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이지만 양궁 유도 역도 이런건 꿈도 못꾸고;; 맨날 수영 다이빙 체조 비치발리볼 육상만 해주는 미국 TV때문에 한국 금메달 따는 것는 박태환 하나 겨우 봤네요 ㅠㅠ 그나마 시상식도 안해주는 미국 TV의 만행 -_-;;;; 그냥 TV만 틀면 펠프스만 주구장창 나오고 있습니다. 후덜덜;;; 어쨌든 엊그제인가...여자 체조 개인종합 결승전을 하는걸 봤습니다. 중국의 견제 속에 미국 선수가 금,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철이 든 이후부터 계속 열심히 올림픽 여자 체조를 보아온 나름 덕후로서; 최근의 체조 선수들에게는 뭔가 2%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끼네요. 물론 체조 하면 70년대의 나디아 코마네치라는 전설이 있습니다만 역시 제 눈으로 보질 못했으니;;; 제가 직접 본 올림픽 여자 체조 개인종합 결승전 중 최고는 88년 서울 올림픽을 꼽습니다. 당시 세계 여자 체조계는 러시아(구소련)과 루마니아가 양분하고 있었고 중국이나 미국은 언감생심 금메달 바라보기만 하는 도전자 위치였죠. 여자 개인 종합 금메달을 두고 다툰 두 선수는 러시아의 엘레나 슈슈노바, 그리고 루마니아의 에이스 다니엘라 실리바스였습니다. 서울 올림픽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두 체조 선수의 경기에는 정말 넋을 놓고 봤네요. 비디오로 녹화해서 진짜 테입 늘어지도록 봤다는 ㅎㅎㅎ
루마니아의 체조 요정이자 뽀글뽀글 볶은 머리로 양배추 인형이라는 별명까지 있었던 다니엘라 실리바스. 개인 단체 결승에서 보여준 이 마루운동은 정말 명 루틴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음악과 짝짝 맞아 떨어지는 안무하며...지금까지도 실리바스의 로봇춤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ㅎㅎ 댄싱 샌스가 대단한 선수였고 선도 너무 아름답죠. 탄력 좋은 공처럼 퉁 하며 백플립하는 것이 주특기이기도 하고요. 10점 만점을 받은 연기였습니다. ^^
그에 맞서는 엘레나 슈슈노바. 귀여운 이미지의 실리바스와는 달리 매우 힘이 넘치고 어떻게 보면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선수죠. 러시아 음악에 맞춰서 어른스럽고 성숙한 연기를 펼칩니다. 특히 다리 V자로 벌리고 하는 점프 뒤에 백플립하면서 무릎으로 착지하는 두번째 텀블링은 정말 멋지죠. 이 연기도 10점 만점을 받았고 마지막 뜀틀에서 슈슈노바가 더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개인 종합 금메달을 땄습니다. 물론 종목별에서는 실리바스가 금 셋을 휩쓸어가면서 개인 종합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버립니다. 이 당시 러시아 팀에는 스베틀라나 보긴스카야같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선수도 있었죠. 이게 20년전 연기라는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보아도 멋지고 기술도 뛰어납니다. 베이징 올림픽, 아니 최근 어느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이렇게 명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더라구요.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권 국가들이 민주화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주의와 헝그리 정신으로 스파르타 훈련을 하던 동구권 체조 선수들은 점점 세계체조선수권에서 성적이 떨어지더군요. 지금은 여자체조계는 메리 루 레튼으로 체조 붐을 일으킨 미국과 아직도 사회주의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중국이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지요. 하지만 너무 athletic한 미국 선수들이나 아무리 넉넉히 봐줘도 초등학생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의 중국 선수들이 무표정하게 이단 평행봉이나 뜀틀에서 휙휙 텀블링을 하는걸 보고 있자면 역시 예전 동구권 선수들의 아름다운 연기가 그리워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러시아! 루마니아! 다시 힘 좀 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