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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제리]는 21세기적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라는 김미현의 평은 적실하다. 독자는 불편하다. 또한 불쾌하다. 허나 마음이 몹시 아프다. 듣고 싶지 않으나 외면할 수 없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마음 약한 독자는 소설읽기가 괴로워서 몸부림치며 읽어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그 고통은 단발성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는 내내 비명소리를 견디며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제리는 남자 접대부이다. 키가 작고 마른데다가 성기마저 작은 그는 에이스가 될 수 없고, 여자 손님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꿈이 없는 그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은색 나이키 시계를 갖는 것이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으나 감미롭게 노래할 줄 아는 seal을 좋아한다. 그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지만 그 길은 참으로 멀기만 하다. 선택받지 못해 갈 곳이 없을 때면 그는 게임방에 앉아 서든어택을 한다.
손 안에서 구겨진 담배꽁초, 찌그러진 맥주깡통 같은 주인공은 외롭다. 외로움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마시고 또 마신다. 그 외로움은 이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셔도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다. 비단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피어싱을 해도, 누군가를 옆에 붙잡아두기 위해 애정 없이 고통만 가득한 섹스를 해도 주인공은 외롭다.
"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섹스를 나누어도 내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나는 늘 혼자였고, 그런 내 곁에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머물러 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더 간절히 누군가를 원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꾸밈이 없다. 말끔한 문장으로 루저의 일상을 보고한다. 필시 주인공의 삶을 경험했을 30도 안 된 젊은이의 소설이기에 독자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맘몬 숭배에 빠져 사람은 없고 경쟁만 남은 이 시대에 승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젊은이들에게 구원의 빛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