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장의 명함이 100명의 인맥을 만든다! - 20대에 인맥의 씨앗을 뿌리면 30대에 틀림없이 성공한다!
양광모 지음 / 북북서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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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사회만큼 학연, 지연, 혈연을 중요시하는 나라도 없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성향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인맥”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사회 발전과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확실히 다시 인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맞다. 디지털 시대에 인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아날로그 시대보다 디지털 사회가 구조적으로 인맥이 다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가 세분화, 복잡화 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은 줄어든 반면, 가상공간에서는 익명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 상에서의 접촉은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측면이 강하고 인간적인 면을 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위와 같이 직접 접촉은 없는 가상공간이라는 거리감은 인간적인 면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되는 것이다. 바로 네트워크, 링크 라는 것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다. 요즘 심심찮게 블로그로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루에 수십만 명이 찾는 인기 블로그도 많다. 이러한 블로그들의 공통점은 “인간적이다”라는 것이다.

이제는 인맥이라는 것이 예전처럼 자신을 과시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개념으로 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인맥이라는 것도 잘만 활용이 되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이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바로 명함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명함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하는 명함은 몇 장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명함은 그저 관행적으로 주고 받는다. 지은이는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명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의하게 명함을 마구 뿌려서 되는 것도 아니다.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명함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교환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명함을 주고 받을때 자신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다 보니 설득력이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야기에 젖어 든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실천이다. 당장 명함을 꺼내어 나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봐야 할 것 같다. 명함은 그저 종이 쪽지를 건네고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라는 지은이의 말이 오랜 동안 머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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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위대한 100곡의 기타 송



록 역사상 가장 훌륭한 기타 송은 어떤 노래들일까.

록 전문지 <롤링 스톤> 최근호는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송 100곡(100 Greatest Guitar Songs of All Time)'을 발표했는데, 정확히 50년 전에 녹음된 척 베리의 'Johnny B. Goode'이 당당히 1위로 선정했다.

<롤링 스톤>은 척 베리의 곡을 1위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 곡은 로큰롤 기타의 매력을 처음으로 보여준 훌륭한 레코딩"이라 평했다.

척 베리에 이어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2위), 크림의 'Crossroads'(3위), 킹크스의 'You Really Got Me'(4위), 롤링 스톤스의 'Brown Sugar'(5위) 등이 그 뒤를 차지했다.

전체 100곡 가운데 상위 10위 권에 선정된 노래를 보면 대다수가 1960~70년대 발표된 곡들이다. 앞선 5곡 외에도 밴 헤일런의 'Eruption'(6위)은 1978년, 비틀스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7위)는 1968년, 그리고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8위)과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Statesboro Blues'(9위)는 1971년에 발표된 곡이다.

1960~70년대 이외의 곡 중에선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이 유일하게 톱 10위 안에 포함됐다.

100위까지 순위를 보면 전설의 로큰롤 명곡들이 두루 선정됐다. 이 가운데 비틀스와 지미 헨드릭스가 100위 안에 3곡을 올려놓았고,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크림, 핑크 플로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 제프 벡, 밴 헤일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이 각각 2곡씩 올렸다.

시대별로 보면 1950년대 발표된 음악은 5곡이 올랐고, 1960년대 32곡, 1970년대 46곡, 1980년대 18곡, 1990년대 10곡, 그리고 2000년대는 7곡이 선정, 역시 1970년대가 가장 풍요로웠던 록의 전성시대였음을 알 수 있다.

1950년대는 척 베리의 'Johnny B. Goode' 외에 빌 헤일리의 'Rock Around the Clock'(30위), 엘비스 프레슬리의 'That's All Right'(37위), 비비 킹의 'The Thrill is Gone'(68위) 등이 차지했다.

록 혁명기인 1960~70년대 곡들이 전체 78%를 차지한 가운데 1980년대는 프린스의 'Purple Rain'(19위),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28위), AC/DC의 'Back in Black'(29위),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33위)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1990년대 곡으로는 너바나에 이어 레이지 어겐스트 머신의 'Killing in the Name'이 24위에 올랐으며, 2000년대 곡 중에선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Seven Nation Army'가 21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송 Top 10

1위. Johnny B. Goode-Chuck Berry (1958)
2위. Purple Haze-The Jimi Hendrix Experience (1967)
3위. Crossroads-Cream (1968)
4위. You Really Got Me-The Kinks (1964)
5위. Brown Sugar-The Rolling Stones (1971)
6위. Eruption-Van Halen (1978)
7위.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The Beatles (1968)
8위. Stairway to Heaven-Led Zeppelin (1971)
9위. Statesboro Blues-The Allman Brothers Band (1971)
10위. Smells Like Teen Spirit-Nirvana (1991)

  2008/05 김獨 (quincyjones@hanmail.net)

* IZM - New St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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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로저 마틴 지음, 김정혜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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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선택을 하여야 하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광고의 카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순간의 선택이 어떤 일이나 인생의 향방을 좌우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으로도 많이 알고 있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선택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어느 하나만을 취해야 하는 경우에는 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딜레마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는 50명이 넘는 탁월한 리더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각각의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아이디어를 합성해냈다고 한다. 그들은 대립하는 두 가지 선택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새로운 차원에서 두 안의 장점을 모두 통합해내는 사고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사고 과정을 “통합적 사고”라고 부르며, 일반인들도 위와 같은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통합적 사고는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통합적 사고 과정을 네 가지 구성요소 즉 돌출요소(salience), 인과관계(casuality), 구조(architecture), 해결(resolution)로 나누고, 통합적 사고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 틀을 구성하는 요소인 입장(stance), 도구(tool), 경험(experience) 등 각각의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도표 등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입장(stance)을 설명하면서 “기존 모델은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립되는 모델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아직 발견할지 못했을 뿐 더 나은 모델이 존재한다, 나에게는 더 나은 모델을 찾을 능력이 있다, 나는 복잡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다, 나는 자신에게 더 나은 모델을 창조할 시간 여유를 준다.”와 같은 핵심 요소 6가지를 강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위 6가지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위와 같은 입장(stance)의 요소를 찬찬히 뜯어보면 결국 ‘통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고는 기존의 사고와는 다른 것들이므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용기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 이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도전적인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지은이는 이러한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공개 소프트웨어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모델이 가진 수익성이란 장점을 통합해낸 레드헷 리눅스의 봅 영, 대형 호텔의 다양한 편의 시설과 작은 호텔의 친근감을 통하여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조해낸 포시즌스 호텔의 이사도어 샤프, P&G의 사업 모델을 혁신하는 데 성공한 A.G. 래플리, 3류 영화제였던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 축제로 성장시킨 피어스 핸들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려운 흑인에게 사회적 희망을 주기 위한 대학을 설립한 태디 블레처 등이 보여준 사례들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생동감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통합적 사고는 위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히 비즈니스 문제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정치, 문화, 환경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아직도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은 Harvard Business Review 2007년 최고의 논문 중 하나로 인기를 모았던 ꡐHow Successful Leaders Think‘를 발전시켜서 엮은 단행본이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아주 탄탄하다. 이 책의 원제인 ‘Opposable Mind'는 대립되는 두 가지 생각 또는 사업 모델 사이의 긴장을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삼는 ’통합적 사고‘의 특징을 시각화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는 네 개의 손가락을 마주볼 수 있는 ’Opposable Thumbs', 즉 엄지가 나머지 네 손가락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 덕분에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고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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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도 눈부시다 - 선시가 있는 풍경
김영옥 지음 / 호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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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우리 문학계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독자층이 넓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책들 중에서도 독특한 소재를 가진 책이다. 선사(禪師)들 어록과 선시(禪詩)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계간 시문학 잡지 ‘포에버’에 ‘선시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것들을 잡지가 종간되면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십수년간 산중 수행자들을 찾아다니며 구도의 현장과 깨달음의 세계를 전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의 이야기 9편를 뼈대로 하고 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만 남기고 입적한 장수 스님의 마지막 며칠과 다비식 장면, 김천 청암사의 첫 비구니 행자였던 도림 스님의 출가 등 수행자들의 삶과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스님들의 수행생활을 담으면서 고금의 선사들 어록과 선시, 세속 시인들의 시와 글을 같이 녹여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정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적인 가운데 동적이며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수행자들의 모습과 삶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외적으로는 매우 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내적으로는 치열하면서도 동적이다. 자신을 이기지 않고서는 해탈의 길에 들어설 수 없는 것이 바로 불교가 아닌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불교에 관한 내용이나 교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선시나 선사들 어록 또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뜬구름을 잡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이해하려고 들면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마음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읽어 나간다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모든게 바쁘게만 돌아가는 사회. 음식을 주문해도 빨리를 외쳐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내리기 전에 먼저 오르거나 내달리는 사람들. 자신의 주장만 할 줄 알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 모습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대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너무나 세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비우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들려 주는 이야기들은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다. 괜한 욕심에 사로 잡혀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철따라 변하는 산천의 경개도 우리에게는 법문인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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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유순미 사진 / 호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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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회라고 하여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와 같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들에 대한 교육기회가 증대하고 여성들이 사회 각계 각층으로 진출하면서 금녀의 벽이 무너지는가 하면, 특정 분야에서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사회적 약자이며, 많은 부분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여성들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남성들의 시각에 의해 왜곡 내지는 은폐되기까지 하였다. 지은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실체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 되거나 평가절하된 대표적인 여성들을 찾아내어 조명한다. 우리 국토 곳곳을 누비며 멀리는 수백, 수천 년 전 이땅에서 살았던 그녀들의 숨결과 체취를 느껴보려 하는 것이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박제상 부인, 선덕여왕, 진덕여왕을, 강릉에서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을, 부안에서 매창을, 수덕사에서 김일엽과 나혜석을, 땅끝 마을 해남에서 고정희를 만나기 위해 지은이는 분황사터, 황룡사터, 첨성대, 벌지지, 여근곡, 오죽헌, 초당리, 곰소, 수덕사, 해남과 수유리 등 그녀들이 살았고 생활하였던 곳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여행은 혼자 해도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더없이 좋다. 이 책에도 지은이 이외에 사진작가 ‘류’와 친구 ‘봉소’가 등장한다. 여자들만의 여행인지라 풍성한 말잔치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 대화체 형식으로 된 글쓰기는 현장감과 사실성을 더해 주고 있는데,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오면서 유교는 당대 생활과 사고를 지배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었고, 자연히 여성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주변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으며, 사회는 갖가지 구실을 내세워 여성을 억압하고 종속적,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혼인과 상속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지위가 인정되었고 여왕이 존재하였던 신라에서 여왕은 고려와 조선시대 남성 역사학자들에 의해 평가절하되었고, 변방과 궁궐, 남성과 여성, 현실의 세계와 신선의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풍을 선보였던 허난설헌은 당대 진보적 지식인이었던 박지원, 홍대용으로부터 비난을 받는가 하면, 신사임당은 그녀의 작품과 재능이 아니라, 이이라는 훌륭한 아들을 길러낸 어머니로서, 그리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인 현모양처로서 인식될 뿐이었다. 물론 유교 전통사회에서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질곡의 삶을 살다간 매창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신여성 김일엽과 나혜석의 존재에 형언할 수 없는 동경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성적인 측면에서 부정한 여자라고 비난하는 이중성을 보이는가 하면, 시인 고정희는 남성 중심의 시어에서 벗어난 문학의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경험과 역사로 시를 쓰고자 하며 여성으로서의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는지를 상기시켜 주고 있다.

그녀들의 작품을 읽어 보고, 그녀들이 살았던 곳을 사진으로 만나 보고, 그녀들이 지나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그녀들의 세계와 조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당시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고, 그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녀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금 현재 이 사회에 발디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며, 그래서 그녀들의 인생과 삶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지은이가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었기에 이 글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여성에 대해 좀 더 진솔해질 수 있었고 좀 더 실체에 접근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지은이는 때로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때로는 경쾌하고 발랄하면서도 섬세한 여성 특유의 필체를 선보이며 유려하게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바라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은 색다른 체험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 주는 소중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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