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퇴근길... 문득 생각이 나 지하철역 헌혈의 집에 갔다. 뜻밖에도 손님들이 북적대어 대기할 의자조차 모자르는 상황이었다. 내 앞으로 3명의 순서를 기다려 간신히(?) 문진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헌혈이 언제냐는 물음에 답을 못했더니 컴퓨터 조회를 해준다. 2000년 12월이 마지막이었고, 이번에 하는 헌혈이 11번째라는 걸 그 덕분에 알았다. 간호사 왈 "예전엔 자주 하시더니 너무 뜸하셨네요." 딱히 대답을 바란 말이 아닌줄 알면서도 주섬주섬 변명을 했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게다가 애 낳을 때 수혈을 받았는데, 그런 경우는 1년 이상 헌혈을 못 한다고 하길래..." 다행히 간호사가 "맞아요, 잘 아시네요. 1년간은 하시면 안 되죠"하고 넘어가주었다.

그리하여 3년반만에 헌혈을 하다 보니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젠 헌혈하라고 강제로 팔을 이끄는 아주머니들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이어졌고, 어린 여학생부터 중년 아저씨까지 사람들도 제각각이었다.  게다가 간호사 선생님들의 구구한 설명이 없어도 알아서 서류를 작성하고 성분헌혈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걸 보니 다들 헌혈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듯 하였다.

솔직히 고백하면 울 신랑은 헌혈하는 걸 무진장 무서워하는 터라 여지껏 단 2번밖에 해본적이 없다. 연애할 때 내 꼬임에 넘어가 처음으로 헌혈을 해보았고, 그 후에는 아무리 꼬셔도 꿈쩍도 안했다. 아마 마로 낳을 때 전치태반으로 인해 내가 수혈을 받아야 하지 않았다면 2번째 헌혈은 평생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의 달라진 헌혈문화를 보면 울 신랑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아이 찾는 시간이 촉박해 전혈을 하고 나왔으니 2달후에 다시 신랑을 꼬셔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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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저도....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첫경험이 너무 두려워서 안 해봤는데...^^;
혈관이 잘 안 잡히는데다, 초보 간호사인지 바늘을 세 번이나 찌르고...흑, 나중에는 거짓말 않고 손바닥만한 멍이 들었더랬어요.
그래도...해볼까?^^

반딧불,, 2004-06-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긴거와 다르게 빈혈이 심하다고 몇 번이나 퇴짜였지요.
그러나..몸이 불기 시작한 시점으로 부터^^;;
특히...결혼 후부터는 아예 생각도 안했는데...한 번 가야겠군요.
흑..해야하는데 하면서 생각만 매번이고..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