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이런 표현이 있다.
아기 때부터 값비싼 은수저를 쓸만큼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팔자로 태어났다는 말일텐데,
그야말로 이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케네디가'의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

미 상원의 거물 중 거물.
뇌종양인가 하는 중병으로 입원하여 상원 업무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제작년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 그야말로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여
오바마를 지지하는 stump speech를 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았었는데 꽤나 감동적이었다.
비록 '케네디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 시기는 예전에 지났더라도 말이다.
(왜 어렸을 때에는 세계위인전집에 링컨이랑 케네디가 꼭 들어있지 않았었나요? 요즘도 그런가;;
소시적에 그거 읽으면서 진짜 존경했었는데 ㅋㅋ)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바로 그 에드워드 케네디의 자서전이다.
일 때문에 500페이지가 훨씬 넘는 ㄷㄷㄷㄷ 이 자서전을 꾸역꾸역 읽고 있는데 나름 재미있다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서적판 포레스트 검프같다.
왜 검프에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가.  
친구가 사과 장사를 시작한다더니 알고보니 애플(Apple)사였다거나,
맞은편 아파트에서 누가 밤늦게 불을 켜고 있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그게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거나 등등 ㅋㅋ 

우리집에 주황색 긴 옷을 입은 아저씨가 놀러와서 무릎 위에서 놀았더니만 알고보니 교황이었네?
차를 타고 가다가 아는 아저씨가 보이길래 내려서 인사를 했는데 그게 조지 부시였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작은 형이 군대 다녀오더니 정치가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근데 그게 케네디 대통령이었네? 
뭐 주로 이런 수준. 뭐랄까 너무나 평범하고 담담하게 얘기해서 놀랍다기보다 오히려 웃기다 ㅋㅋㅋㅋ

책은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 케네디가 온몸으로 겪은 미국 정치사, 근대사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펼쳐진다.
지금 닉슨과 워터게이트 부분을 읽고 있는데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닉슨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차례차례 대법관 후보에 지명했었다는 사실은 그저 경악스럽다.
알고보면 지금으로부터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니다. 고작 1960년대 말, 1970년 무렵.
흑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 자체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법관 후보 정도의 물망에 오를만한 법조인들이 70년대 초반까지 '백인의 우월성'을 믿고 있었다니 할 말이 없을 뿐.
그러고 보면 정말 인종문제에 있어서는 먼 길을 걸어온 듯 싶다. 물론 아직도 그보다 더 먼 길이 남았지만...

각국 최고권자들과 친구먹고 1950대에 자가용 비행기로 전국을 누비는 '간지나는 삶' 
비록 그처럼 살아낼 자신은 없더라도 흥미만땅이지 않은가.
물론 그 삶에 형제의 절반을 암살과 사고로 잃은 아픔이 함께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 아저씨(아마 대필작가가 썼겠지만) 꽤나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후훗.
같은 민주당 거물이라도 난 클린턴의 회고록은 매우 경멸했지만, 이 책은 꽤나 재미있다. 
(회고록을 경멸했다기보다 클린턴이라는 인간 자체를 경멸했지만;;)
다 읽고 나면 리뷰도 함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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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오래된 릭키 슈로더가 나오는 시트콤 제목이 "실버스푼"이었었죠.
골드가 아닌 왠 실버지.? 란 의문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Kitty 2010-01-07 21:55   좋아요 0 | URL
릭키 슈로더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의 이름 ㅋㅋㅋ
글쎄요 왜 골드가 아닌 실버일까요. 역시 장롱에 쌓아놓기에는 금이죠 금! (응?)

세실 2010-01-0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표현이 참 재미있네요.
참으로 거물급들과 놀았습니다. 교황에, 조지 부시에, 케네디 대통령에....ㅎ

Kitty 2010-01-07 21:57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잘 잊어버리지 않더라구요.
이 책에는 그냥 그 시대에 살았던 내노라하는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ㅋㅋ

2010-01-07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01-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나는 삶 ㅋㅋㅋㅋ

Kitty 2010-01-07 21:56   좋아요 0 | URL
간지납니다 뭐 40-50년대부터 세계일주를 밥먹듯이 하고 ㅋㅋㅋ

마법천자문 2010-01-0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 자서전의 본좌는 역시 사라 페일린 여사의 Going Rogue죠. 미국 아마존에서는 배꼽 빠지게 만드는 각종 태그, 별하나 리뷰들과 함께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자리 잡았더군요.

Kitty 2010-01-09 02:19   좋아요 0 | URL
악 페일린도 자서전을 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안냈을 리가 있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 듣고 찾아보니 진짜 배꼽잡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01-2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