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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
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은미 옮김, 선정우 감수 / 문학동네 / 2007년 6월
평점 :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라는 부제를 통해서, 지은이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타쿠’(일정 분야에 매니아 적인 관심을 넘어서 열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해 익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오타쿠라는 단어 자체가 문화현상을 반영하는 단어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은이는 애니메이션, 소설, 미소녀 게임 등 소위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하는 오타쿠들의 행태의 기원과 특성, 현대에서의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현대 일본 사회를 분석하려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오타쿠’라는 말이 일상화되어 있고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된 현재에 있어서, 이러한 지은이의 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지은이는 오타쿠와 포스트모던의 정의를 내리고, 오타쿠의 기원을 미국으로 보면서 오타쿠들은 패전의 상흔을 달래기 위해 더욱 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는 모두 미국산 재료로 만들어진 이차적이고 기형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2차 창작’과 ‘허구를 중시’하는 오타쿠계 문화는 시뮬라크르가 전면화되고, 단순히 작품이나 그 배후에 있는 세계관, 나아가서는 설정이나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심층에 있는 광대한 오타쿠계 문화 전체의 테이터베이스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코제브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주어진 환경을 부정하는 행동이 있어야 하는 반면, 동물은 항상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 가고 있는데, 전후 미국의 소비사회는 소비자의 ‘필요’를 그대로 충족시키는 상품에 둘러 싸여 또 미디어가 요구하는 대로 모드가 바뀌어 소비행태가 이루어져 동물화의 단계라고 한다.
이러한 논의 자체는 오타쿠에게 한정된 논의일 수도 있지만, 현재 오타쿠계 문화는 일본적인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도처의 서브컬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지은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컴퓨터 게임을 현실로 착각하고 벌어지는 범죄들이 종종 사회문제화 되는데, 이는 이러한 오타쿠들의 문화가 가지는 현실과의 괴리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인간과 테크놀로지를 연결하여 주는 고리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현대인들의 고독한 초상인 것이다.
보드리야르나 들뢰즈, 지젝 등이 주장한 내용을 자신의 이론과 접목시켜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고, 일본적인 현상을 일반화하다 보니 생소하게 느껴지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이 우리들에게 친숙한 것들도 있고, 역자가 책 말미에 해설을 곁들여 주고 있어 다소나마 이해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다. 아직은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현재진행형의 논의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한 번쯤은 고민하고 짚어보아야 할 사회현상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