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먹어 걱정이던 딸이 어느 순간부터 입이 짧아졌다 싶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동생이 생긴 뒤다.
안 그래도 요리를 못 하는 나다 보니 해람이 태어난 후 바쁘다는 핑계로
일품요리나 마른반찬, 장아찌로 식탁을 채웠던 여파인 듯 싶다.
몹시 반성하고 있으나, 대대적 개선은 엄두도 못 내고,
끼니 때마다 마로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라도 올리려고 노력은 하는데 영 부실하다.
그래도 어제 저녁은 도토리묵 덕분에 마로가 금새 밥 한 공기 뚝딱 비웠고,
그걸로도 모자라 후식이라며 도토리묵 한 대접을 마저 먹어치우려 드는데,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갑자기 마로의 웃음보가 터졌다.
나를 닮아 한 번 웃으면 그칠 줄 모르는데 배꼽 잡아가며 웃으면서도 그 와중에 먹어대니 가관.
웃지 말고 먹으라고 여러 차례 타일렀더니,
"알았어" "알았어" 대답만 넙죽넙죽 잘 하다가 어느 순간 대꾸를 한다.
"그래도 엄마, 웃으면 좋잖아. 내가 웃으면 친구들과 더 사이가 좋아지거든"
순간 왕찔림. 월요일엔 출근해서 팀원들에게 좀 웃어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