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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도 눈부시다 - 선시가 있는 풍경
김영옥 지음 / 호미 / 2008년 5월
평점 :
예전에 비해 우리 문학계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독자층이 넓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책들 중에서도 독특한 소재를 가진 책이다. 선사(禪師)들 어록과 선시(禪詩)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계간 시문학 잡지 ‘포에버’에 ‘선시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것들을 잡지가 종간되면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십수년간 산중 수행자들을 찾아다니며 구도의 현장과 깨달음의 세계를 전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의 이야기 9편를 뼈대로 하고 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만 남기고 입적한 장수 스님의 마지막 며칠과 다비식 장면, 김천 청암사의 첫 비구니 행자였던 도림 스님의 출가 등 수행자들의 삶과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스님들의 수행생활을 담으면서 고금의 선사들 어록과 선시, 세속 시인들의 시와 글을 같이 녹여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정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적인 가운데 동적이며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수행자들의 모습과 삶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외적으로는 매우 정적인 느낌을 받지만 내적으로는 치열하면서도 동적이다. 자신을 이기지 않고서는 해탈의 길에 들어설 수 없는 것이 바로 불교가 아닌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불교에 관한 내용이나 교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선시나 선사들 어록 또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뜬구름을 잡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이해하려고 들면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마음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읽어 나간다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모든게 바쁘게만 돌아가는 사회. 음식을 주문해도 빨리를 외쳐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내리기 전에 먼저 오르거나 내달리는 사람들. 자신의 주장만 할 줄 알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 모습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대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너무나 세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비우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들려 주는 이야기들은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다. 괜한 욕심에 사로 잡혀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철따라 변하는 산천의 경개도 우리에게는 법문인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