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아서 페이퍼 쓰기 꾹 누르고 막상 쓰려고 하니까 짜증이 화악 -_-;;;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베프까지는 아니고 그냥 여기 이사와서 알게된 동네 친구(?)에요.
나이도 비슷하고 여기 다른 한국 사람도 별로 없는터라 가끔 만나서 뭐 먹거나 놀러다니고 그럽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뭘 사기만 하면 꼭 따라서 사는거에요. -_-
뭐 저도 여기 서재 돌아댕기면서 이웃분들 사신 책 따라서 사기도 하니까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만;;;;;
책같은거면 말을 안합니다. 옷부터 구두, 가방, 하다못해 먹는거까지 따라 사요 -_-;;;;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그냥 만날 때 제가 새로 산 옷 입고 가면 '어머 예쁘다. 어디서 샀어? 너무 잘 어울려' 그러더군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저는 당연히 '어 이거 xx에서 얼마 주고 샀어. 지금 세일하더라' 이렇게 대답했죠.
그러면 바로 가서 제가 산 옷이랑 똑같은 걸 사더라구요.
몇 번 그럴 때까지는 '예쁘다. 진짜 싸지? 너한테도 잘 어울려.' 이정도로 같이 기뻐하고 넘어갔습니다만,
하도 자주 그러니까 슬슬 짜증이 나잖아요.
처음에는 옷같은걸 따라 사더니 그 다음에는 구두, 가방, 하다못해 양말같은 것까지 발전하더군요. -_-;;
진짜 압권은 수영복 -_- 아니 같이 수영장을 갔는데 제거랑 똑같은 수영복을 사서 입고 온 거에요 이 뭐 -_-
무슨 커플 수영복도 아니고 완전 챙피해서 혼났어요 ㅠㅠ
큰맘 먹고 새로 마련한 수영복인데 맘대로 입지도 못하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_-
게다가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 친구 스타일이 저랑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는 키도 작고, 체구도 좀 자그만 편이라 원피스같은 아기자기한 옷이 비교적 잘 어울리는 편이고,
그 친구는 키가 크고 늘씬해서 정장이나 자켓같은게 잘 어울려요. 근데 무조건 따라 사는 겁니다 -_-
나중에는 제가 지쳐서 미국에서 산게 아니고 한국 인터넷 상점에서 주문한 다음 엄마가 부쳐주셨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셀러한테서 샀냐고 꼬치꼬치 이걸 어째요 ㅠㅠ
이제는 제가 무슨 영화를 봤다고 하면 무조건 그걸 봐야하고,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면 그거 다운받아서 보고 있다고 전화옵니다 -_-
걔 앞에서 무슨 말을 하기가 무서워요. 요새는 사실 만나기도 꺼려진다는;;;;;;;;;;
얼마 전에도 제가 지난 연말에 스페인에 다녀왔다고 그랬더니
자기도 비행기 알아보고 있다고 스페인 가이드북 빌려달래요. ㄷㄷㄷㄷㄷㄷㄷㄷ
다녀와서 말했기에 망정이지 가기 전에 말했으면 틀림없이 같이 가자고 했을 듯 ㄷㄷㄷㄷㄷ
제가 속이 좁아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건지, 아니면 이 친구가 좀 심한건지 잘 판단이 안서네요.
혹시 주변에 이런 친구 있으세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