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딱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생각은 없었다.
몇몇 님들의 서재에서 보고난 후 예전부터 이 책은 나의 보관함 터줏대감이었고
책값도 비교적 착한지라 한국에 와서 사서 읽으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책을 빌리러간 도서관에서 무심코 프랑스문학쪽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그마한, 게다가 표지도 벗겨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는 건 우연이 아닐꺼야.
하면서 조용히 책을 빼내 대출신청을 했다. 물론 책 내용을 생각하곤 슬쩍 웃으면서...
책에 그어진 밑줄을 따라 묘령의 남자와 숨바꼭질을 하는 콩스탕스.
귀여운 그녀의 솔직한 행동에 가끔은 킥킥대고 가끔은 어머어머 어쩌면 좋아를 연발하며
두근두근 아기자기하게 읽어나갔다.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어찌보면 살인사건이나 보석도난이 등장하지 않는 가벼운 추리소설같은 이 책.
이 자그마한 책이 후반부로 갈수록 나를 끌어당겼다.
콩스탕스는 과연 비밀에 싸인 밑줄긋는 남자를 찾아 그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가고 있는데...
어머머..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에 '정말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분명히 누군가가 그은 밑.줄. 밑.줄. 밑.줄.
137p 그것은 우리의 곁을 떠나지도 않고,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죽는 일도 없다.
160p 내 이불 밑에서 나와 함께 잤다. 누군가 나와 함께 숨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누군가 잠결에 나에게 안겨오거나 내 몸에 부딪혀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
연필로 조심조심 그은 이 두 개의 밑줄.
과연 누굴까? 나의 밑줄긋는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저 두 구절에 밑줄을 그은걸까?
이건 우연일까? 나에게도 콩스탕스와 같은 인연이..?
난 허겁지겁 책 맨 뒷표지를 찾아보았지만 다음 책은 써있지 않았다.
아쉽게도 난 '단서 부족'으로 콩스탕스처럼 밑줄긋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 이 책을 빼꼼-하고 들춰보는 건 어떨까.
혹시 자신만의 밑줄긋는 남자를 만나는 행운이 당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