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자그마한 책이다.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가벼워서 그리 크지 않은 내 핸드백에도 쏙 하고 들어간다. 아니, 꼭 가방에 넣지 않아도 깔끔한 흰 표지로 되어있어 들고 다니기만 해도 상큼하다. 마치 표지도 무소유!를 주장하듯이..

이 책을 얼마전에 잡고 읽다가 문득 깨달은 건, 내가 이 책을 예전에 한 번 읽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꽤나 오래전에. 처음엔 치매를 의심하며 머리를 쥐어뜯었으나,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고 나서 이 책을 두번째 읽게되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상당히 좋았으니까.

무소유. 라는 제목 그대로의 글들. 분명히 글의 말투는 조용하고 담담한데 뭔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던 것이 소화제를 먹은 듯 쑤욱 내려가는 느낌이다. 난 개인적으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가끔 스님들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왠지 모르게 향기로운 녹차처럼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밑줄도 많이 그었고 아....하고 조용히 읽던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첫번째 읽을 때는 별로 알아채지 못했었는데, 꽤나 놀랐던 것은 이 책의 글들이 대부분 60-70년대에 쓰여진 글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한강 나룻배 이야기 같은 에피소드는 글이 쓰여진 시대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이기는 커녕 지금 읽어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역시 좋은 글은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일까.

아마 한 5년쯤 뒤에 또 한번 이 책을 들고 한 10페이지쯤 읽다가 어 이거 분명히 예전에 읽었는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이 책의 글들은 나이를 먹지 않을 테니, 세 번째로 읽은 후에도 5년 후의 나에게 또 다른 많은 생각꺼리를 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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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1-0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중학교 때 산 것 같은데... 물론 아직 갖고 있구요.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나이를 먹지 않는 글이라니... 멋있어요.

하늘바람 2006-01-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책은 두고 두고 읽어도 감동이 백배지요

Kitty 2006-01-02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오랜만에 읽어봤더니 참 좋더군요. 생각보다 오래된 책이라서 저도 놀랐어요.
바람님/ 그렇지요? 그래서 좋은 책은 빌려읽기보다는 사고싶은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