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음반을 소개해주세요(이벤트)
영화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동생들 손을 잡고 성룡 영화를 보러 집근처 동시개봉관을 들락거린걸로 봐서는 초등학교때부터이지 싶다. 당시는 요즘처럼 비디오테이프나 디비디가 있던 때가 아니라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거나 아니면 TV에서 하는 명화극장을 기다려야만 했다. 영화 ‘영광의 탈출’의 메인테마와 함께 정일성씨의 목소리가 들리고 흑백영화 예고편이 나오면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 사랑은 음악을 좋아하면서 자연스레 영화음악 쪽으로 관심이 옮아가게 되었고, 한 장 두 장 사모으기 시작한 음반이 이제는 장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버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모은 비디오테이프와 LP는 디비디와 CD시대로 들어오면서 처분을 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 막급이다.
처음에는 어떤 기준도 없이 일단 음악이 좋다 싶으면 이것저것 마구 수집을 했다. 그러다보니 체계도 없고 두 번 다시 듣지 않게 되는 음반도 생긱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스코어 위주로, 그리고 예전 영화음악들 위주로 수집의 목표를 정해버렸다. 그렇게 수집의 기준을 정하고 보니 어느 정도 음반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번에 알라딘에서 하는 이벤트를 통해 겸사겸사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도 정리하고, 음반에 얽힌 추억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음반 수집을 하면서 느끼는 건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추억이 하나 둘씩 생긴다는 거다. 음악을 들을때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것 같다. 여기 소개하는 음반은 알라딘에 등록된 상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없는 음반은 추후 사진으로 찍어 올려 볼 생각이다. 여러분도 이 기회에 음반과 함께 추억 여행을 해보시는게 어떨지.
주로 이탈리아의 CAM사에서 제작된 음반들 위주로 한 컷 찍어 봤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표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 일식, 코멘치니의 부베의 연인, 조셉 로지의 미스터 클라인, 그리고 짐 자무시의 다운 바이 로, 장 꼭토의 미녀와 야수 등이다. 요즘은 최근 사우드트랙과 예전의 사운드트랙을 비교해서 자주 듣는데, 아무래도 고전쪽으로 자꾸 회귀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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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쿠스트리차라는 감독을 알게 된 영화였다. 시네마테크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이제까지 본 영화와는 다른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 날 이후로 이 영화에 대한 비디오테이프를 구하러 다녔고, 결국에는 손에 넣었다. 집시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영화여서 음악은 대부분 집시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집시 음악이라고 하면 낭만이 배어 나올 것 같지만, 고란 브레고빅이 들려주는 음악은 너무 단순하여 암울하게까지 느껴진다. 아코디온과 바이올린, 때로는 신디사이저가 끼어 들어 만들어 내는 사운드는 영화만큼이나 특이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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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는 한마디로 광고와 같은 영화다. 끌로드 를루슈가 선사하는 아주 감각적인 영상과 프란시스 레이가 들려주는 음악은 솜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특히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은 샹송과 보사노바를 적당히 믹스하여 막 사랑의 감정이 움트기 시작한 연인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사운드를 들려 주고 있다. 보사노바의 대가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까지 끌어 들였으니 사운드트랙으로서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니콜 크라우질과 피에르 바루가 불러 준 'Samba Saravah'는 이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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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는 언뜻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 한 영화로 기억되는데, 80년대 들어서면서 컬트 영화로 추앙을 받으면서 새롭게 조명될 정도로 영화의 고전이 되었다. 영화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영와음악이 있는데, 그건 'As Time Goes By'다. 이 음악은 영화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면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한 곡의 주제가가 이토록 영화 전체를 지배하며 영화를 지탱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의 뇌리에 더욱 선명하게 남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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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영화일 수록 더 궁금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좌파 감독으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그린 성과 정치에 대한 담론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파격적인 영상만큼이나 영화음악도 상당히 신선했다. 재즈계에서는 이미 그 이름이 잘 알려진 가토 바르비에리가 들려주는 프리 재즈와 탱고 음악은 떄로는 서스펜스를, 때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잘 짚어 내고 있다. 오랜 동안 기다려온 영화였던 만큼 영화음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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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Z'는 우리의 6, 70년대 암울햇던 시기를 연상시킨다. 음악을 맡은 미키스 테오도라스키는 그리스의 국민적인 가수로 정평이 나있을 정도로 그리스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리스 민속악기인 부주키와 피아노를 주로 이용하여 민요 풍의 곡들을 선사하고 있는데, 당시 시대상과 잘 어울리며 영화에 잘 녹아 들어 있다.그는 영화음악으로 인해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수배를 받기도 했다. 이 음악은 감옥에 있으면서 완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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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젠슈타인은 전함 포템킨에서 몽타쥬 이론으로 유명한데, 알렉산더 네프스키에서는 사운드의 몽타쥬를 시도하고 있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바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르다. 두 사람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융합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음악이 영화에 있어서 단순한 부수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에이젠슈타인의 실험정신과 프로코피에르의 탁월한 작곡 실력이 더하여져 걸작을 탄생시켰다. 사운드트랙은 구하기 힘들다. 폭군 이반과 커플링이 된 이 음반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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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야니스카치'는 호피 인디언 말로 '균형잃은 삶'을 뜻하는데, 자연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음악은 현대 미니멀리즘의 대가라 불리는 필립 글래스가 맡고 있다. 화려한 멜로디와 변주 대신 단순한 음을 반복하는 그의 음악은 영화가 가지는 의미를 잘 전해주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영상보다 음악이 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 맹숭맹숭한 것 같은데, 자꾸 듣다보면 어느새 그의 음악에 중독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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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흑인판 더티해리라고나 할까. 흑인 사립탐정 샤프트가 주인공이다. 사운드트랙은 소울계의 대부 아이작 헤이스가 맡고 있다. 지금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뮤지션이지만 당시에는 본국인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가수다. 도입부의 기타 솔로 등 약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70년대 액션영화의 이정표를 세운 사운드트랙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지. 이후로 등장하는 많은 액션영화에서는 이 영화의 사운드에 많은 영향을 받은 흔적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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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의 영화 '밀회'는 예전에 교육방송에서 하던 일요시네마에서 봤다. 물론 녹화까지 해서 몇 번을 돌려 봤다. 두 남녀간의 불륜을 절제된 화면으로 옮긴 데이비드 린의 연출력도 좋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제2악장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었다. 당시 영화에 클래식 음악이 삽입곡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관례를 깬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사운드트랙은 구할 수 없고, 위 곡을 연주한 음반으로 대신 만족해야 한다. 리히터나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흑백화면이 주는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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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가 나올떄 육중하게 흘러 나오던 첼로의 음색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로 등장하는 죠스보다 오히려 더 무섭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포 영화의 경우 보이는 대상물보다 보이지 않는 대상물이 전해주는 두려움이 더 강한 공포심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의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존 윌리엄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도 같이 호흡을 맞추는데, 죠스에서 들려주던 사운드 이상의 사운드는 들려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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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 마일스 데이비스. 공통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루이 말은 누벨 바그를 알리는 단초가 된 사람이고, 마일스 데이비스는 쿨 재즈의 단초를 알린 사람이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위험부담을 거뜬히 이겨내고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냈다. 그와 같은 조짐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즉흥적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예상이상이었다. 스릴을 배가시키고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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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의 악동 감독 팀 버튼이 있다면, 그에 필적할 만한 영화음악가로는 대니 엘프만이 있다. 언제나 팀 버튼과 같이 호흡을 맞추어 온 대니 엘프만은 이 사운드트랙에서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운드를 창조해 내고 있다.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는 음울하면서도 칙칙한 고딕풍의 사운드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밝고 경쾌한 두 가지 종류의 사운드를 마치 대위법 양식처럼 배치하여 독특한 사운드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팀 버튼이 그려내고자 하는 이미지를 아주 잘 구현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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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을 듣고 영화를 구해 보려고 가진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영화보다는 음악이 더 좋은 것 같다. 음악을 담당한 사람은 류이치 사카모토다. 직접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신디사이저를 사용해 동양적인 사운드를 계속해서 변주해 내고 있다. 한 번에 류이치 사카모토를 나에게 각인시켜 준 음악이었다. 그 후로 그에 대한 열성적인 팬이 되었고, 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리틀 부다, 마지막 황제, 쉘터링 스카이 등의 사운드트랙을 구하기 위해 레코드 숍을 기웃거렸고, 그의 음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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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영화가 항상 세계의 걸작영화 베스트 1에 선정된다는 것은 알 정도로 교과서와 같은 영화다. 당시 26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오손 웰즈 감독이 있었다면, 음악은 천재적인 작곡가 버나드 허만이 있다. 영화의 미스터리 구조를 살리기 위해 현악기를 배제하고 타악기과 관악기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레이션은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들어도 특이하다. 좀처럼 구하기 힘든 사운드트랙이었는데 최근에서야 정식으로 발매가 되어 버나드 허만의 온전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영화만큼이나 반가운 음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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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분위기를 받쳐 주는 영화음악이 있는가 하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영화음악이 있다. 이 사운드트랙은 후자에 속한다. 전쟁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광기와 공포를 이처럼 잘 담아낸 영화와 영화음악은 없지 않을까 한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그룹 '도어스'의 The End는 아이러니컬하게 들리고, 바그너의 발퀴레의 귀향을 틀어 놓고 융단 폭격을 해대는 전쟁광 킬고어 대령의 모습은 섬찟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영화의 암울하면서도 묵직한 주제를 사운드와 영화음악을 통해 아주 잘 전해주고 있는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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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은 영화의 음악을 자신이 선곡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특이하게도 폭력이 이루어질 때마다 베토벤의 제9번교향곡과 Singing In The Rain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장면과 어울릴 것같지 않는 음악을 사용하여, 관객들을 폭력이 행사되는 스크린으로부터 소외시켜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다운 시도였고, 이 시도는 잘 맞아 떨어졌다. 국내상영이 금지되었던 시절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고 사운드트랙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었던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