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식의 힘은 위대하다! 뉴튼은 축적된 지식의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을 과거인보다 우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과거인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현대인을 '거인의 무등을 탄 난장이'에 비유했다. 이 비유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뉴튼의 비유와 에코의 선견지명이 전적으로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 위대한 책 '총, 균, 쇠'는 시공을 넘나들며 인류 문명의 기원을 추적한 '지식 오딧세이'이다. 아마 이 책만큼 명쾌하게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밝혀낸 책은 이제까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의문을 품고 착수했던 프로젝트는 너무도 야심찬 것이어서, 세계적 석학들조차 혀를 내두르거나 회의를 품었음직 하다. '각 대륙과 인종에서 나타나는 문명발전의 우열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으며, 우열을 초래한 궁극 원인은 무엇인가?' 이 얼마나 야심차며 오만하기까지 한 질문인가!

그러나 저자는 기적에 가까운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인류가 축적한 다양한 학문을 동원하여, 그 수수께끼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이제 지상에 남은 모든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사형을 언도받는다! 왜냐하면 인종간 대륙간의 우열과 발전 차이는 단지 상이한 자연환경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문명의 상징인 총, 균, 쇠는 대륙간 환경의 차이로 말미암아 유라시아인들만 소유하게 된 우연의 산물이다. 신대륙 원주민들이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할 만큼 열등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던 것은 아니다. 만약 대륙간의 인종이 뒤바뀌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까? 유라시아에서 태어난 인디언들이 총과 쇠와 병원균과 문자와 정치조직으로 신대륙의 백인들을 유린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자, 이제 1만년 전의 인류가 유인원과 막 차별화되던 시점의 지구로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몇몇의 신대륙은 아직 인류가 도착하지 않은 빈 공간이며, 아메리카에는 배링해협을 건너 방금 도착한 인디언들이 적응을 준비하고 있다. 인류가 기원한 아프리카는 다양한 인종의 본산이며, 유라시아에는 오래 전에 정착한 인류가 터를 잡고 있다. 과연 1만년 전 자연환경의 차이를 제외하면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했을 인류 중, 어느 대륙의 인류가 가장 먼저 문명을 창조해 낼까?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모든 환경조건 면에서 유라시아가 월등히 유리했다고 본다. 유라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길들이기 쉬운 야생동식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전학적 조사를 기초로 대륙별 후보가축과 후보곡물의 자료를 제시한 후 유라시아의 손을 들어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원주민들의 두뇌와 유전적 기질에 대한 분석에 착수한다. 가축화 곡식화 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의 유전적 결함으로 길들이는데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원주민들은 주위의 야생동식물의 습성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이 길들이는데 실패한 동식물은 현대의 전문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라시아인들은 야생동식물의 식량화에 성공한 후, 문명사회를 만들어 냈던 것이며 다른 대륙을 훨씬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따라서 아메리카 인디언과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백인들에게 유린 당했던 이유는 열등한 유전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불리한 자연환경에서 출발한데 원인이 있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지식여행은 대강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세계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선, 인간에 의해 축적된 지식체계의 놀라운 장관을 체험할 수 없다. 세계의 위대한 석학들 가령 '스티븐 제이 굴드'는 즐겨 인간 종의 오만과 자존심에 칼날을 들이 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굴드를 포함한 인간 종의 위대함에 대한 확신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은 유일하게 지식의 세계를 개척한 종이기 때문이다. 이 책 '총, 균, 쇠'를 읽는다면, 누구라도 나의 생각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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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05-02-1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가을님의 서재에 들렀다가 이 멋진 서평글을 '다시' 읽게 되는군요. 문득 들렀다가 멋진 책들로 빼곡한 님의 서재를 둘러보는 즐거움을 오랜 만에 또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아울러 님의 서재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과 리뷰글 덕분에 제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