 한번 쭉 해주시면 좋으련만...^.,^ 꽃미남의 불모지 알라딘서재(아..이런..마태님 미안... 하얀마녀님 미안... 다른 미남자들께도 미안...)의 굶주린 여성동지들이 기뻐하지 않을까요?

바람구두 2004-08-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유명한 영화예요. 지금 별로 안 유명해서 그렇지....
한동안 알랑 들롱과 장 가방의 대표 영화였지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