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여행기 올려봅니다. 기억력이 하루가 다른데 잊기 전에 올려야지요 ^^;;;


다른 곳에 가려고 하다가 비자의 압박 때문에 얼떨결에 마일리지로 끊은 보고타행 비행기표.
안그래도 아무 사전지식이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회사일이 미친듯이 바빠지면서 공항에 가면서도 머리는 백지.
납치율 세계 1위라는데 -_-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한걱정이다.
믿을건 든든히 챙겨넣은 복대와 스페인어 전자사전뿐..ㅠ_ㅠ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공항 서브웨이에서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샀는데 먹는 둥 마는 둥. 목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게이트에 가보니 동양사람은 커녕 미국사람도 거의 안보이고 승객이 모두 콜롬비아 사람들인 듯 ㄷㄷㄷㄷ
황당한건 탑승 안내방송도 스페인어로만 하고 영어는 어디다 팔아먹은건지...-_-
여기 아직 미국이거든!!!!!!!!!!!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들었지만 눈치로 대강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
다른 승객들이 '넌 뭐냐' 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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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한 장.

4시간 반 정도의 비행이지만 그래도 국제선이라고 기내식까지 주는 센스 ^^
좀 피곤해서 비행기 타자마자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승무원이 막 흔들어 깨우더니 '비푸? 오어 치킨?'
비몽사몽간에 '치킨!'을 외치고 치킨버거랑 브라우니를 받아서 기내용 가방에 찔러넣고 다시 잠이 들었다.

보고타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5시;;;
실컷 자다 깨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부터 조심 또 조심하는거야.

일단 숙소까지 택시를 타기 위해 가져온 20불을 콜롬비아 페소로 바꿨다.
아 그런데...새벽에도 일하는 공항 환전소의 언니가 너무 예쁜거다!!!!!!!! 오호호
(여자들도 예쁜 여자 좋아한다 ^^;;;) 

미인 많다는 콜롬비아 역시 명성대로야~! 흐뭇해하는데 예쁜 환전소 언니가 자꾸 날 보고 뭐라뭐라 하는거다.
뭐 어쩌라고...? 스페인어로 따따따따...안그래도 잘 못알아듣는데 유리창 넘어로 얘기하니 당최 뭔 소린지 알 수가;;; 
답답해진 언니가 종이를 잡고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뭔가 누르는 시늉을 한다.
설마 지문 찍으라고?????? 뭔 나라가 달랑 20불 환전하는데 지문까지 찍으라고 하나? -_-;;;   
엄지손가락을 펼쳐서 종이에다가 누르는 시늉을 하니 언니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뭐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별 수 있나;; 엄지손가락으로 지장을 꾸욱 눌러주고 44,000 페소를 받았다.
1달러에 약 2500 페소정도 하는데 공항이라 환율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참고로 현금카드로 시내에 있는 ATM 머신에서 돈을 뽑으면 훨씬 좋은 환율로 인출할 수 있다.)


페소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와 택시 터미널에서 숙소 주소를 말하니 규정 요금을 찍어준다.
그 종이를 받아 택시를 탔는데 타자마자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털컥 하고 택시문을 잠그는거다.
아 그 때부터 공포의 택시 주행이 시작되었으니...ㄷㄷ  
보고타 택시에 대한 흉흉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은게 탈이었다.

택시 아저씨가 멈출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콩닥
'여기서 납치되는게 아닐까? 여기서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는건 아닐까?'
'나 돈 없어요. 여권만은 돌려주세요' 뭐 이런 말을 스페인어로 작문하면서 
패닉 상태로 약 30분간 바들바들 떨다가 정신차려 보니 숙소에 도착;;;;
금방 떠나지도 않고 내가 숙소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봐주는 아저씨를 왜 의심했을까 ㅠㅠ
아저씨 미안해요 ㅠㅠ

이렇게 식은 땀을 흘리고 나니 급피곤해져서 체크인 후 죽은 듯이 잠들었다가 9시쯤에 일어났다.
이제 슬슬 외출을 해볼까...
 

 


일단 보고타의 구시가지라는 라 칸델라리아(La Candelaria)로 향했다.
이곳은 보고타의 가장 남쪽에 해당하는데, 사진처럼 뒤쪽에 산이 감싸고 있는 언덕 형태다. 
참고로 보고타는 해발고도 약 2600m에 달하는 고산도시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호흡이 가빠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는 등, 가벼운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하는데,
역시 나는 고도가 높은지 낮은지 알게뭐냐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곰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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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으로 향한 곳은 라 칸델라리아의 중심 볼리바르(Bolivar) 광장.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중심이 되는 광장이 있는데, 역시 남미도 예외는 아니다.
광장으로 들어서니 역시 무수한 비둘기들이 나를 반겨준다.
비둘기들은 광장의 필수 엑스트라란 말이냐...
그 와중에 비둘기 먹이를 파는 아줌마도 보인다.


 


볼리바르 광장은 보고타의 대통령 궁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 건물이 네모난 공터를 둘러싸고 들어선 형태다.
그 중에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이 성당.
독실한 카톨릭 국가답게 시내 어디서나 성당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들어가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럴 때만 기도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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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날씨 진짜 좋다...ㅠ_ㅠ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보고타는 4계절이 따로 없고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데, 4월과 10월에 가장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필이면 장마철에 여행을 간 셈이다. -_-
너무 급하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날씨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비행기표를 끊어버려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인터넷에서 일기예보를 찾아봐도 폭우 - 비 - 천둥번개 - 비 뭐 이런 분위기라 작은 우산까지 일부러 사갔는데,
우기는 무슨 우기 5일동안 우산은 펴보지도 못했다. 환불해야겠다 -_-;;
친구들이 나랑 같이 어디 가기만 하면 항상 날씨가 좋다고 晴れ女라고 불렀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_^v

한가지 안타까웠던건 우기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었던 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동양 사람은 커녕, 서양 배낭족들도 거의 보질 못했다.
덕분에 콜롬비아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_-;;
 




볼리바르 광장을 빠져나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보고타는 남쪽이 약간 못사는 동네고 북쪽으로 갈수록 잘산다고 한다.
라 칸델라리아 지역도 길이 좁고, 집들이 많이 낡았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지역이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아참, 보고타의 미술관, 박물관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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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세련된 커피 전문점을 발견!!!
오오오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후안 발데스 커피점이냐!!!!!!!

콜롬비아가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인건 워낙 유명하고,
콜롬비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도 커피다.
그리고 그 콜롬비아 커피를 대표하는 얼굴마담과도 같은 브랜드가
당나귀(?)랑 수염난 아저씨 로고의 후안 발데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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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별다방/콩다방이랑 별로 다를게 없다.
깔끔한 종업원들이 바쁘게 주문을 받아 커피를 만들고 있고, 손님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나도 한 잔 마셔볼까 하고 다가가서 메뉴를 살폈다.
아...역시 쓰는 말은 달라도 커피 용어는 세계 공통이다 -_-b 
모카, 라떼, 에스프레소 등등 메뉴를 파악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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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전이고 해서 부드러운 카페 콘 레체 (우유를 많이 넣은 커피)를 시켰다.
물론 그냥 커피를 마시면 손이 떨리는지라 descafeinado por favor (카페인 없는 걸로 부탁해요)는 잊지 않았다;;
주문을 받는 언니가 어떤 사이즈로 할래? 물어보길래 다시 한 번 메뉴를 살피는 순간 나는 기절했다.
오마이갓!!! 제일 작은게 2400 페소??? 1불도 안한단 말이냐!!!!
아악 그렇다면 중짜를 마셔주겠어!!! (아무리 싸도 그란데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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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 페소를 내고 카페 콘 레체 중짜를 받아서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오마이갓!!! (2) 이 가격에 이 퀄리티는 뭐냐!!!!!
완전 감동의 도가니!!!! 너무너무 부드럽고 향긋하다. 
내가 원래 커피 마시는 사람이었으면 미스터 초밥왕처럼 '입속에서 울려퍼지는 하모니 어쩌구...' 표현을 해보겠지만
커피를 안마시니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힘든게 그저 한이다;;;

1불도 안되는 가격에 이런 맛있는 커피라니 어헝헝 ㅠㅠㅠㅠㅠ
그나마 이 집은 럭셔리 체인점이라서 완전 비싼거고, 일반 카페는 훨씬 더 싸다.
이날부터 나는 후안 발데스의 광신도가 되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갈 때마다 라테, 모카, 등등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카페 콘 레체가 제일 맛있었다.  
(집에 올 때 기념품으로 후안 발데스 커피를 한 봉지 사다가 회사 탕비실에 놓아두었는데 다들 맛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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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거리로 나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마이갓!!! (3) 보테로 미술관!!! !@$$)##$^&
이게 꿈이냐 생시냐...ㅠ_ㅠ
예상대로 보테로 미술관은 정말정말정말 최고였다.
완전 감동한 나는 여기도 매일 출근 도장을 찍게 되는데...

구구절절 길어질 것 같아서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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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2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약간 걱정했는데.. 잘 다녀오셨군요. 저도 사진보면서 완전 감동하고 있습니다~

Kitty 2009-04-24 09:42   좋아요 0 | URL
에궁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녀온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거저 먹고 들어가는 경향이 좀 있네요 ^^;;;;

마노아 2009-04-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택시 이야기에선 저도 같이 긴장했어요. 환상의 그 커피 맛 저도 구경하고 싶어효! (저는 베트남 커피 먹고 싶어요.ㅎㅎㅎ)

Kitty 2009-04-24 09:4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진짜 무서웠다구용!!
그러나 나중에 숙소에서 만난 장기 여행자들한테 이 얘기 했다가 바보 취급받았어요 ㅋㅋㅋㅋㅋ

무스탕 2009-04-2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보 여행의 첫 스타트가 기내식이었군요. ㅎㅎㅎ
하늘이 정말 이쁩니다!!
그런데 영어조차도 방송을 안해주는 국제공항이라니.. 대단하다고 할까나..;;;

Kitty 2009-04-24 09:44   좋아요 0 | URL
심지어 미국 공항이라는게 더욱 할 말을 잃게 하지요;;;
무스탕님 앞으로 계속 먹는 얘기 기대해주세요 >_<

[해이] 2009-04-2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Kitty 2009-04-24 09:44   좋아요 0 | URL
에궁 해이님도 방학 때 훌쩍 떠나셔요 ㅠㅠㅠ

BRINY 2009-04-2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같이 일정한 장소에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는 여행도 멋진 거 같아요~

Kitty 2009-04-25 11: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
저는 항상 일정을 빡빡하게 하기 때문에 허둥지둥거리다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한곳에 쭉 머무르면서 찬찬히 여유있게 쉬다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