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람이는 이가 날 때면 자다말고 많이 보채는 편이다.
지금은 어금니가 나오는 중인데 어제는 12시부터 3시까지 어찌나 떼를 쓰는지 정말 힘들었다.
그 와중에 밖에는 눈이 펑펑 내려주시고 옆지기는 세상 모르고 잠만 쿨쿨.

2.
지난 밤 걱정했던 대로 눈이 수북히 쌓였다.
빗자루를 들고 나가 설쳐봤지만 우리 단지 내에 비질하는 사람은 나까지 3명.
역부족을 실감했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쓴 자국 위를 걸어갈 뿐 새로 합류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 얄미워라.

3.
일이 좀 밀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보니 그새 양지의 눈은 죄다 녹았다.
지각할까봐 시계봐가며 땀 뻘뻘 흘려가며 눈 치웠던 게 억울했다.

그렇게 어젯밤부터 계속 투덜거림의 연속이었는데.

마로와 해람이를 찾아 집으로 오는 길.
음지가 많아 기대와 달리 사방이 빙판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설친 곳은 깨끗이 녹아 걷기가 좋더라.
쪼잔한 마음에 주어진 뜻밖의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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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2-2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조선인님같이 아침시간이 바쁜분께서 빗자루들고 눈 치우는게 어디 쉬운일인줄 아세요?
저도 언젠가 낮이었는데 빗자루 들고 나가 비질을 하는데 더 이상 늘지 않더라구요 -_-
저야말로 쪼잔한 마음에 에잉~ 하고 그 이후론 안나간다지요..
마로와 해람이가 엄마의 수고로 인해 안전하게 다녔네요 ^^*

Mephistopheles 2008-02-2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도 하셔라..^^ 저 같았으면 내깔겨 뒀을 껍니다.

바람돌이 2008-02-2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그 귀한 눈 누가 치우면 가서 말릴테야요. 올 겨울 한 번도 눈구경 못한사람이...ㅠ.ㅠ

Kitty 2008-02-27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그 귀한 눈 누가 치우면 가서 말릴테야요. 올 겨울 한 번도 눈구경 못한사람이...ㅠ.ㅠ (2) 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 눈을 본 적이 없;;;;;;;;;

순오기 2008-02-27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태그 이상으로 골목까지 쓸었는데... 요즘엔 제집앞 눈 치우는 사람도 드물지요.
그래도 수고의 보답을 받으셨으니 좋은 일이군요.^^

조선인 2008-02-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오는 길이 온통 빙판이라 조마조마하다가 우리 집 근처에 와서는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 정말 상 받은 기분이었어요.
메피스토펠레스님, 당장 나가서 눈 쓰세요~
바람돌이님, 키티님, 푸하하하핫 스키장이라도 원정 가보심이. ㅎㅎ
순오기님, 그러게요. 오후에 출출해져서 붕어빵 사러갔더니 붕어빵 아저씨도 그러더라구요. 상가 사람들 죄다 비질하는데 새로 온 젊은 것(신장개업 식당, 떡도 안 돌렸대요)은 콧배기도 안 보였다나.

클리오 2008-02-2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을 보면서.. 문득 요즘들어 예찬이가 참 수월하게 크는 편이란 생각을 해요. 이가 나는 것도 전혀 모르다가 어느덧 입안을 보니 굉장히 많이 났다.. 싶었고. 젖 떼고 나니 저녁 잠도 잘 자고 밥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크게 아프지도 않으니 말이죠. 티비를 보다보면 아이가 큰 탈없이 잘 자라는 것도 대단한 축복이라는 생각 많이 합니다. 직장생활과 육아 병행하시는 조선인님. 대단하십니다..

조선인 2008-12-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이궁..
클리오님, 그 축복을 잊지 말자구요. 아이를 키우면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걸 많이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