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버스비도 공짜겠다, 집 근처에서 회사 앞으로 1번에 오는 버스도 신설되었겠다 싶어 버스 출근을 감행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1시간 지각과 쉬어버린 목소리다.

일단 집앞에서 지선버스를 이용해 105번의 첫번째 정류장이라고 안내되어있는 상계10동 우체국에 가는데 실패했다.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내가 기다리는 지선버스는 안 왔다. 원래 자주 안 다니는 버스란다. -.-;;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해당 정류장에 갔다. 이번엔 버스가 안 서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1대야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2대째 그냥 가버리니 혹시 내가 정류장을 잘못 아는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안내 전화를 여기저기 돌려봤지만 죄다 통화중. 10여분을 씨름한 끝에 간신히 전화는 연결되었지만, 정류장이 맞다는 안내였고, 그 사이에도 105번은 서지 않고 씽씽 잘도 지나가버린다.

결국 분노의 화신이 되어 차도에 뛰어들어 버스를 가로막아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왜 안 서냐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버스 운전기사가 선수를 친다. 나 때문에 사고날뻔 했다고 막 삿대질을 한다. 나도 목청껏 따졌다. 정류장에 안 서고 지나가버린 버스가 몇 대인지 아냐고, 당신들이야말로 불법을 했다고,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안내된 대로, 노선도 붙어있는대로 왜 운행을 안 하냐고 조목조목 꼬치꼬치. 그제서야 질려버린 아저씨가 한풀꺾여 설명해준다. 상계10동 우체국 정류장은 의정부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버스나 서는 곳이란다. 버스 종점에서 좌회전하자마자 있는 정류장이라 위험해 설 수도 없고, 여지껏 서울시내로 좌회전하는 버스가 정류장으로 이용해본 적 없는 정류장이란다.

평소 차를 몰고 다니진 않지만, 아저씨의 설명은 이치가 맞았다. 좌회전하자마자 3개 차선을 횡단해 버스를 세우기엔 무리가 있는 위치였고, 다시 3개 차선을 횡단해서 좌회전 차선으로 또 진입하기엔 다음 신호까지 거리도 짧았다. 그때부터 아저씨와 목이 쉬도록 신나게 서울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전용차선 덕택에 차는 거의 안 막혔지만, 몇 가지 변수로 인해 1시간 15분만에서야 서울역 앞에 내렸다. 버스정류장마다 안내요원이 서있지만(우띠... 그러고보니 내가 기다렸던 정류장에만 안내요원이 없었던 거다), 안내요원은 바뀐 노선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나 보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죄다 운전기사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본다. "청량리 가나요?" 확인하고 타는 사람 정도야 문제가 아닌데, "종로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죠?" 줄기창창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자기가 아는 한도내에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었고, 정류장에서 지체될 때마다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노선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40대 이상이다.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보지 못한 사람들인 것이다. 전화안내도 있고 정류장안내요원도 있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 상계동에서 종로까지 버스노선을 물어보는 건 불가능하다. 안내요원들도 책자 뒤져가며 알려주는 거니, 내가 이용하는 정류장 이름이나 새로이 이용해야 할 버스번호를 사전에 정확히 알고 있어야, 서로 묻고 답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니 승객들이 죄다 버스 운전기사를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1시간이나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분이 안 풀려 일은 뒷전으로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기저기 항의글을 올렸다. 부디 내가 올린 글을 이명박이 직접 읽어보면 좋겠다.

이명박은 서울시장이다. 서울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기한부 공무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자기가 무슨 서울건축회사 사장인양 착각하는 듯하다. 최단시간에 더 많은 공사를 벌리고 공기를 단축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서울시청공원 조성공사와 청계천 복원공사와 버스중앙차로제 도입공사와 버스전용차로 붉은색도포공사를 한꺼번에 벌리며 좋아라 한다. 시민이야 불편하건 말건 자기 마음대로 서울시를 이리 저리 뜯었다 붙였다 하며 노는 꼴이 레고놀이라도 하는 줄 아나보다. 남이야 아랑곳않고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으니, 똑같이 애취급하여 바지를 까뒤집어 엉덩짝을 때려주면 속시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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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7-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난리가 아니셨군요.... 으아.. 정말 이명박 혼내줘야해요.. -_-;;;

호랑녀 2004-07-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서울시민은 아닙니다만, 일부 사람들은 추진력 있다고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제가 서울시민이면... 무지무지 불편할 것 같습니다.

달곰 2004-07-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부터 택시비 날렸답니다.
택시비 청구 집단 소송이라도 내야 할듯 하네요. ㅠ.ㅠ

마태우스 2004-07-0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탄 버스는 제가 가려는 곳에 안서더군요. 한바퀴 돌아서 서는 거였어요. 그래서...중간에 내려서 1킬로를 뛰었습니다. 땀 납디다... 38세도 인터넷 검색을 안해본답니다.

비로그인 2004-07-0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땐 또 서울에 살지 않는게 다행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참 나쁜놈이군요. 이명박이~

호랑녀 2004-07-0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국회의원들도, 버스출근체험에 나섰다가 줄지각이었다더군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다면서요?
혹시 본인이... 서울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