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난 4월 이야기.
시간 되면 같이 점심 먹고 초등학교 교실 청소를 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마침 휴가 계획이 있던 터라 전교 대청소의 날이라 생각하고 나갔는데,
알고 보니 마로반 엄마들끼리 연락을 돌렸나 보다.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이미 몇 차례 교실청소를 하며 안면을 익힌 듯 하고
몇 명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데 맞은 편 분이 날 바라보는 눈치가 묘했다.
나로서도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싶었지만 기억이 또록하지 않아 모른 척 했는데
식사 도중 이분이 불쑥 "우리 아랫 집 사셨었죠?"라고 묻는데,
순간 너무 놀라 그날 점심은 단단히 체했더랬다.
알고 보니 2단지 살 적에 바로 우리 윗집에 살 던 분이었는데
이분에게 아들만 두 형제라 층간소음 문제로 몇 차례 찾아뵌 적이 있었다.
딸래미가 일찍 자는 편이라 감자전을 부쳐 들고 찾아가
저녁 9시 이후에만 조용히 해주십사 부탁드렸지만
사내애 둘이다 보니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올라가 말씀드렸고,
어느 날인가는 '나도 노력하고 있거든요'라고 이분이 소리를 높이길래
그 후로는 더 이상 사정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다가
3년 전 이사하던 날은 속이 다 후련하여 일부러 인사도 빼먹었더랬다.
원수야 아니지만 이렇게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칠 줄이야 싶었고
이 분이 식사만 하시고 청소하러 못 간다 하실 땐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학교에 가보니 그 집 큰 아들과 우리 딸이 떡 하니 짝궁이고
한 술 더 떠 그 집 작은 아들은 우리 아들래미와 같은 어린이집이다.
이렇게까지 얽히고 보니 이것도 인연인가 싶은 마음도 들고
그나마 위아래 살 때 큰 싸움 없이 넘긴 게 천만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이제 와 새삼 어떻게 친해지나 싶어 마음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