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웜홀, 타임머신
짐 알칼릴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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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은 매우 신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현대물리학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능성이 시사된 이래 공상과학 만화 혹은 소설의 대표적인 소재로 정착된지 오래다. 대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면서 주인공이 겪게되는 늘어남과 뒤틀림 현상 등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가 형상화된 것이다. 한편 현대과학은 이러한 작가들의 표현이 현실과 동떨어지지만은 않은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즉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는 여러 단서가 포착되기에 이른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래 그 존재가 강력하게 시사되온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는 현대과학자는 거의 없는듯 하다. 그러면 빛을 흡수한다는 블랙홀 - 현대과학은 블랙홀의 빛의 발산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 어떻게 지구의 인간에게 포착될 수 있을까? 이것은 매우 흥미진지한 문제이며, 현대 천체물리학을 발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러한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블랙홀에 관한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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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신 1 - 풀빛 85
윌리엄 힌튼 / 풀빛 /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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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혁명을 그리고 있는 유명한 책을 들자면 여러가지가 있다. 중국의 붉은 별, 위대한 길, 아리랑 등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서구의 저널리스트들이 해방구에 뛰어들어 중국인 혹은 조선인 혁명가들과 인터뷰한 후, 혁명가들의 일대기와 혁명의 진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은 중국혁명에 관한 정치 상층수준의 기록으로서 모택동이나 주덕의 일대기가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따라서 하층인민수준에서 실제적으로 전개되었던 혁명의 실상 혹은 계급투쟁의 현실에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윌리엄 힌튼의 '번신'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힌튼은 2차대전 직후 산서성의 장궁촌을 방문하여 그 마을의 해방전 역력과 계급투쟁의 전과정, 토지개혁의 역사 등에 대해 상세히 접근하고 있다. 정치상층수준이나 이론적인 면에서 논의되는 계급투쟁은 계급간의 역관계와 투쟁대상이 명확한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힌튼은 역설하고 있다.

즉 지주계급에도 애국적인 그룹이 존재하며 빈농이나 중농 중에도 일제의 부역자 혹은 지주에 기생하는 인민들의 착취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계급투쟁은 명확한 대상을 타도하는 문제 이상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세계의 원리가 무한한 다양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아주 진부적인 진리가 이 책을 통해 훌륭한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던 이 책의 저자 윌리엄 힌튼의 이 기록은 이상사회의 건설을 갈구하는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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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길: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아그네스 스메들리 지음, 홍수원 옮김 / 두레 / 198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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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군의 총사령과 주덕은 어딘지 모르게 촌사람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인물이다. 그의 생김생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저렇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홍군 사령관이 되었을까하고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주덕은 가난한 환경속에서도 충분한 학식을 갖춘 지식인이었다. 이러한 지적인 배경을 토대로 훗날 사회주의사상에 공감하게 되며, 급기야는 대륙을 평정한 모주군(모택동과 주덕이 지휘한 홍군)의 총사령관으로까지 부상한다.

주덕을 말하고 있는 서양 저널리스트들의 작품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에드가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이며, 그의 부인인 님웨일즈의 아리랑에서도 주덕의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덕에 초점을 맞춘 책은 바로 이 책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위대한 길이 대표적이다. 스메들리는 요즈음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로서 최근 그녀에 대한 평전히 히트를 친 바 있다. 스메들리는 몸소 해방구에 들어가 주덕을 인터뷰하고 이 책 위대한 길을 썼다.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듯 중국공산당의 혁명이 전중국에 걸쳐 어떻게 확산되는가를 이 책은 주덕에 초점을 맞추어 흥미진지하게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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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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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학은 주로 상층수준의 정치사를 위주로 다루어져 왔다.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의 문제에서 이러한 역사서술은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설명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역사의 주체가 다소 추상적인 하층계급의 민중이라면 위의 관점은 불만족스러운 것이기에 충분하다. 또한 바로 이러한 이유로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긴요하게 되었으며, 현재의 역사서술 추세도 이 방식으로 전개되는 실정이다. 서구에서 오래전부터 시도된 '미시사'는 그러한 경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층계급 중심의 정치사에서 탈피해 일반대중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사회의 구조적인 원리에 접근하고자 한 서구의 미시사는 거시구조에 대한 추적방식을 지양하는 경향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소하고 미세한 부분에 집요하게 매달려 마치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문제의 해결에 접근한다. 그것은 마치 셜록홈즈가 우연히 발견한 종이조각을 통해 범행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며, 모렐리가 작품의 사소한 부분 - 가령 예를 들어 인체의 손톱이나 발톱 혹은 귓볼 - 을 통해 작품의 진위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몹시 엉켜있는 실타래지만, 작은 한 가닥을 끄집어내 집요하게 풀어나가 전체를 정연하게 풀어내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역사적 방법론이다. 진즈부르그는 서양중세의 구조적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아주 사소하고 미세한 부분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집요하게 매달리는 대상은 중세의 농부이자 방앗간 주인인 메노키오이다. 메노키오의 재판기록이 아직까지도 보관되어 있었기에 진즈부르그는 그를 인용할 수 있었다.

저자가 메노키오에 대해 주목한 것은 그의 언술과 독서 경험 그리고 그가 소장하거나 읽었다고 판단되는 도서목록이다. 저자는 이러한 단서로부터 메노키오의 독서방식을 추적하고, 그의 독특한 사상체계가 바로 중세 농촌사회의 오랜 전통인 구전문화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물론 인쇄술의 발전에 의해 축적된 기록문화 - 직접적으로 그가 읽은 책들 - 역시 그의 사상체계의 재구성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음은 말할 나위 없다.

방앗간 주인을 통한 미시적 접근으로부터 구전문화에 기초한 진보적, 현실적, 반신학적, 반기득권적 농민문화의 오랜 전통 즉 중세 농촌의 거시적 구조체가 드러나고 있다. 사소한 시작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듯 - 마치 양쯔강에서 펄럭인 나방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초래하듯 - 중대한 역사적 사실이 밝혀진다. 마치 길거리에서 종이조각을 발견한 홈즈가 그것을 단서로 범인을 알아내고 범행의 실체를 완전히 재현해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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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학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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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 중국영토내 돈황의 막고굴에서 엄청난 양의 유적이 쏟아져 나왔다. 돈황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고, 실크로드란 신조어가 빛을 볼 것이었다. 한낱 유목민의 역사로서 치부돼 왔던 중앙아시아의 역사는 동서문명의 교류의 장으로서 새로이 조명될 것이었다. 동서교류의 경로로서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는 더이상 변방의 역사가 아닌 세계사의 새 주류로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실크로드를 연구하기 위해 유럽의 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일본의 학자들도 이에 가세했으며 심지어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도굴꾼들까지도 호시탐탐 기웃거렸다. 20세기 초부터 조명을 받기 시작한 실크로드의 역사학은 곧 찬란한 번영기를 맞았으며, 수많은 연구성과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 소개된 서구학자들의 저작만해도 '로마에서 중국까지' '실크로드 이야기' '실크로드의 악마들' 등 흥미로운 저작들이 출간되었고, 이웃 일본학자들이 쓴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 '돈황 석굴' 등 상당한 연구가 축적되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실크로드에 대한 한국학자들의 관심과 주목은 매우 뒤떨어진 감이 있었다. 이렇다할 연구도 없었거니와 서역을 연구한다는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 혹은 관련 연구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학문에 관해서는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후진국의 위치에 있으며, 이웃 일본과는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는 망연자실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러한 감정이 잊혀질 무렵 언젠가 서점에 들른 일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도 실크로드를 다룬 매우 커다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이 한국인 학자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에 적지않은 흥분을 느꼈다. 과연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일까? 저자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간첩 깐수로 뇌리에 남아있던 정수일 교수가 한국의 대표적 서역학자였다는 사실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더욱 날 놀라게 했던 것은 치밀하고 탁월한 그의 연구에 의해서였다. 여럿의 실크로드 관련 책들을 보아왔지만, 이 책처럼 안목이 높은 연구는 극히 드물 것으로 생각되었다. 기존의 실크로드연구는 유럽중심적인 역사서술 - 대표적으로 실크로드의 범위를 로마로부터 중국의 장안까지 바라보는 편협성 - 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 실크로드를 통한 한반도의 문명교류에도 주목하고 있다. 달리말해 실크로드의 범주에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혜초가 서역을 여행하고 '왕오천축국전'을 남겼으며, 일본인 고승인 엔닌 역시 불법을 구하기 위해 서역을 여행하고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남겼다. 뿐만아니라 한국의 위대한 문화유산 석굴암은 서역을 통해 간다라양식이 유입되었기에 건축될 수 있었다.
실크로드학은 우리나라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중국에 가까이 있는 지리적 특성상 한국의 실크로드학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이웃 일본학자들과도 연구성과가 긴밀히 교류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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