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할아버지의 서재를 방문한 뒤 부러움에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 정을 잘 모르고 자랐답니다. 친할아버지는 제 부모님 결혼하시기 전 이미 돌아가셨더랬고, 외할아버지는... 예천에서 훈장하시던... 아주 옛분인지라 마냥 엄하기만 하셨지요.

외할아버지는 어느 정도로 엄하셨냐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민소매나 반바지, 무릎 위로 올라가는 짧은 치마, 맨발 등이 용납되지 않았고, 어른은 물론 오빠들과 겸상하는 것도 안 되었고, 소리내어 웃어도 혼이 났습니다.
사실 엄한 것만으로 정이 안 들리야 없겠지요. 어머니에 대한 '가시나' 취급에 어린 마음에도 분개했던 거지요. 친정어머니께선 제 이름 석자 쓸 줄 알고 덧셈, 뺄셈 할 줄 알면 됐다는 할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중퇴를 한 뒤, 오라버니와 남동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공장에 나가셔야했습니다.
저로선 못 배운 게 평생 한이신 어머니 '덕분'에 제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할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사라질 리 만무한 터라...

딸아이에겐 양가 할아버지에 대한 따스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지만, 딸아이의 외할아버지 역시 제 외할아버지랑 큰 차이없는 분인지라 걱정됩니다. 그러니 시아버지를 자주 찾아뵙는 게 제 몫인 듯 한데... 이 시점에서 한 마디... 이보셔, 신랑, 제발 주말에 잠만 자지 말고 본가에 좀 가자고요. 1달에 1번만이라도...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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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4-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암입니다. 제글때문에 부러움을 느끼셨다니 미안하군요.
저는 어렸을때 외할아버지가 안계셨거던요. 외가엔 외할머니와 이모 한분이 전부 였었죠. 친구들이 외삼촌이나 외할아버지 이야기하면 참 부럽더군요. 우리 친 할아버지는 무척 엄하셔서 우리 아버지는 물론 그 앞에서는 앉지도 못했죠. 식사하실때면 전부 두손을 앞에 모고 서있었죠. 다만 손주들은 예외였는데 나는 공부를 썩 잘해서 20명 가차운 손주들 중에 귀염을 받었지만 그래도 무서워서 짙은 정은 못 느꼈답니다.
나는 딸만 둘이고 손주는 아직 진석이 혼자라 이녀석이 사랑을 독차지한답니다.
옛말에 떨어지면 날로 멀어진다고 하듯 자주 만나면 정이 들고 그런거죠. 친,외가를 막론하고 자주 찾어뵈면 아이들도 사랑받지 않겠어요. 난 사흘만 못보면 안절 부절 한답니다.

노란장미 2004-04-21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고향이 예천이냐...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자란 곳이 예천이잖냐..
울집 아직도 안팔고 그대로 있다..지금도 울 부모님 예천 가 계시잖냐..........

조선인 2004-04-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란개나리님이 누구신지?

조선인 2004-04-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바뀌어서 누군가 했다. 알고보니 현혜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