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의 일본 여행이었다. 한 10년쯤? -_-
미국에 있을 때에는 휴가 모았다가 한국에 오기 바빠서 도저히 일본까지 갈 짬을 내기 힘들었다.
이제 가까워진 일본! 마음 먹으면 주말에 휙 다녀올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ㅎㅎ

출발하는 날 새벽에 비몽사몽 + 덜덜 떨면서 공항까지 갔다.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거야.
제주항공이라는게 처음 생겼다고 해서 한 번 이용해 보았는데
비행기 작다고 해도 미국 국내선에서 워낙 콩알만한 비행기;;; 많이 타본지라 이정도면 대략 감지덕지하다.
기내식도 주먹밥 정도면 땡큐. 어차피 가면 죽도록 먹을 것이기에...

1시간 남짓 가서 내린 칸쿠(関空).
진짜 10년만인거 같다. 마지막으로 왔던게 2000년이었나? (먼산...)
사방에서 오사카 사투리가 들려오는게 역시 칸쿠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항과 연결되어 있는 철도역에서 오사카 출장표(大阪出張切符)를 끊었다.
이건 인터넷 검색하다가 발견한 표인데, 완전 강추하는 표.
나처럼 딱히 관광에 별 관심없고 그냥 시내에서 맛있는거 먹거나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사람에게는 최고다.
가격은 1,500엔인데 칸쿠에서 난바역까지 특급열차 라피도(Rapido) + 오사카 전철 1일 패스를 준다.
라피도 가격이 1,390엔 + 오사카 1일 패스 850엔 = 2,240엔 -> 이걸 1,500엔에 주는 셈.
굳이 라피도를 안타고 일반 급행을 타더라도 890엔 + 850엔 = 1,740엔이니 그래도 이득이다.
다른 패스를 사지 않은 사람은 무조건 이 표를 끊을 것! (강조) 

그리하여 팔자에 없는 특급열차 라피도에 탑승. 외관도 남다르다 ^^





전 좌석 지정제. 사람도 없고 완전 최고다. 역시 돈이 좋은거 ㄷㄷ 5000원 더 냈다고 이런 훌륭한 대우라니.





공항에 내리자마자 냉큼 자판기에서 하나 뽑아 든  녹차.
녹차 매니아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ㅠㅠ 많이 마시고 가야지.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당연히 도톤보리로 향했다. 일단 점심을 먹어야 하는 관계로.
도톤보리에 들어서니 반갑게 맞아주는 대형 게껍질;; 카니도락이다. 너 참 오랜만이다...
엄마는 패키지 여행가서 여기서 밥먹었다고 그러던데 나는 이런 고급(?) 식당은 별로 안 그리웠다고...! 


  

하지만 지나가다가 이걸 발견하고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키티짱의 머리에 누가 게를 씌워놓았어! ㅠ_ㅠ



도톤보리 후덕 아저씨 (도톤보리 극락 상점가)

  

유명한 먹다가 쓰러진 쿠이타오레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해도 1시간 후에 내가 먹다가 쓰러질 줄은 몰랐다 -_- 




도톤보리 대로에 있는 킨류(金竜) 라면.
워낙 유명한 집이기는 한데 이건 뭐;; 김치가 있네? 뭥미...;;
미국에 있을 때 같은 부서에 오사카에서 온 애가 있어서 걔랑 맨날 먹는거 얘기하면서 울부짖었다. 
그 때 걔가 제일 많이 얘기한게 바로 킨류.
나쁘지는 않지만 라면을 딱 한 끼만 먹는다면 역시 나는 돈코츠보다는 쇼유다.
(미소 라면이랑 시오 라면은 안먹는다 -_-) 

  

킨류 바로 앞에 사람들이 항상 줄서있는게 바로 오오타코.
그래도 예전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 다른 타코야키 집도 워낙 많았고.
쿠쿠루(くくる)같은 체인점도 있었는데 도쿄에서야 가끔 쿠쿠루에서 사먹었지만 오사카까지 온 마당에 훗-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가무쿠라(神座)
이건 나올 때 찍은 사진이고 들어갈 때에는 줄을 서있었다. 별로 길지는 않았기에 그냥 서서 기다렸다.
우선 작은 차슈 토핑을 얹은 라면 식권을 구입.  

  

푸리즌 부레이쿠의 석호필이 와서 먹었다는 광고가 ㅋㅋㅋㅋㅋㅋ 
엔트워스 미라는 또 뭐야 무슨 이집트 미라도 아니고;;


  

잠시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가서 식권을 건네주고 기다리는 중.
역시 가게 안은 정신이 없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종업원들.


  

1분 후. 라면 나오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우아우 이게 몇 년만에 제대로 된 라면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겨우 참았다. 라면 먹으면서 울면 정신나간 여자로 볼 것 같아서 -_-

역시 너무 맛있었지만 차슈는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될 뻔. 너무 많아서 반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흑흑
차슈 말고 기본 토핑으로 나오는 가쿠니(角煮) 틱한 저 네모난 고기가 훨씬 더 맛있었다.
짭조름한 돼지고기가 씹을 필요도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이걸 어떻게 말로 다해 어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터질 것 같은 배를 두들기며 라면가게를 나서는데 내 눈에 들어온 런치팩 판매대 -_-
런치팩은 겉부분을 잘라낸 흰 식빵 사이에 여러가지 고명(?)을 넣어 압축 샌드한 빵인데
종류가 무지 많고 이름 그대로 음료랑 같이 런치로 먹으면 딱이다.
딸기잼같이 평범한 것부터 각종 고기, 과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맛이 있다.
특히 위쪽 맨 왼쪽에 있는 밀키 크림 들어있는 런치팩 맛이 너무 궁금해서 하나 구입했다 -_-
(방금 앞집에서 배터지게 점심 먹고 나온 인간 맞는지...) 아참 가격은 136엔으로 저렴하다.  



그리고 소화도 시킬 겸 도톤보리를 따라 어슬렁거렸다.
비온다는 예보도 있어서 우산 들고 갔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뿌듯하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따뜻하기도 하고 ^^
나는 원래 여행가면 항상 날씨가 좋아서 晴れ女라는 별명까지 붙은 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1년 내내 꾸물거린다는 보고타에서도
머무는 4박 5일 내내 비 한방울 안와서 숙소 주인이 감탄을 거듭하며 집에 가지 말라고 하였다 우하하

돌아다니다가 기념품 가게를 발견하여 들어가보았다.




미남들의 두부 케이크. 폰트랑 그림 그려놓은게 웃기지 않은가. 미남인데 두부 케이크는 또 뭐야 ㅋㅋ


  


이건 여성용 푸딩 -_- 저 위의 미남 케이크 옆에 얌전히 전시되어 있었다.
달콤한 비밀의 디저트라는데 이건 뭐 변태도 아니고 (이걸 찍은 나도 참 -_-)


  


도톤보리의 햄버거집 비쿠리동키





발길을 돌려 신사이바시 쪽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글리코 맨 ㅋㅋ 오늘도 속옷차림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그 옆에 유키지루시도 보이고 이것저것 옛날 생각 난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갑자기 어깨를 툭 치면서
"ね、ね、何やってる?今暇?(야, 너 지금 뭐해? 시간 좀 있니?)"  이래서 기절초풍했다. 이건 또 무슨 삐끼야 -_-
"야 뭐하고 있긴, 사진 찍고있는거 안보이냐? 시간 없어!"  매몰차게 쏴주니 흠칫 하고 도망간다;


 

도톤보리를 흐르는 강.
노란색으로 보이는 건 할인점 돈키호테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았는데 여기도 많이 깨끗해졌다.
그러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대강 사진을 찍고 아까 배가 고파서 정신없이 지나쳐온 DVD/서점 츠타야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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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5-04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슈는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될 뻔. 너무 많아서 반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 -> 혹시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키티님이 많아서 남겼다고 하면, 진짜진짜 많은거임. 우왕- ㅋㅋ

우왕- 저도 오사카 간지 근 10년 된 것 같은데 저 간판들 반갑네요. 오사카에서 진짜 하루에 막 네끼씩 먹었어요. (타코야키, 라면 이런건 끼니로 안 쳤음 'ㅅ' ) ㅎㅎ




Kitty 2010-05-04 18:14   좋아요 0 | URL
제가 먹는건 좀 알아줍니다 -_-b ㅋㅋㅋㅋㅋ
저도 진짜 만 10년만에 갔는데 거리는 좀 더 깔끔해진거 같지만 식당들은 대부분 그대로 ㅋㅋ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게 되자 침대에 누워서 숨만 쉬었어요 ㅠㅠ

2010-05-04 0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4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5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5-0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3년간 일본행 비행기표 예약했다가 취소하기가 몇차례인지...자꾸 제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있네요. 학생때는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어 못가고, 이제는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못가고...주말에 휭 떠날 수 있는 키티님이 왕 부럽습니다.

Kitty 2010-05-04 18:16   좋아요 0 | URL
에고 ㅠㅠ 그냥 휙 지르세요! 인생 지르고 사는 거죠 뭐 (먼산...;;)
방학 때는 시간 없으신가요? 워낙 가까워서 저도 휴가 안나고 그냥 다녀왔어요.

L.SHIN 2010-05-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키티님 덕분에, 오랜만에 그리운 거리를 구경했군요.(웃음)
그런데 덕분에 기억이 나버렸습니다. 제가 그 곳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을 때, 웬 남자가 저보고 호텔 가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대낮에. -_- 그 때 머리통 한 대 때려주지 않은 걸 두고두고 후회했었던..ㅋ

Kitty 2010-05-04 18:19   좋아요 0 | URL
오 허접한 사진이나마 추억을 떠올려드렸다니 기쁩니다 ㅋㅋ
저곳에 어슬렁거리는 남자들이 많군요! 나빠욧!!
그런 남자들은 아주 살벌하고 험악하게 혼쭐을 내줘야 합니다!

pjy 2010-05-0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나는게 많아요^^ 사진으로 봐도 진짜 날씨 화창하군요^^
전 주로 인물로 사진을 찍는 타입이라 어쨌든 기억나는 길거리~~
미모가 돋보이지 않는 관계로 말걸어주는 남자는 없었지만,
일본인, 외국인 모두 길은 잘만 물어보더군요^^; 착해보이나@@;

Kitty 2010-05-04 18:20   좋아요 0 | URL
네. 날씨 너무 좋았어요~~ ㅎㅎ
전 인물사진은 잘 안찍어서 (아니 못찍어서 ㅋㅋㅋ)
pjy님이 순하고 착하게 생기셨나봐요!! 그래서 길은 잘 가르쳐 주셨어요? ㅎㅎ

pjy 2010-05-05 16:13   좋아요 0 | URL
제가 심하게 가식적으로 웃고 댕겨요ㅋㅋ 남의 나라에서 인상 드러워서 칼맞을순 없잖아요^^;
일본어도 못하고, 무대뽀영어하는 관광객일뿐~
홧? 아이 돈트 언더스땐드 유어 코멘트~ ㅋㅋㅋ

Kitty 2010-05-05 21:22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얕볼까봐 막 얼굴에 힘주고 다녀요 ㅋㅋㅋㅋ

마법천자문 2010-05-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본에 가서 모닝구 무스메 공연 보고 싶어요.

Kitty 2010-05-04 18:20   좋아요 0 | URL
오모나 요즘 대세는 AKB입니다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5-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이 튀어나와서 반가웠어요.ㅎㅎㅎ
음식 기행 책하나 쓰셔야겠어요.^^

Kitty 2010-05-05 21:22   좋아요 0 | URL
저는 번듯한 식당이 아니라 주로 길거리 음식을 즐겨서 ㅋㅋㅋㅋㅋㅋ
길거리 음식 기행이라도 하나 써볼까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