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기의 연구는 자기 이외에 아무도 해주는 자는 없다.아무리 해주고 싶어도, 해주길 원해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침에 법을 듣고, 저녁에 도를 듣고, 서재에서 책을 손에 드는 것도, 모두 스스로 깨닫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설법하는 법 중에, 남이 말하는 가운데에, 다섯 수레에 넘치는 좀벌레가 먹은 수북한 책 속에, 자기가 존재할 까닭이 없다. 있다면 자기의 유령이다.-357쪽
헛된 일을 헛된 일인 줄 알면서도 기대할 때는, 다만 그 기대만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편이 상책이지만, 그럴 수만도 없는지라, 마음의 소원과 현실이 맞는지 안 맞는지 꼭 시험해보고 싶어진다.시험해봐도 반드시 실망할 것이 뻔한 일조차 최후의 실망을 스스로 사실로서 받아들이기까지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392쪽
한가해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5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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