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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독서는 짜투리 취미가 됐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습관적으로 보거나, 그 날의 업무를 너무 빨리 해치워버리고 회사에서 농땡이칠 때의 짧은 오락 정도? 아주 가끔 여유로운 주말엔 도서관을 가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했으나, 코로나 이후 발이 묶여버렸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잡고 책 읽는 시간은 더 짧아졌다. 온 집안 식구가 하루종일 집에 있다는 건 집안일의 폭풍 증가를 의미했고, 집에서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따라 새로운 취미 또는 능력 발굴에 내 시간이 바쳐졌다. 어쩌다 책을 읽다 보면 어? 이건 뭐지? 곁다리로 다른 책을 뒤적이기도 하고, 이 부분은 아는 내용이야 싶어서 툭 건너뛰기도 하고, 때로는 노안 또는 바쁨을 핑계로 중간에 책을 덮기 일쑤였다. 이젠 책 한 권을 다 읽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하고, 후다닥 읽는 책은 필요한 부분만 듬성듬성 읽는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책 한 권을 붙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린 책은 가히 몇 년만인지 아물가물하다. 정신병이 걸린 뇌과학자라니,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와 비슷한 책이려나 했는데, 흑색종이 불러온 정신착란에 대한 기록이다 보니 솔직히 말해 막장 드라마 만큼이나 재밌고, 공포스러웠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치매와 중풍이었는데, 뇌암도 덩달아 두려워하게 됐달까.
과연 이 작가는 더 이상의 암 재발 없이, 정신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으며, 노화를 딛고 여전히 운동을 즐기고 있을지 궁금했으나, 그녀의 웹사이트 기록은 2018년 6월이 끝이다. 무사하시다면 일흔이 넘으셨을텐데, 부디 그녀가 멋지게 살아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