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은 가득히를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딱히 알랑 드롱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비디오를 빌렸던 건 순전히 오빠의 착각 덕분이었다. 오빠는 갱 영화인줄 알았던 것이고, 난 같이 빌리러 왔는데, 왜 오빠 마음대로 고르나 조금 삐졌었다.
나란히 영화를 보다가 오빠는 30분도 안 되어 잠이 들었고, 난 혼자 가슴 조리며 알랑 드롱에 푹 빠져 버렸다. 마침내 그가 사형을 당하게 되고, 길로틴에 목이 고정된 채 장 가방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란... 도저히 내 글발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간절함 그 자체였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건 순전히 제목 탓이다. 대체 '암흑가의 두 사람'이라니. 난 분명 오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의 두 남자(Deux Hommes Dans La Ville)' 이에 대해 투덜거렸더니, 불문과 언니가 가르쳐줬다. 장 가방과 알랑 드롱, 도시의 두 양복모델(!)을 전면에 세운 마케팅이니까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먹혔다고. 하여간 처음 비디오를 본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 더 이상 대여점에서 찾을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