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집 사이에 아주대가 있고, 아주대 도서관은 친절하게도 지역 주민에게 공개되며 책도 대여된다. 이 환상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아주대 도서관을 이용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인데, 가장 큰 문제는 시간대가 안 맞는다는 것.
약간 바지런을 떤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란 직장인에게 꽤 알찬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해, 왕따당하기 십상인 홍일점 아줌마는 부득부득 함께 점심먹을 사람들을 챙긴다. 그렇다고 퇴근시 들리기 위해서는 아주대 서가가 밤늦게까지 열어야 하니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사서만의 야근을 강요한다는 건 미안한 일이다.
아주대 외에는 죄다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지라 불편하다고 투덜댔더니, 직장 동료는 e-book이나 sound book을 왜 이용 안 하냐며 나의 근대성을 살짝 비웃어줬다. 하지만 아무리 CD와 MP3가 대중화되어도 여전히 레코드를 고집하는 사람들처럼 킨들과 타블릿이 일반화되더라도 종이책을 사기 위해 고서점을 뒤지는 나를 그려보게 된다.
하여 드는 상상 한 조각. 어차피 도서관 책 목록은 이미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고, 온라인에서 검색이 가능하니 인터넷으로 야간 대여 신청을 한다. 도서관에서는 야간 신청목록을 확인한 뒤 사물함처럼 만들어둔 야간 도서 금고에 넣고 잠궈두면 퇴근길에 신청자가 금고를 열고 찾아가게 하는 거다. 반납할 때는 굳이 금고를 이용하지 않고 도서대여점의 반납함 같은 걸 설치해두면 될 거고.
좀 더 고민할 건 금고를 잠그고 여는 방법이다. 생각으로는 도서관 직원이 책을 넣은 뒤 잠금버튼을 눌러두고 대여시스템에서 금고번호와 암호화된 인증번호를 신청자에게 전송해두면 신청자는 인증번호를 입력해 열 수 있는 전자금고를 채택하면 될 듯 하다. 만약 신청자가 도서 대여기간 동안 찾아가지 않으면 직원이 열림버튼만으로 간단히 열 수 있게 프로그래밍해두면 될 것이고.
여기까지는 아주 즐거운 상상.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개발비용과 관리비용인데, 전자책 대중화에 목을 매고 있는 수많은 사업자들과의 이해 관계를 고려할 때 도서관에서 해당하는 예산을 과연 책정할 수 있을까 라는 대목에서 급좌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