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탑사는 아름답다. 1996년에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부처에 대한 믿음이 가장 높았던 고려 시대의 사찰이라 해도 깜박 속을 지경이다. 부처를 모시듯 꽃을 모시고, 꽃을 사랑하듯 부처를 사랑하는 절이다. 이리저리 홀린 듯이 사진을 찍으며 DSLR이 없다는 것에 진심으로 혀를 찼다. 사랑하는 딸아들마저 보탑사를 가리는 장애물로 여겨지고, 옆지기와 내가 무신론자라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5월 1일~5일로 예정되었던 가족여행이 어긋나 없잖아 모난 마음이 있었다. 1일은 딸아이 운동회였고, 그 후 여주 아가씨댁에서 놀다 2일 올라왔더랬다. 달거리에 눈병까지 겹쳐 고단했던 몸으로 3일은 하루 종일 끙끙 앓아 누웠다. 4일은 애써 출근했지만 일이 잘 안 풀려 몸도 마음도 곤두섰다. 옆지기가 5일 하루는 우리끼리 광교산에서 천천히 노닐자 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5일 아침 급히 진천 아버님댁에 내려 갔다. 시간이 5시가 넘어가도록 김유신 유적지 대신 인연 없는 땅을 보러 다니는 것에 바싹 신경이 곤두서 가닥가닥 끊어질 지경이 되었을 때 평소에는 절 구경을 꺼려하시는 아버님이 뜻밖에도 보탑사를 가자고 하셨다.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어지러웠던 마음의 먼지가 차분히 흩어지는 게 느껴졌고, 나오기 전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부모님의 눈을 피해 적조전 와불에 삼배를 올리니 그제서야 환히 웃는 아이들과 흐뭇해 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치 빠른 옆지기는 곰살맞게 말 걸기를 당신 닮은 꽃이 있다며 '눈꽃'을 보여줬다.
그렇게 황금연휴 5일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