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직하여 취업서류를 작성하는데 놀랍게도 ‘취미‘와 ‘특기‘를 쓰는 칸이 있었다. 이 얼마나 구태의연한 조직인가라는 놀라움과 함께 과연 취미는 무엇이고 특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논쟁이 가족 저녁식탁에서 펼져졌다.
趣味라는 말은 고래로 존재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된 건 1900년대 이후이다. 조선시대에는 풍류, 벽, 아취라는 말이 쓰여졌으나 이는 양반들만의 세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근대의 취미는 hobby라기 보다는 taste의 번역에 가까워 일반인 누구나 쌓을 수 있는 교양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었다. 계급타파와 계몽을 부르짖은 독립운동가도, 내선일치를 부르짖은 친일파도 취미를 권했다는 건 취미가 근대성에 기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취미는 자본주의의 발달을 통한 소비의 진작에 기인하기도 한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생산성을 약진시켰고, 소비의 미학은 취미로 포장되었다. 아울러 취미는 일요일의 발명과 맞닿는다. 7일제 서양력이 입수되면서 ‘일요일‘이 만들어졌고 공휴일은 취미의 날이 되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미시사이고, 관련된 풍부한 사료가 읽는 재미, 배우는 재미를 도왔다. 또한 국어학자답게 비문 없고, 번역체 없는 단정한 문체 덕분에 읽기도 수월하였다.
그러나 사료의 재인용이라 하더라도 일본어를 국어로,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그대로 옮겨쓰는 부주의함이 아쉬웠다. 게다가 인용된 신지식인 중 친일파들에 대해 주석 하나 없음이 못내 신경쓰였다.
그나저나 나의 취미는 독서라고 쓴다 하더라도 특기는 대체 뭐라 써야할까. 취미는 잡기이고 아마추어 대회에서 상이라도 받아야 특기가 된다는 아들 주장에 따르면 나의 특기칸은 영원히 공란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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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9-2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력서의 성장배경 만큼이나 난감한 칸이 취미였죠. 저도 뭐 특별할 것 없어 독서라고 적곤 했는데 항상 뭔가 어색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카스피 2026-09-2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인사 담당자가 취미나 특기란까지 자세히 보지 않겠지만,양식은 예전것을 그대로 사용하니 아직까지도 취미나 특기란이 있나 봅니다.
저도 한때는 취미가 독서 였으나 지금은 그냥 책 수집으로 바뀐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