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먹으러 나가다 처음 그를 봤습니다.
노숙자인 게 분명한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손을 벌렸습니다.
전 그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다시 그를 봤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하려는 듯, 1층 문 안쪽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1층은 송출실이 있어 외부인의 출입통제가 엄격합니다.
전 당연하다는 듯이 나가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는 비내리는 가을 저녁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은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그를 걱정하는 척하는 전 위선자입니다.
고작 그가 나가는지 안 나가는지 확인 않고 그 자리를 피한 게 고작이면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8-10-2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결국 경찰에 신고되어 노숙자 보호소에 갔다고 한다.

하늘바람 2008-10-2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참

가랑비 2008-10-2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어떻게 했어야 가장 좋았을지, 참 모르겠지요. 그러니까 걱정도 하고, 자학도 하고 괴롭지요. 하지만 괜찮아요.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 고민하게 됐잖아요. 그분은 조선인님의 인생에 그 질문을 던져주러 오셨을 거예요. 해답을 찾으려 하신다면, 임영인 신부님 블로그(http://blog.naver.com/simont)를 추천합니다.

(그건 그렇고, 화면 오른쪽에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이 뜬 걸 오늘 처음 봤네요. 와! 읽으셨구나!)

조선인 2008-10-24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네, 에고 참
벼리꼬리님, 네, 즐겨찾기 했습니다. 에, 또,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은 품절된 것을 '그날이 오면'에 특별히 부탁해 샀답니다. 처음엔 솔직히 번역체 읽기가 힘들었는데, 전체주의와 천황제분석에서 포옥 빠졌어요.

털짱 2008-10-2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렵네요....

조선인 2008-10-2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어려워요. 정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