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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님 페이퍼에서 에르메스 스카프를 보고 떠오른 기억..;;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에르메스 제품이 지금도 애용하는 손목시계입니다. 이 시계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마침 엄마랑 유럽여행을 갈 일이 생겨서 파리에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었죠. 우리나라보다는 아무래도 쌀 것이라는 생각에..
파리에 도착하자 엄마랑 저는 기세좋게 상토노레에 있는 에르메스 본점으로 갔습니다. 점원들은 우릴 보고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상냥하게 인사를 하더군요. 1층을 지나 2층으로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제가 마음먹었던 시계쪽으로 가서 보여달라고 점원에게 부탁했습니다. 점원이 가져온 두세가지의 모델을 바꿔가면서 차보고 나서 처음에 사려고 했었던 모델로 결정을 했어요. 그리고는 한가롭게 다시 매장안을 둘러보는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손님이 하나도 없었어요 -_-;; 물론 원래 손님으로 바글바글한 매장은 아니지만 개미 한마리 없는 것이 이상해서 어리둥절하는 순간 점원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더군요.
'손님. 그거 사실껀가요?'
'네..? 네..'
'그럼 빨리 계산을 하고 나가주시죠. 지금은 점심 휴식시간입니다'
'...네???'
내 참 이태리나 스페인에 시에스타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파리의 가게에서 점심 휴식시간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네요 -_-;; 하여간 점원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조금 기분은 나빴지만 계산대로 갔습니다.
'이거 주세요'
'네. 카드로 하실껀가요?'
'네'
하는 순간 한눈에 봐도 점원 얼굴에 짜증이 팍팍;;; 아니 왜 내가 내 돈 내고 물건을 사는데, 그것도 한두푼도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아야되는거야 하는 생각에 저도 짜증이 팍 났지만 꾹 참고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사인을 하고 문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다시 점원이 저를 불렀습니다.
'손님, 정문은 이미 셔터가 내려져있습니다. 빨리 뒷문으로 나가주시죠.' -_-;;
저는 완전 화가나서 뭐 이런 가게가 있어 하며 영문을 모르는 엄마를 데리고 가게 쪽문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물론 한번 와서 몇천만원어치씩 쓸어가는 VIP들을 수두룩 빽빽하게 보는 그곳 점원들에게는 딸랑 싸구려 시계하나 사는 꼬질꼬질한 여행객이 단순히 점심시간 방해하는 존재로밖에 안보였을지 모르지만 제 입장에서는 한참 고민하고 월급 모아서 큰 맘먹고 사는거란 말입니다. 에르메스 본점 미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