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물론 한국전쟁을 경과하면서 심화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에 기인하고 있다. 남한정권과 북한정권 공히 정부로서 자신의 정통성만을 강조했을 뿐, 상대에 대해서는 외세에 의해 수립된 사이비정권으로 매도해 왔다. 국가의 법통성에 광분하는 이러한 집착성은 드디어 자신의 역사에 대한 과장이나 상대의 역사에 대한 의도적 왜곡을 초래하게 되었다.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일 따름이며, 남한의 입장에서 북한은 소련의 괴뢰정권일 뿐이었다. 상대정권을 매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사를 왜곡하는 방식이었으며, 남북 모두 이것을 유효적절히 이용해 왔다. 물론 자신의 역사에 대해 과장하는 방식도 충분히 이용되었다. 남한의 역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북한의 역사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를 항일운동의 정점에 위치시켰던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남북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객관적 역사서술에 있어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역사서술의 기초자료인 사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낳기도 했는데, 특히 북한의 자료를 대하는 남한의 시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자료가 전적으로 왜곡되었거나 조작되었다는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한 첩경으로서의 의의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해방직후에 작성된 북한의 사료들은 전혀 왜곡되지 않았고 사실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물론 김일성수령제와 주체사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사료상의 가공이 뒤따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주로 삭제나 윤색의 방법이 적용되었다. 이는 주로 북한 내의 정치상 변화에 의해 수반되는 경향이 농후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료의 가공작업이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암시하는 징표로서 북한역사의 내적 동기를 포착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북한역사의 왜곡 특히 사료상의 왜곡이 가해졌다는 기존의 견해는 이런 점에서 온당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북한 사료상의 특징 즉 어느 것이 원자료이며 어느 것이, 어떤 면에서 가공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시금석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