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현대사 문헌연구 - 한국현대사의 재인식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지음 / 백산서당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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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물론 한국전쟁을 경과하면서 심화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에 기인하고 있다. 남한정권과 북한정권 공히 정부로서 자신의 정통성만을 강조했을 뿐, 상대에 대해서는 외세에 의해 수립된 사이비정권으로 매도해 왔다. 국가의 법통성에 광분하는 이러한 집착성은 드디어 자신의 역사에 대한 과장이나 상대의 역사에 대한 의도적 왜곡을 초래하게 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일 따름이며, 남한의 입장에서 북한은 소련의 괴뢰정권일 뿐이었다. 상대정권을 매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사를 왜곡하는 방식이었으며, 남북 모두 이것을 유효적절히 이용해 왔다. 물론 자신의 역사에 대해 과장하는 방식도 충분히 이용되었다. 남한의 역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북한의 역사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를 항일운동의 정점에 위치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객관적 역사서술에 있어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역사서술의 기초자료인 사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낳기도 했는데, 특히 북한의 자료를 대하는 남한의 시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자료가 전적으로 왜곡되었거나 조작되었다는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한 첩경으로서의 의의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해방직후에 작성된 북한의 사료들은 전혀 왜곡되지 않았고 사실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물론 김일성수령제와 주체사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사료상의 가공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주로 삭제나 윤색의 방법이 적용되었다. 이는 주로 북한 내의 정치상 변화에 의해 수반되는 경향이 농후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료의 가공작업이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암시하는 징표로서 북한역사의 내적 동기를 포착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북한역사의 왜곡 특히 사료상의 왜곡이 가해졌다는 기존의 견해는 이런 점에서 온당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북한 사료상의 특징 즉 어느 것이 원자료이며 어느 것이, 어떤 면에서 가공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시금석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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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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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는 구체적인 사료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사실그대로의 역사를 거대한 산처럼 방만히 나열하는 것은(Ranke), 사실 개개의 중요정도를 간과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나열에 그치고마는 '의미없는 역사' 즉 무의미한 수집활동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역사가는 사실에서 중요성의 정도에 따라 구체적 사실들을 추출해야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구체적 사실들의 선별작업이 역사가의 평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평가작업과 아울러 사실에 대한 해석에는 역사가의 주관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역사가는 사실을 해석함에 있어 당대의 사상조류 속에서 해석하거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지 현재를 이해하려는 도구로서 '과거의 사실'을 바라보려는 서술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역사의 객관성에 대한 중요성이 깡그리 무시되어 역사회의주의에 빠지거나 역사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용하려는 오류를 배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역사가는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사실 그 자체에 무게를 두면서도 현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해석을 서술해야 한다. 일종의 중용적 자세인 것이다. 이러한 작업(과거와 현재의 대화)은 단 한번의 시도로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끊임없는 성실성에 의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만이 역사의 개관성과 진실성을 담보해 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역사가의 의무에 의해서만이 역사의 객관성과 진실성 그리고 역사의 정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E.H Carr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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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학원신서 4
칼 세이건 지음, 서광운 옮김 / 학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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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플레이보이'지에도 투고한 바 있던 칼세이건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 돼 버렸다. 천체물리학계의 따뜻한 인간미를 소유한 위대한 과학자의 전설은 마치 동화속의 혹은 머나먼 별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바로 얼마전 그가 세상을 타계했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는 TV시리즈물로서 방영되어 커다란 호평을 받은바 있고, 곧이어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물론 이것은 과학의 대중화를 모색해오던 칼세이건의 의도와 부합되는 것이기도 했다. 위대한 과학대중서적으로서 '코스모스'는 과학의 대중화와 아울러 세이건 개인으로서 천체물리학계에 과학적 공헌을 함으로써 그의 유명세를 떨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저작의 진정한 매력은 이것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세이건 자신의 과학적 세계관 속에 묻어나는 진솔한 인간미와 휴머니즘을 말하지 않는다면, '코스모스'의 생명력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외계인은 존재할까? 만약 그들이 우리를 방문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과거의 공상소설은 간악한 외계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세계인류에 확산시킴으로써 우리의 미래에 암울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세이건은 진단한 바 있다.

덧붙여 세이건은 외계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함과 동시, 우리의 외계인에 대한 태도 역시 휴머니즘적 자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우주라는 공동체 속에서 그들과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휴머니즘으로써만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래를 위한 과학은 더이상 윤리와 분리될 수 없다.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외계를 대하는 진솔한 인간미, 아름다운 우주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우리와 그들의 공존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칼세이건은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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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학
안병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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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서술은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중심의 극히 편협한 부문에만 국한되어 온 경향이 있다. 물론 세계의 모든 역사학계에 있어 역사서술의 이와같은 집중성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서양의 역사학은 정치경제부문의 집중성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재료들을 역사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성의 역사'는 이미 학문으로써 정착된 지 오래이고, 로마시대의 '매듭의 역사'나 '전차의 역사' 혹은 이 책에서 볼 수 있듯 '심성사'라든지 '일상의 역사' '축제의 역사' 등은 이에 대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전통을 경험한 유럽의 특수성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같은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의 역사 역시 '정치경제사 중심의 위로부터의 역사학'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역사를 주도하는 참다운 주체는 권력의 상층에 위치한 지배자라기 보다 권력의 하층에 위치한 대중이라는 점, 그리고 다양한 저변의 역사를 개척함으로써만이 학문의 기층부를 더욱 견고화하고 학문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점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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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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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3-4년 전에 타계한 그는 과학계의 큰 별이었다. 화성탐사 프로젝트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 그는 천체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기도 했다. 미국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지에도 기고하여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을 정도로, 그의 과학에 대한 애착심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코넬대학의 재직시절 유일하게 그의 연구실 출입문에만 이름표가 없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학생들이 그 전설적인 교수의 명패를 몰래 빼갔기 때문이었다.

칼 세이건의 이와 같은 명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물론 전세계에 과학을 보편화시키고자하는 진지한 열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부단한 실험 관찰 등의 성실한 자세 역시 그의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이건의 이와 같은 자산 외에도 과학에 대한 그의 합리적 세계관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몇년 전에 유행하기 시작한 일리야 프리고진, 프리쵸프 카프라, 에리히 얀치 등 신과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에 맞서 선전포고를 감행한 세이건은 이들을 사이비 과학자로 철저히 응징하고 있다.

과학은 신과학운동류와 같이 추상적 틀에 갖혀 있거나, 실증이 불가능하거나, 유추에 의존하거나, 실용적 성격을 결여하고 있을 땐, 이미 과학의 영역을 이탈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과학은 결코 골방에 틀어박혀 앉아 사변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의해 개척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며 데이타를 살피며 분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보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칼세이건은 우주를 개척하는데 앞장선 천체물리학자이자, 사이비과학을 추방하기 위해 그리고 과학계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과학철학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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