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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마카롱 에디션
제임스 조이스 지음, 한일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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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게 좋다. 보통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페이지를 표시해두고 그 부분만 또 읽는 편인데, [더블린 사람들]은 어쩐지 전체를 한번 더 읽고 싶었다.
재독할만큼 좋아했던 책인데도 몇몇 소설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하지만 실린 단편 중 제일 좋아했던 [이블린]은 다시 읽어도 내 기억과 내용이 일치했다. 워낙 짧은 소설이고 등장인물이 적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블린]을 처음 읽었을 때, 그녀가 영영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아 슬펐다. 젊은 그녀가 살아가야 할 길고 긴 시간 동안 그녀에겐 뜻밖의 행운도 다정한 남자도 다신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지 못한 그녀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마흔이 되어보니 이블린은 프랭크를 따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갔으면 더 불행했을 수도 있겠구나...싶었다.
왜냐하면 프랭크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보장이 없고 또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블린이 지긋지긋하다고 한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사람 마음만 믿고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타국으로 무작정 떠날 순 없는 노릇이다. 만에 하나 프랭크가 이블린의 친아빠처럼 가정폭력을 일삼는 최악의 남자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블린은 더블린에 주저앉음으로써 현재의 불행을 타파하진 못했지만, 현재보다 더 불행할지도 모를 미래에 자신을 내던지지는 않았다. [더블린 사람들]을 처음 읽을 당시의 나는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한 이블린이 답답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블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난 이블린이 어느 날 갑자기 혼자 떠나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랐지만, 제임스 조이스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하는 듯 허망하게 소설을 끝낸다.
사랑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끝나기 마련이다. 남녀가 사랑하여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 역시 또 다른 모습의 끝아닌가.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사랑 이야기들이 전부 별다른 사건도 없이 시답잖게 끝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랑은 결국 끝이 난다는 사랑의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설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에 대하여 내가 읽고 싶은 건 언제나 사랑이 끝으로 가는 이야기, 끝난 후의 이야기지 사랑이 꽃 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소설인 [죽은 사람들] 역시 좋을 수밖에. 이모인 모컨 자매가 해마다 개최하는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 참석한 가브리엘과 작년이 올해 같고 내년도 올해 같을 그렇고 그런 더블린 사람들. 소설에서 내내 그들의 특별할 것 없는 행동과 대화만 계속 묘사되기에 대체 왜 제목이 [죽은 사람들]일까 궁금했다. 그러다 파티가 끝나고 호텔에 간 가브리엘의 아내 그레타가 어린 시절 자기 때문에 죽은 마이클 생각을 하며 남편 앞에서 흐느껴 울고 그제서야 난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죽은 사람들]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17살의 그레타와 마이클은 노래 부르며 같이 걸었고, 그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마이클은 고작 그런 소박한 시간만으로 그레타를 '죽도록' 사랑했다. 차가운 비를 맞으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마이클. 그러다 정말로 죽어버린 가련한 마이클. 첫사랑이 죽는 이야기는 너무 반복돼서 좀 심드렁해질 법도 한데 어째서 읽을 때마다 울게 될까.
나도 그레타처럼 며칠 전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눈물을 철철 흘렸다. 누군가는 즐겁고 들떠서 맛있는 것이나 먹고 있을 크리스마스이브에 내 남편은 백신을 맞고 드러누웠고, 이럴 때 곁에 있으면 좋았을 엄마는 돌아가시고 없었다. 그렇게 밤 11시가 넘도록 안 자는 아기를 3시간 넘게 안고 서있자니 사무치게 고독하고 무릎과 허리 손목이 미치도록 아팠다.
모컨 자매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즐겁게 술 마시며 웃고 떠들었지만 다들 집으로 가선 가브리엘의 아내처럼 혹은 나처럼 죽은 이를 떠올리며 울다 잠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경험하고 마음속에 죽은 이 하나씩은 품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은 내가 언급한 [이블린]과 [죽은 사람들]외에 다른 소설들도 하나같이 음울하고 어두침침하다.
[더블린 사람들]을 처음 읽을 당시 나도 이 책처럼 우울했다. 내 앞에 예정된 미래가 암담하게만 느껴졌다. 자살하면 엄마가 슬퍼할 테니 그럴 엄두까진 못 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이의 기억에서 나를 완전히 지우고 죄책감 없이 죽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결혼 예물이었던 오래된 시계를 고치러 혼자 종로까지 갔다가 곧장 집으로 오기 서운하여 시계방과 가까운 종묘에 갔다. 8월의 무더운 날씨에 종묘는 마치 딴 세상처럼 고요했다. 종묘를 다 구경하도록 사진 찍으러 온 남자 한명밖에 못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꽤 넓은 종묘를 다 둘러보고 쉬는 중에 갖고 온 [더블린 사람들]을 펼쳤는데 때마침 [죽은 사람들]을 읽을 차례였다.
죽은 왕의 위패를 모셔놓은 종묘에서 [죽은 사람들]을 읽으며 혼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상황이 참 묘했다. [죽은 사람들]의 절반은 종묘에서 절반은 인천으로 오는 전철에서 다 읽었고, 마이클이 죽는 부분이 뒤에 있는 탓에 난 사람 많은 전철 안에서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처럼 사람이 가득한 1호선 인천행 열차였고 또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편히 울었다.
책을 다 읽고 집에 왔을 때 난 심각했던 감정적 위기를 그럭저럭 넘겼음을 느꼈다. 책 한 권 다 읽었다고 내 미래가 별안간 밝아지진 않았다. 다만, 혼자 있는 시간에 내 곁에 책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또 책에 나의 시간이 덧입혀졌고, 어쩔 수 없이 살아보자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힘든 시간을 지나 그 시절보단 행복하게 2022년을 맞이했다.


다들 새해에도 즐거운 독서하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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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1-03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더블린 사람들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하는 리뷰입니다. 케이 님 새해엔 육아 덜 힘들어지시고~ 책 읽고 글 쓸 시간 더 많아지길 기원해 봅니다. ㅎㅎㅎ 쌍둥이들도 건강하길 바라고요!

케이 2022-01-03 21:16   좋아요 1 | URL
어린 시절의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거 같아요. 근데 요즘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육아도 더 좋아지는 건 바라지도 않고 여기서 더 힘들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ㅜㅜ 휴. (이 댓글을 쓰는 와중에도 둘째가 안 자겠다고 아기 띠 안에서 발버둥 치네요.)
잠자냥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지금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멋진 리뷰도 계속 부탁드릴게요~~~~
 

마침내 관을 덮고 못을 박고 마차에 실었다. 나는 거리가 끝나는데까지만 그를 전송했다. 마부가 속력을 냈다. 노인이 그 뒤를 쫓아가면서 울부짖었다. 그의 울음소리는 달리는 속도에 따라서 떨리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했다. 가엾은 노인은 모자를 떨어뜨렸지만 그것을 줍기 위해 멈춰 서지도 않았다. 그의 울음소리는 달리는 속도에 따라서 떨리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했다. 가엾은 노인은 모자를 떨어뜨렸지만 그것을 줍기 위해 멈춰 서지도 않았다. 그의 머리가 비에 젖었다. 바람도 불어왔다. 찬 서리가 그의 얼굴을 때리고 찔렀다. 노인은 궂은 날씨도 느끼지 못하는지 마차 이쪽 저쪽을 번갈아 달리면서 울부짖었다. 그의 낡은 프록코트 자락이 날개처럼 바람에 펄럭였다.옷에 달린 주머니에서는 온통 책들이 비어져 나왔다. 그가 내내 꼭 쥐고 있던 커다란 책은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은 모자를 벗고 성호를 그었다. 어떤 사람들은 가는 길을 멈추고 가여운 노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주머니에선 계속 책들이 빠져나와 진흙탕 속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그를 멈춰 세우고 떨어뜨린 물건을 가르켜 보았다. 그는 그것을 주워 들고 다시 관을 쫓아 달렸다. 


생전 책을 좋아하던 대학생 아들이 죽었고, 아버지인 노인은 아들이 좋아하던 책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울부짖으며 아들의 시체를 실은 마차를 따라 달리는 장면인데, 퇴근길에 이 부분 읽고 너무 슬퍼서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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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에 불타서 리뷰를 열심히 쓰던 기간은 겨우 한 달 남짓.

내가 하는 짓이 다 그렇긴 하지만, 회사가 너무 바쁘기도 했다.

언젠가는 감상문을 쓰리라 생각만 하면 죽어도 못쓸 것 같아, 성의 없게라도 그동안 읽은 책들에 대해 쓴다.


내가 원래 읽고 싶은 책은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인데, 번역된 책이 없어 에벌린 워 책 중에 유일하게 번역된 이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읽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남자들은 이혼을 할 때도, 내가 바람피운 거 마냥 속여서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체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다소 우스꽝스럽게 살았던 거 같다. 푸하하하. 쓸데없는 엄격진지근엄한 모습 있자면 진짜 같잖다. 에벌린 워가 그런 모습을 대놓고 풍자하는데 꽤 재밌었다.

읽다 보면 브랜다 때문에 짜증이 막 치미는데, 자기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카드 놀이 하고 있는 토니 라스트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저택에 집착하는 거 어쩔 거임... 하지만, 토니 라스트의 말년 삶은 너무나 충격과 공포였다. 작가양반! 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오? 

페이지가 엄청 빨리 넘어가는 책이었고, 이 책을 보니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도 재밌을 거 같은데, 출간 소식은 들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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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에서 완전 새 책이 2천 원 이길래, 중학생 시절 추억도 떠올림 겸 사서 읽었다.

뜬금없이 터지는 포인트가 꽤 있었다. 특히 '딩크 포슨' 이라고 이름 계속 잘못 부르는 거 별거 아닌데 웃겼다 ㅋㅋㅋㅋㅋㅋ

거창하게 삶의 진리, 의미, 구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심오한 소설들은 아니지만 재밌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감탄할 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찌질하고 째째한 인간의 모습을 기막히게 묘사할 때인데, 오 헨리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들 착해서 조금 아쉽긴 했다.

미국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지 알 것 같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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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메튜 베리 좀 변태 같다.

웬디가 남자 동생들과 몇 살차이도 안 나는데 엄마처럼 바느질해주고 밥 차리고 하는 모습... 내가 여자라 그런가 읽다가 계속 짜증 났다.

그리고 예전에 셜록홈즈 읽으면서도 느낀건데, 그 시대 영국 사람들은 백인 외 다른 인종은 원숭이와 사람의 중간쯤 되는 존재로 규정하고,절대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읽는데 진짜 힘들었다. 재미 더럽게 없었다... ㅜㅜㅜ

'피터팬' 읽다 보면 '왕자와 거지' 가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 사무치게 깨닫게 된다.

중고로 샀는데도 책값 아까웠다. 표지만 예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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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었다. 이보다 더 섬세할 순 없는 문장들.

나는 강원도 깡시골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7살까지 살았는데 하루 종일 나가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찾아 다닐 때까지 절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어린이였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다섯 살쯤의 나는 맨드라미가 피어있는 화단에서 채송화를 구경하다가, 채송화 씨를 따서 흙에 뿌렸고, 별안간 곱게 핀 채송화 꽃을 꺾어서 돌로 막 짓이겨버렸다. 별 것도 아니었던 그날, 그때 목덜미에 꽂히던 뜨거운 태양빛이 가끔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책을 읽으며, 시골에서 항상 혼자였던 그래서 때로는 작은 심술을 부리기도 했던 내 유년시절이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시절 얘기가 다 훌륭했지만,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 유년시절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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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이 2019-01-15 10:14   좋아요 0 | URL
요즘에는 포스팅 전혀 안하고 있어요. ㅜㅜ 올해는 할 수 있을지... 한두개씩이라도 쓰려고 노력해봐야겠어요. 댓글 감사해요~
 
미성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0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상룡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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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때 도저히 도서관 대출기한을 못 맞출 것 같아 읽다 포기했던 소설, '미성년' 을 읽었다. (변명하자면, 그때 빌린 '미성년'은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한 권짜리였다.) '상처받은 사람들' 을 읽고 바로 '미성년'을 읽었는데, '상처받은 사람들' 의 지극히 정상인 '이반'과 '미성년'의 약간 미친 '아르까지'(아르까지 마까로비치 돌고루끼)간 인물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주인공인 아르까지는 귀족 '베르실로프'(안드레이 뻬뜨로비치 베르실로프) 와 베르실로프 가문의 하녀였던 '소피야 안드로예브나'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로서, 그들에게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이 외롭게 자랐다. 그는 엄마 소피야의 전남편 '마까르 돌고루끼'의 성을 물려받았는데, 공교롭게도 '돌고루끼' 란 성은 유명 귀족의 성이라 만나는 사람마다 아르까지에게 "그럼 돌고루끼 공작입니까?"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이 너무 싫은 아르까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자신을 베르실로프의 사생아라고 소개한다. 귀족이 아니란 이유로 하숙집 주인에게 구박당하고, 학교에서도 '람베르뜨'라는 동급생에게 괴롭힘당하는 아르까지는 결국 살짝 정신이 이상해지고 마는데, 본인은 그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기는 남들은 가지지 못한 대단한 '이념'을 품고 있고, 그 '이념'을 이루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끊임없이 수행해왔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 아르까지가 품은 '대단한' 이념이란 결국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백만장자가 되려는 이유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지내고 싶어서라고는 하지만, 이 미성숙한 젊은이가 '이념'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치켜세운 꿈이 한낱 백만장자라니 참 허무했다. 이 '이념'의 실체를 말해주지 않고 얼마나 많은 페이지에 걸쳐 아르까지의 두서없는 방백이 이어지는지.. 소설 읽은 독자들은 아시리라. 아르까지는 계속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 젊은이가 미쳐버린 결정적 이유는 고독이었다.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데 아버지란 작자는 자기를 아들 취급도 안 해주고, 이에 대한 반발심리로 사랑해 마지않는 어머니에게도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난 하숙집 앞에 버려진 갓난 아이를 아무 대책도 없이 자기가 키우겠다고 나서고, 죽은 갓난 아이 때문에 밤새 울부짖는 이 아르까지에게 참 정이 갔다.


  끝없이 떠드는 아르까지 때문에 피곤할 때도 있는데, 진짜 신기한 게 어느 정도 지나면 이 아르까지가 말하는 것과 정반대의 소설 속 상황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소꼴스키 공작 앞에서 자기는 여자가 정말 혐오스럽다고 열정적으로 말한 지 얼마 안 지나, 소꼴스키의 딸 '까쩨리나'에게 첫눈에 반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비틀거리며 황급히 저택을 떠나고, 제르가쵸프가 주도하는 정치 모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몇 번씩 다짐해놓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무도 안 궁금해하는 자기의 '이념' 에 대해 말하고, 이념을 이루기 위해 학창시절 굶는 연습을 했고 외투를 오래 입는 법을 연구했다고 해놓고선 미친 듯 룰렛과 도박에  빠져 밤을 지새우는 아르까지를 보다 보면, 아르까지가 말하는 것과 실제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르까지가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라고 말하면, 너무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나는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하면 결국 말하겠구나 싶고, '걱정하지 않았다'고 하면 너무 걱정스러워서 초조하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의도한 바겠지.


  람베르뜨의 꼬임에 넘어가 자기가 어쩌면 까제리나와 혼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안타까운 아르까지에게 "아르까지야! 또 속냐!!!" 라고 외치고 싶지만, 결국 그는 아주 시원하게 속아넘어가고, 베르실로프는 소피야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자화상에 키스까지 하며 난리쳐놓고선 갑자기 또 까쩨리나에게 눈이 멀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아르까지는 소설 초반보다 한결 정상같아 지는데, 그렇다고 아르까지가 미성년 시절보다 훨씬 현명하게 남은 성년 시절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의 아버지 베르실로프를 보면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혈질에 언제나 허둥대며 미숙한 아르까지가 아버지 베르실로프와는 달리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하며 책장을 덮었다.


  사실은 이렇다. 내가 처음 <이념>에 대해서 몰두한 것은 뚜샤르 사숙에 있을 때 그렇게 놀림거리가 되었던 사생아라는 내 신분 때문도 아니고, 홀로 우수에 잠겨 지내던 유년 시대의 아픈 기억 때문도 아니며, 내 상황에 대한 복수심이나 저항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도 전혀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내 개인적 성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열두 살쯤 됐을 때부터, 즉 자신에 관한 올바른 자각을 가지기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나는 사람들을 싫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싫어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왠지 사람들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친한 사람들에게까지도 순진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모조리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물론 내키지 않으면 그렇게 할수도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에 회의적이고 우울하며 비사교적인 자신이, 무엇 때문인지 항상 억제해 버리는 자신이, 때로는 내 자신도 아주 서글프게 느껴졌다.

-p.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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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5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윤우섭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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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4일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상처받은 사람들' 은 나를 지배했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재밌어서 출퇴근 시간, 잠들기 전, 심지어 (사장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회사 근무 시간에도 몰래몰래 책을 읽었다. 구입할 당시 재밌을 거라 생각한 책은 아니었는데, 이 책이 올해 읽은 책 중 최고 재밌는 책 중 한 권이 될 줄이야!


  이 소설은 25살의 젊은 소설가였던 나 '이반 뻬드로비치' 가 군병원 침대에 누워 작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

 만일 내가 곧 죽는다면, 이 회상기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말할 수도 있겠지?
  내 일생에 있어 매우 어려웠던 지난해가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생각난다. 지금 나는 이 모든 것을 쓰고 싶고, 만일 내가 이 일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따분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지나간 감정들이 이따금 나를 아프고 괴롭도록 흔들어 놓는다. 붓 아래서 그것들은 더 조용하고, 더 조화된 성격을 가질 것이며, 그럴 수록 잠꼬대나 불안한 꿈 같은 느낌은 덜해질 것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여긴다. 글쓰기의 기계적인 활동은 이미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진정시키고 냉정해지도록 만들며, 나의 내부에서 과거의 작가적 습관을 일깨우고 나의 회상과 병적인 몽환을 일, 즉 작업으로서 변환시켜 놓는다…….
-p.26


   소설의 화자인 이반은 '가난한 사람들' 데뷔했던 청년 시절 도스토예프스키와 닮은 인물이고그렇다 보니 위에서 발췌한 부분처럼 실제 도스토예프스키를 엿볼  있는 부분이 소설에  많이 나온다. 난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인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반과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 둘 다 너무나 좋았다.


 
'상처받은 사람들  시기가 도스토예프스키가 고된 수용소 생활과 군역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뻬제르부르그에 복귀한 때라고 하니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이반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군역  간질로 병상에 누워있던 때를 반영했으리라도스토예프스키는 언젠가는 뭔가를  쓰겠다는 신념으로 수용소와 군대에서의 모진 세월을 견뎠던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치열하게 소설가이기를 원했던 사람을 어찌 싫어할  있을까.

 
내가 사랑한 인물 넬리에 대해 쓰기 위해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소설가로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이반은 뻬제르부르그에서 방세가 저렴한 방을 찾아다니다 스미트라는 기분 나쁜 노인의 죽음을 목격한다이반은 스미트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그가 살던 방에 방문하는데  방이 글쓰기에 적당하고 방세도 저렴하여 자기가 사용하기로 한다. 방에서 글을 쓰던 어느 날  까만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다소 이국적 분위기의 13살쯤  소녀 넬리(엘레나)가 스미트를 찾아오고 이러저러한 일 때문에 그녀와 함께 지내기로 한다.
  
한편 일찍 부모님을 여읜 이반을 친부모님처럼 키워준 양아버지 이흐메네프(니콜라이 세르게예비치) 그의 아내 안나 안드로예브나는 홀아비 공작 발꼬프스키(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넓은 영지를 성실하게 관리해줬지만, 악랄한 발꼬프스키 공작은 이흐메네프에게 있지도 않은 횡령 혐의를 씌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결국 부부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자 이반의 유일한 사랑 나따샤와 함께 영지를 떠나 뻬제르부르그로 이주하고, 이반은 나따샤와 약혼한다. 하지만 이반의 기쁨도 잠시, 나따샤는 발꼬프스키의 아들 알료샤와 사랑에 빠지고부모님과 이반 모두를 배신하고 알료샤와 함께 야반도주를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가 만든 세상 속에서 인물들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서로 질투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화해하고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지만 전혀 어려운 소설은 아니다.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중 걸작은 아닌지   같긴 하다나부터도 넬리와 이반 나오는 (chapter)  읽기 위해 다른 장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아니 매력을 못 느꼈다기보다는 넬리 외 다른 인물들이 다 미웠다. 심지어 착하디착한 이반도 가끔 꿀밤을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모든 등장인물이 밉상으로 보인 이유는 내가 넬리에게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넬리는 겨우 13살 밖에 안됐지만 자기를 구해준 이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 사랑은 존경, 우애 같은 성격의 사랑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사랑 바로 그것이다. 사실 넬리는 이반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넬리에게 이반은 아빠이자 엄마, 그리고 친오빠, 친구 그리고 애인 그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반은 중고시장에 가서 넬리 옷도 사주고 아프면 의사도 불러주는 등 정성을 다해 넬리를 돌보지만, 이반이 넬리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닌 동정과 연민이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는 오로지 단 한 명, 나따샤뿐이니까 말이다.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나따샤지만 이반은 끝내 나따샤를 사랑하며 그녀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 이렇게 바보 천치 같은 이반이 어찌나 야속하든지.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사랑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날 아침 내내 그녀는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았고, 쾌활하고 상냥하게 보였다. 동시에 그녀에겐 뭔가 부끄러운, 심지어 소심한 태도까지 깃들어 있었다. (중략)

「저는, 저는 당신이 계시지 않을 때 당신의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부드러우면서 꿰뚫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향하고는 온통 얼굴을 붉혔다.

「아, 그래! 맘에 드니?」 나는 면전에서 칭찬받는 작가의 당황함을 느꼈지만, 내가 이 순간 그녀에게 입을 맞출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불가능했다. 넬리는 잠시 침묵했다.

-p.304-305


  내가 이 부분을 발췌한 이유는 읽으면서 이반이 넬리에게 입을 맞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에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인데, 이건 나한테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가 웬만하면 안 읽는 소설의 소재가 바로 미성년자와 성인의 사랑이다. 나는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읽는 소시민이고, 이 세상에는 몇 개 책을 제외해도 좋은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이야기는 꼭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미성년자와 성인의 사랑에 있어선 편협한 내가 24살의 장성한 이반이 넬리에게 입을 맞추지 않아 읽으면서 화가 날 지경이라니?! 그만큼 이 넬리라는 인물의 호소력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이 인물을 창조한 도스토예프스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흉악하게  생긴 양반이 (미안합니다. 도선생님...) 누군가를 지극하게 사랑하는 13살 소녀의 마음을 참으로 잘 묘사해 놓으셨다.


  비련한 소녀 넬리 외에도 인물의 심리를 행동으로 형상화한 부분에도 여러 번 감탄했다. 특히, 소설 초반에 도망간 딸 나따샤를 없는 자식 취급하면서도 남몰래 그리워하는 이흐메네프가 어린 나따샤가 새겨진 메달을 발로 마구 밟다가 흠칫 놀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메달에 미친 듯 입 맞추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에서는 이흐메네프의 터질듯한 감정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학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두 번이나 실패했던 터라, 그저 싼값에 중고책이 나왔다고 이 책을 샀다가 또 읽기에 실패하고 더불어 나한테 실망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참고로 대학시절 실패했던 책은 '악령' 과 '미성년'이다. 뭔 배짱으로 '악령' 을 읽으려고 했던 건지 나 원. 아직도 책꽂이에 고이 꽂혀있다...)

  이 책과 함께하는 며칠 동안 진심으로 즐거웠다. 다 읽은 게 아쉬울 정도로.


P.S 1.

이 소설은 악당 발꼬프스키 빼곤 어느 누구도 완전히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데, 딱 두 군데 조금 웃긴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돈이라곤 벌어본 적 없는 알료샤가 이반에게 앞으로 소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해볼까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이반이 '너 까짓 게 소설을 써?'라는 생각에 황당해 하는 부분 좀 웃기고, 두 번째는 아래 부분인데,


그 속에는 최근에 나온 나의 소설에 관해서도 두어 마디 씌어 있었다.

  들여다보니 <통신원>이란 논문이었다. 욕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칭찬하는 글도 아니어서 나는 대단히 만족했다. 그렇긴 하지만 <통신원>은 나의 글에서 전반적으로 <땀 냄새가 난다> 고 말하고 있었다. 즉 내가 땀이 나도록 온 힘을 기울여 글을 쓰며, 정교하게 그 글을 다듬고 마무리 손질을 가하기 때문에 싫증이 날 정도라는 것이었다.

  출판업자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에게 지난번 소설은 이틀 밤 만에 썼고, 이번에는 이틀 낮과 밤 동안에 인쇄지 세 장 반을 썼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p. 497

: 도스토예프스키가 자기는 소설 이틀 만에 썼는데도 이런 말 듣는다고 소설 속에서 이반을 통해 잘난 척하고 평론가들 비웃는 것 같아서 좀 웃겼다. ㅋ (근데 진짜로 이틀 만에 썼을 것 같음)


P.S 2. 내가 산 책은 2003년에 출판된 중고책으로 한 권으로 된 책이다. 따라서 표기한 페이지도 현재 판매되는 (상), (하) 로 나누어진 책과는 좀 다를 것이다.


P.S 3. 혹시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맨 앞장 등장인물 소개 절대 보지 말고 바로 읽길 권하고 싶다. 내가 그것만 안 읽었어도 훨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뭔가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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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0-0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장인물 소개 정말 너무하죠! ㅎㅎ
그나저나 이 책이 합본이었었군요. 열린책들은 참.... 판형으로 장난 많이 쳐요. 그래도 이렇게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내줬으니 뭐;; 용서합니다만... 음.

알료사 정말 ㅋㅋㅋㅋ 소설 쓰면서 먹고 살겠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 웃겼어요. 에휴. 그러면서도 그 자만심은 가진 자의 여유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ㅎㅎㅎ

악령은 아직 안 읽으셨나요? 저도 사두고 아직 도전 못했는데, 내년에는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케이 2019-12-09 16:0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잠자냥님의 소중한 댓글을 이제서야 봤습니다요!
(알라딘 앱을 안깐데다 로그인도 잘 안해서)

ㅋㅋㅋㅋ 알로샤가 소설 쓴다고 하는 부분 읽다보면, 소설가로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자존심 같은 거 느껴지고 하여튼 정말 재밌는 인물이에요.
왜 그렇게 남의 속도 모르고 왜 맨날 마냥 신나고 들떠 있는지. 정말 대책없는 인물인데 이상하게 미워할 수 없는 인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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