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생일이었는데 원래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만큼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서 퇴근을 하여 집에서 미드를 시청할 계획이었던 만큼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고 곧이어 사람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순간 당황하여 "이건 뭐죠?"라고 물었다. 생일 아니냐는 되물음에 맞아요 라고 담담하게 대답을
했다. 밖에서는 웬만한 일 아니면 감정기복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라 서프라이즈 파티를 하면 반응이 시큰둥한데, 생각해보니 좀 놀라고 해야 재밌을텐데...너무 무덤덤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때늦은 후회가 들었다.
저녁에 잡혀 있던 약속이 몇 시간 전에 취소되었던 바 집에 와서 미드를 보고 식후 간식을 먹으며 비몽사몽 상태에 있을 때 남동생이 왔다.
평소 온다간다 말이 없이 띡띡띡 번호키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리면 오는 것이 나의 남동생이다.
항상 오기 전에 연락이라도 줘라 하고 말을 하지만 절대 연락하지 않는다.
하여간 밤중에 번호키 소리가 나더니 쿵쿵거리며 들어와서는 "케익 사왔으니까 먹어"라고 시크하게 말하고 작은 선물을 하나 던져 주더니 제 방으로 쑥 들어갔다.
동생은 오늘 아침에 다시 돌아갔고 나는 여전히 남은 초코 케익을 먹고 있다.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들어왔다며 빌려가라는 문자를 보냈고
몇 개의 선물을 받았고 바쁜 세상살이에 잠시 뜸했던 지인들에게서 늦은 생일 축하 문자 겸
안부 문자가 오고 있다.
그다지 나쁜 인생은 아니군 이라며 혼자 자축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