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뜬금없지만, 이주헌씨에게는 개인적으로 참 고마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기행은 그 후 저의 여행을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이주헌씨 덕분에 놓치치 않고 감상할 수 있었는지요. 덕분에 그 후 곰브리치를 읽었고, 잡히는 대로 많은 가벼운 미술 서적을 읽었고,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 미술관 관람은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화가와 모델. 처음에는 어여쁜 표지의 아가씨가 제 마음을 끌어서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생각해보면 모델은 그림에서 참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실제로 관람자들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것은 화가가 아니라 바로 모델이니까요. 실제 화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화가가 그린 모델의 얼굴은 수십년, 수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기 마련이지요.

 

이 책은 크게 아내, 연인, 그 외의 관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 속에 탄생한 무수한 걸작들, 불꽃같은 연애 감정이 빛어낸 명작들, 그 외의 특별한 관계로 열매 맺은 작품들이미 아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처음 읽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공통점은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림 속에서 수백년전의 모델이 건네는 눈빛, 손짓 하나하나가 무수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림 속의 모델이 화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포즈를 취했는지, 화가는 모델에게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이런저런 생각이 물밀듯 밀려오더군요.

 

연인인 듯 보이는 남녀가 행복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그림을 본다면 '아..좋을 때다..'하고 빙긋 웃고 말겠지만, 만약 '이 그림이 그려진 직후 여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같은 그림을 본다면 어떨까요? 그림에 대한 감상은 180도 달라질 것이고 두 사람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슬프게 느껴지겠지요. 이 책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여행했던 미술관에서 휘슬러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 조안나를 만날 수 있었고, 이제까지 이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다른 모델들도 유심히 살펴보며 무수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번 이주헌씨에세 신세를 진 셈이네요. 이주헌씨 책에 대한 저의 충성심(?)은 아마 계속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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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1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는 만큼 보이지요. 저도 얼른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겠어요

비로그인 2005-12-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군요.제가 책 선택기준이 한정 되었었는데...고마워요. 추 ~

Kitty 2005-12-15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잘 몰라서 쉬운 책들만 읽지만 언젠가는 안목을 키워서! ^^
따개비님/ 저도 미술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주헌씨 책을 보고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