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평점 :
이 달 초부터 동네에 재미난 트럭장수가 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숯불을 솔솔 피워 전어를 구워 파는데, 그 유혹이 가히 살인적이다.
5천원 어치 사들고 귀가하면 저녁 반찬 양으로 딱인데다가,
집에서는 어림도 없는 숯불생선구이니 가히 호사스럽다 할 만하다.
그렇게 나야 환장을 하지만 딸아이의 반응은 그저 좋아하는 생선구이의 하나일 뿐이고,
충북 사람인 옆지기 역시 왜 그리 가을전어 타령을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허영만 선생도 가을이면 전어가 제철이라는 것 외에 딱히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데,
내가 들은 귀동냥을 옮겨 적자면, 전어야말로 가을의 맛이기 때문이란다.
냉장고가 없던 그 옛날, 내지 사람이 싱싱한 바다 생선을 맛보는 건 어림없는 얘기인데,
바람이 선선해지고 추수철이 돌아올 때 맛보게 되는 게 바로 전어란 말씀.
햅쌀밥과 제철맞은 전어구이를 함께 먹는 건
한 해 농사를 갈무리했다는 안도와 함께 즐기는 호강인 게고,
먹을 거 없고 일은 고단하여 도망친 며느리도 살 만 해지니 눈치껏 돌아오는 게란다.
집 나간 며느리 운운하는 옛사람의 능청이야
며느리 밑씻개 운운하는 작명 센스만큼이나 맘에 안 들지만
가을의 맛이라는 설명에는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데,
해마다 돌아오는 가을에 '식객 1권'을 다시 꺼내들었다 시리즈를 줄줄이 읽게 되는 건
허영만 선생이 주는 손맛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