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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 경연 1 & 2 - 80년대 명곡부르기 & 서로의 노래 바꿔부르기
김건모 외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일요일은 일주일에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나는 가수다' 닥본사를 하기 위해 토요일에 미리 장을 보고, 저녁시간을 늦추기 위해 점심은 일부러 조금 늦게 먹는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나는 가수다'를 보는 동안은 실컷 컴퓨터 게임을 해도 되지만 음량을 크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7명의 가수와 행복한 일요일이 지나면 이번엔 행복한 월요일이 온다. 부리나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다음에 들어가 끊임없이 새로고침을 누른다. '무편집영상'이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나의 행복은 배가 되고, 나는 신의 악기들을 경배할 온갖 찬사를 대신해 멍하니 입만 벌리고 헤드폰에 집중한다.
이렇게 팬이 되었으니 진작에 MP3를 샀다고 CD를 놓치면 도리가 아니다. 급하게 장바구니를 채우느라 쿠폰이 있다는 것도 놓치고 샀지만 지금 이 순간 후회는 없다.
경연 1,2의 가수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수는 이소라다. 여자가, 엄마가 좋아할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 가수니 내가 그미를 찬미하는 건 당연하다. 너에게로 또다시'나 '나의 하루'는 그녀가 불러 좋고, 김범수의 '제발'은 원래 그녀의 노래였기에 1등했다고 감히 생각한다.
백지영은 처량하지 않지만 정말 처절하여 좋아했더랬다. 그런데 '무시로'의 재해석은 '총 맞은 것처럼'을 뛰어넘는 감성을 보여줘 나를 숨막히게 하였고,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박정현은 원래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였다. 하지만 매번 곡 하나로 드라마 하나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연극적 재능에 경탄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정교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으로서의 재능 역시 점점 더 꽃피워가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락이다 보니 YB는 기본적으로 내 편애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과 백지영의 'Dash'가 락으로 재해석되니 윤도현의 또박또박한 발음 만큼이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더욱이 가수 구성의 성격상 '나는 가수다'를 보거나 듣게 되면 저절로 감성이 예민해지다 못해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데, YB가 등장하면 한숨돌릴 여유가 생기고, 흥겨운 축제를 저절로 즐기게 된다.
김범수와 정엽은 아예 내 관심밖의 인물들이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되어 기쁘다. 특히 정엽의 짝사랑은 주현미의 찬사를 받을 만큼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김건모는 여전히 국민가수다. 그는 아무리 슬픈 노래라도 너무 슬프지 않게 부르는 재능이 있다. 신파조가 되기 십상인 '립스틱 짙게 바르고'도 그가 부르면 담담하다. 어쩌면 이건 남자가수와 여자가수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는 이소라보다 담백하다. 모든 사람이 단 하나의 불멸의 사랑을 하고,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살지 않기에, 가슴을 후벼파는 이소라보다 변진섭이나 김건모가 대중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은 'You are my lady'에서도 나타나는데, 한없이 속닥거리는 정엽과 달리 김건모는 솔직하게 내 여자를 부른다. 너무나 여자같아 이소라가 좋듯이, 그저 평범한 남자이기에 난 김건모를 임주리보다, 정엽보다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주절댄 건 다 나의 생각이고 나의 감성이다. 다른 사람의 느낌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건 매번 내가 뽑은 순위와 청중평가단의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걸로도 알 수 있다. 때로는 그 간극이 너무 커서 아쉽지만, 다른 건 다른 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웹서핑을 하다 보면 이 다름조차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김건모 특유의 장난끼로 립스틱 퍼포먼스를 한 걸 비난하고, 재도전한 걸 공격하고 빈정거리는데 매달린다. 그 지나친 엄숙주의와 엄격함이 좀 피곤하게 느껴지지만 그 또한 나와 다른 사람들이니 뭐 어쩔 수 있나.
<뱀꼬리>
딸아들은 모두 '무시로'를 가장 좋아한다.
딸은 노래 자체가 좋다고 하고, 아들은 누나가 좋아해서가 답이다.
짜식들, 귀가 있구나. ㅎㅎ
<진짜 뱀꼬리>
자켓 디자인이 정말 안습이고, 지못미다.
7인의 감동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나 슬프고
인기에 부흥하여 빨리 많이 팔자 싶어 날림으로 디자인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