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
너무 재미있었던 여행이라서 여행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
끈기있께 몇 편까지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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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비행기라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하고 탑승을 했지만
얼마만의 '배낭여행'인지, 기대감 반, 긴장감 반으로 잠도 잘 오질 않는다.
옆자리에 앉은 멕시코 아저씨는 대뜸 '볼펜 있니?'하고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온다.
얼떨결에 yes 하면서 주섬주섬 볼펜을 꺼내주고 나니 새삼 스페인어권으로 간다는 실감이 난다.

공항에 내려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자 수많은 환전소가 기다린다.
이것저것 환율을 따져보고 제일 환율이 좋은 곳에서 환전을 한 후
발걸음도 가볍게 공항 출입구를 향해 나가는데 아차차 뭔가 허전하다.
그러고보니 어깨에 맨 가방뿐, 수트케이스가 없다!!!
여기저기 환전소를 기웃거리다가 어디에 놓아둔 모양이다.

깜짝 놀라 허겁지겁 뛰어가보니 다행히 마지막으로 환전을 한 창구 앞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몇 페소 아끼려다가 짐만 몽땅 잃어버릴뻔 했잖아.
식은땀을 닦으면서 돌아서는 찰라, 맞은편 환전소 앞에서 빈둥대던 남자 둘이 키득거린다.
아마 가방을 내버려두고 가서 허둥대며 돌아오는 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모양이다.
쳇. 놓고갈 때 말 좀 해주지.  

공항을 빠져나와 정액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부서져가는 건물들, 벽에 어지럽게 그려진 그래피티,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들...
위험한 곳이라는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너무 귓등으로 흘린게 아닌지.

시내 중심가의 호텔을 향해 아슬아슬 달려가던 택시가
갑자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서버린다.
무슨 일인지? 겁이 덜컥 난다.
착하게 생긴 택시아저씨가 잠깐만 기다리라며 시동을 끽끽 걸어보지만 헛수고.
택시가 고장난건가? 아니 오늘 짐을 잃어버릴 뻔하질 않나 일진이 험난하구나...ㅠ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딘가 전화를 거는 아저씨. 아마도 다른 택시를 부르는 모양이다.
애써 괜찮다고 웃어보이며 뙤약볕 안 에어컨도 안나오는 택시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15분 정도 기다리니 예상대로 다른 택시가 온다.
나야 다른 택시를 타고 가면 되지만 좁은 골목에서 차가 고장난 저 아저씨는 어쩌나.

새로 온 택시를 타고 다시 호텔로 출발했다.
택시 아저씨는 영어를 약간 알아듣지만 말을 못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약간 알아듣지만 말을 못하고 -_-
할 수 없이 아저씨가 스페인어로 물어보면 내가 영어로 대답하는 엽기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을 해둔 호텔은 예상보다 방도 넓고 깨끗하다.
게다가 혼자 쓰는 싱글룸이 하루에 220페소, 약 20불 정도이니 정말 싸다.
짐을 대충 내려놓고 선크림을 다시 단단히 바른 후 호텔을 나섰다.

호텔이 위치한 곳은 멕시코 시티의 중심 소깔로(Zocalo) 광장 근처.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드넓은 광장에 가득찬 사람의 물결;;;;
사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발길은 역시 팔라시오 나시오날로 향했다.
멕시코의 국민 화가라는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를 직접 마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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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나시오날은 대통령궁과 정부 부처 건물을 겸하는 곳으로
실제로 사용되는 곳 외에는 일반에게 공개가 되는데
입장료는 없지만 들어갈 때 신분증이 필요하고 짐 검사를 한다.
나도 꼬깃꼬깃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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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4면을 빙 둘러싼 형태로 되어 있다.
그리고 뒤를 돌아선 내 눈에 가득 들어온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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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아래에서 본 벽화

글쎄. 뭐라고 설명할지.
솔직히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간 건 아니었는데 완전히 머리를 한 대 제대로 맞은 듯 했다.
건물벽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벽화는 멕시코 역사 그 자체였다.
재능이고 실력이고 명성이고를 모두 떠나서
이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
멕시코 사람도 아닌 주제에 문득 울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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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에서 본 벽화. 따로 경계 없이 연속적으로 멕시코 역사 전체를 담아냈다.

고대부터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스페인,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침략을 받고
피를 흘리며 죽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그려나가면서
디에고 리베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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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으로 된 벽화의 중앙 및 오른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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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으로 된 벽화의 중앙 및 왼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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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을 그린 부분. 윗부분에 태양과 피라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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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의 세부. 엄청난 규모의 그림이지만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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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의 멕시코를 나타낸 왼쪽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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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한 멕시코 할아버지 가이드가 멕시코식 영어로 설명을 하는걸
눈치보며 옆에서 끼어 주워들었다.
프리다 칼로가 수많은 자신의 작품에 디에고 리베라를 등장시켰듯이,
리베라도 이 대작에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그려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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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를 찾아보라는 가이드 할아버지의 말에 눈을 여기저기 돌리다보니
딱 보인다. 눈썹이 붙은 프리다 칼로.
(빨간 옷 입은 여성 뒤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프리다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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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화 이외에도 팔라시오 나시오날 벽을 따라 10여개의 디에고 리베라 벽화가 줄지어 있다.
이런 대박이 있나! 벽을 따라 걸으면서 입을 헤 벌리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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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와 주제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멕시코의 역사를 담고 있다.

다녀온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프리다 칼로 보러 갔다가 디에고 리베라에 반해서 온다고 하던데
그게 바로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과연 멕시코의 국민화가다웠다.
게다가 나중에 갔던 돌로레스 미술관에서 더욱 디에고 리베라의 팬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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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4-0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도적이네요!

Kitty 2008-04-0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직접 보니 사진과는 비교도 안되게 규모도 크고 대단하더군요.
완전 반하고 왔어요 +_+

이매지 2008-04-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보다는 그냥 추천 한 방 날릴께요 :)

Kitty 2008-04-10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후져서;; 그래도 분위기라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루(春) 2008-04-1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불이면 2만원인가요? 정말 싸다.. 근데 혼자 가셨었나 봐요. 부러워.. ^^

Kitty 2008-04-11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불이면 요즘 환율로 2만원도 안되죠 ㅋㅋ 물가는 싸요.
저도 거의 5-6년만에 혼자 간 여행이었는데 넘 재밌었어요.
하루님도 얼른 오셔요 ㅋㅋ

sosophia 2009-09-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벽화사진만 몇 개 가져가도 될까요

Kitty 2009-09-3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게 하세요 ^^

baekree 2010-04-1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벽화 잘 보았습니다. 애쓰시고 찍어온 사진 몇 장 가져가도 될까요?

Kitty 2010-04-18 22:59   좋아요 0 | URL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