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마음에 일기를 쓰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지는 것을...
뒤척이다가 다시 등을 켜고 책을 집어든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데 참 좋다.
선물로 받은 책인데 새해 인사도 못 전했군.
슬픔과 독서
지극한 슬픔이 닥치게 되면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기만 해서
그저 한 뼘 땅이라도 있으면 뚫고 들어가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두 눈이 있어 글자를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극한 슬픔을 겪더라도 한 권의 책을 들고 내 슬픈 마음을
위로하며 조용히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절망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된다.
만일 내가 온갖 색깔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해도 서책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라면
장차 무슨 수로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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