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습니다. 학점, 각종 영어 시험 성적표, 추천서 등은 물론이고, 자기가 학교에 입학해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학업계획서 및 MBA의 경우에는 에세이도 굉장히 중요하죠.

저같은 경우는 워낙 날림으로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남한테 유학 서류를 부탁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해서 그냥 제가 대충 쓰고 며칠동안 읽어보고 고쳐서 보냈어요. 물론 나중에 읽어보니 문법도 가끔 틀리고 말 앞뒤 안 맞고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챙피한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유학을 온 걸 보면 기적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학서류를 제삼자한테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는데, 에이~ 나도 그랬으면 덜 챙피했을껄..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답니다;;;

얼마전에 아는 분이 회사 동료의 유학서류 준비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그러마고 했는데 막상 서류를 받아보니 지원하는 본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공이 무언지도 추천서를 보고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수준에다가 생면부지인지라 심지어 남자분인지 여자분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이름이 남녀 모두에 쓸 수 있는 이름이었거든요.

지원하시는 학교들을 보니 정말 '쟁쟁한' 학교들 뿐이던데, 사실 주변에 MBA 공부하는 사람들 보면 수업을 못따라가서 힘들어하시는 분들보다는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본인이 일단 작성을 하고 native speaker에게 문법같은 부분을 교정받는다면 또 몰라도 아예 처음부터 사소한 서류 하나까지 몽창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어떨까 싶네요. 제가 갈 학교도 아니고, 제 전공 분야도 아닌데, 나는 이 학교에서 뭘 중점으로 공부할 것이고 앞으로 내 미래 커리어가 어쩌구저쩌구 쓰다보니 조금 씁쓸해졌습니다. 입시 사정하는 교수님들이 귀신같이 본인이 안 썼다는 걸 알아챌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이번엔 약속을 했으니까 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탁 안 받고 싶네요. 어쨌든 써드린 분은 합격했으면 하지만요.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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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늘빵 2006-01-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 입사 자기소개서 써주면서 음. 친구지만 그의 자잘한 경험들까지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고쳐준 적 있어요. 누가 저한테 그런 부탁할 때는 일단 먼저 본인이 써와라. 그리고 나서 내가 고쳐주겠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부탁 받으면 기분은 좋지만, 별로 하고싶진 않아요. 거짓 자기소개서 같아서.

Kitty 2006-01-10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결국 투덜거리면서 다 썼어요 ^^;;;

아프락사스님/ 네. 저도 앞으로는 별로 안하고 싶네요. 그냥 의견만 말해주는거면 몰라도 처음부터 쓰는건;;; 그러다가 떨어지면 어떡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