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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변 세계문학의 숲 1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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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오래 걸린 첫 번째 이유. 중간까지 책이 지독하게 재미없었다. 재미가 없다 보니 다음 장이 궁금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계속 시간이 지체되었다. 두 번째 이유. 책이 너무 무거웠다. 전자책이 없는 책이라 하는 수없이 실물 책을 읽었는데 만만찮은 두께의 책을 매일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다 어깨 병이 도져서 한동안 들고 다니지 못했다.

실물 책을 읽는 게 전자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잘 읽히고 성취감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집 책장에 더 이상 공간이 없고 내 어깨가 책을 매일 가지고 다닐만하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어 앞으로도 괜히 실물 책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애들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그나마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다 느끼는 책을 보면 일본 작가인 경우가 많았다. 벨기에, 프랑스 이런 나라 동화책을 읽다 보면 그림은 예쁜데 네??? 갑자기요??? 왜요???? 이런 심정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 영화 보다가 느끼는 당혹스러움과 비슷한 감정) 그런데 이번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책을 읽으면서 일본도 우리나라 정서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애기들한테 한국 작가 동화책을 더 가까이하고 많이 읽어주고 싶다. 한국 동화책 작가님들 정말 사랑하고 응원한다. (갑자기요? ㅋㅋㅋ)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양반이 산 시대가 말도 안 되는 시대 아닌가. 특히 이 시절 우리나라로 치면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없는 시대인데, 이 양반 책에는 그런 시대 상에 대한 개인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워낙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 것일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건 소세키 선생도 비슷했네. 그 선생에 그 제자인가? 소름 ㅋㅋㅋ

뭐 작가가 꼭 시대상을 반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식민지였던 나라의 국민으로서 너만의 피해의식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난 그다지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수능 언어영역 때문에 억지로 읽은 게 전부지만 우리나라의 이 시절 작가들의 소설은 주요섭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야기를 써도 분노 비통 같은 게 느껴지지 않나? 난 매일같이 내 조국 대한민국을 지독히도 증오하며 살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나 뼛속까지 한국인 맞는 듯.

근데 내가 고작 한 권 읽고 감히 평가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하자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그 시절 우리나라 작가들보다 잘 썼단 생각도 별로 안 든다. 난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작가들 소설을 읽으면 너무 우울해져서 일부러 안 읽는 편인데, 차라리 우리나라 소설 읽으면서 우울한 게 낫겠단 생각도 좀 했다.


표제작인 <지옥변> 에선 젊고 예쁜 여자가 쉰 넘은 주인집 늙은이 사랑을 안 받아줬다는 이유만으로 가마 안에서 불타 죽는다. 그런데 그 여자의 아버지는 자기 딸이 고통스럽게 불타 죽는데도 주인한테 한마디 못하고 그리던 지옥도 완성하고 자기 혼자 목매달고 죽는다.

이거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소설 같으면 불타고 있는 자기 딸보고 기함하며 아버지가 바닥에 있는 흙이든 모레든 미친 듯이 뿌리다가 결국 죽어버린 자기 딸을 안고 주저앉아서 통곡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 상식에서는 이게 정상이고 또 대한민국의 정서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며 법치주의의 소중함, 그리고 신분제의 불합리함 같은 걸 생생하게 느꼈다. 저 나쁜 주인은 사람 하나 불태워 죽이고도 잘 먹고 잘 살았음을 암시하는데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세상인가.

우리나라 많은 국민들 작년 12월 사건 이후 그 어떤 법치도 내란 세력에게 작동하지 않는 것을 목격하며 얼마나 무력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위에 뛰쳐나왔는가? 일본인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해 그 어떤 화도 안 나는 것인지, 일본인 하나 데려다가 물어보고 싶다. 일본어는 못하지만.

진짜 개뜬금포 같은 소리지만, 그런 의미에서 조선시대에 나온 <홍길동전> 은 얼마나 위대한 소설인지. 비록 그지같을 때도 많지만, 대한민국 만세!! (지옥변 읽다 홍길동전까지 이어지는 미친 전개 ㅋㅋㅋ)

내가 저 시절에 살았다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한테 "당신 소설 읽고 기분이 너무 나빠!!! "라고 엽서 썼을지도 모름.


중간까지 재미없었지만, 마지막쯤에 나오는 <톱니바퀴>를 읽다가는 울컥해서 좀 울었다.

예전에 한동안 삶의 의지가 전혀 없었던 적이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것처럼 그냥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싶다는 생각. 당신은 해봤나?

<톱니바퀴>는 내가 정말 죽고 싶었던 시절의 마음이 고스란히 쓰여있어 마음이 아팠다. 난 운 좋게 이렇게 극복하고 살고 있는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양반이 끝내 죽어버렸다는 게 슬펐다. 좀 더 살았으면 그래도 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이후로 틈만 나면 빨리 결혼해서 애 낳으라고 들들 볶는 엄마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나를 간파했던 것 같다. 내가 꼭 키워내야만 하는 자식 정도의 큰 계기와 책임이 아니면 주어진 명까지 못 살 정도로 우울한 인간이라는 것을. 신기하게도 난 애를 낳고 어깨도 망가지고 살도 찌고 기미도 많이 생겼는데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엄마 원대로 귀여운 애들 보는 재미로 살맛 난다는 게 뭔지 알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전혀 못 보고 돌아가시다니. 참 사람 인생 뜻대로 되는 거 없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제일 좋았던 <톱니바퀴> 외에도 <밀감> <파>도 괜찮았다. 이 사람이 과연 잘 쓰는 작가는 맞는 것 같지만, 나와 정서가 맞지 않아 다음에 찾아 읽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위대한 <홍길동전> 생각도 하고 우리 엄마가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해준 책이니 읽길 잘했단 생각은 한다. 독서는 역시 너무 이로운 행위이다. 올해도 틈틈이 읽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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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08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홍길동 만세! ㅋㅋㅋㅋㅋㅋ
그나마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작동해서 다행이었지만 오늘 한덕수가 이상한 인물들을 문형배/이미선 후임으로 지명했더라고요?! 다시 스트렛스.........-_-
그나저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책, 시공사 저 시리즈인데도 두껍다고요?! 의외네요.
저는 류노스케 작품 중엔 <귤>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밀감>인 것 같아요.

케이 2025-04-08 14:35   좋아요 0 | URL
홍길동 만세!!!! 그 시절에 체제 전복적인 소설을 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ㅋㅋㅋ
<귤>이 <밀감> 맞아요. 저도 대학시절 <귤> 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는데 여기에는 <밀감>으로 실려 있습니다.
시공사 책인데 종이 질이 좋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제 어깨가 심하게 약한건지 저에겐 무거웠습니다. 흑흑흑. ㅜㅜㅜㅜ
이 책을 한창 읽을 때는 그 세력들이 아무 처분도 받지 않고 있던 때라 더 무력했는데 그래도 천만 다행입니다. 대선까지 그들이 죄값을 치룰 때까지 힘냅시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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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가 있는 잡동사니 방에는 우리 엄마 아빠가 50대 초반에 찍은 사진이 있다. 엄마가 암과는 거리가 멀던 시절, 카메라만 갖다 대면 무표정이었던 우리 엄마가 희미하게 웃고 찍은 사진이어서 책장에 두었다.  

며칠 전 우리 첫째가 화장대 뒤에 서서 그 사진을 보더니
"엄마, 외할머니 보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래서 "그럼~~ 보고 싶지."라고 답했더니
"그렇다고 보러 가면 안 돼. 사진으로만 봐."
라고 나에게 당부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마음이 찡해졌다.
이제 2월이 되면 겨우 48개월이 되는 어린 애인데, 평소에 애들을 과소평가했단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키우면서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모르고 살았으면 더 좋았을 나의 나쁜 면들.
제일 대표적인 건 아마도 내 목소리 크기일 것이다.
난 내가 이렇게 크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인간인 거 애 낳기 전엔 미처 몰랐다.  
또 나는 내가 이렇게 가시 돋친 말을 잘하는 인간인 것도 몰랐다.  
예를 들면 "너 다른 엄마한테 키워달라고 해!! 엄마는 너 같은 애 못 키워." 같은. (반성합니다)

어쩌면 나는 이 아이들은 나를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걸 알기에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닐까.

애를 낳기 전에는 나는 애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김소영 작가를 보니 애를 정말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내 애뿐 아니고 이 세상의 모든 애를 사랑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애를 절대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작가님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애를 정말 사랑하는 김소영 작가님의 다른 책도 다 구해서 읽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찔렸던 건 애들한테 "천천히 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못한 것인데, 오늘 아침만 해도 난 빨리빨리라는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빨리 일어나. 빨리 씹어. 빨리 와, 빨리 신발 신어. 빨리 제발 빨리!!!

근거리 거주 건강한 친정 엄마의 도움이 전혀 없이 애 둘 등하원 다 시키는 나보고 대단하다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우리 어린이집 맞벌이 부부 중 친정엄마 없이 애 키우는 사람 나밖에 없음) 사실 지금 이 바빠 미쳐버리겠는 일상을 버텨주는 건 언제나 날 참아주고 용서해 주는 애들 덕분이란 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잠시나마 했다.

내일 아침 되면 또다시 빨리빨리빨리!!!! 늦었어!!!!라고 소리칠 가능성이 높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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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1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 님 목소리 커요?! 놀라운 정보 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보러 가면 안 돼˝ ㅎㅎㅎㅎ 귀엽고 영특하네요.

케이 2025-01-13 12:55   좋아요 1 | URL
애들이 내 뜻대로 안하면 목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답니다. ㅜㅜ 애들은 너무 느려요. 그게 당연한데도 항상 화가 나요.
 
수줍은 곰과 친구가 된다면
트레이시 코드로이 지음, 사라 마시니 그림, 권미자 옮김 / 키즈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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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한테 읽어주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소년에게 띄운 종이배 편지 보고 뭉클해서 울어버린 사람 저예요.
봄을 기다리며 읽기 좋은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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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대산세계문학총서 189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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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악령>에는 누가 봐도 이반 투르게네프를 모델로 한 소설가가 한 명 나온다. 대문호님께서 그 소설가를 얼마나 철저하고 가차 없이 조롱하는지, 아니 한때 친구였던 사람을 이렇게 써도 돼? 하면서도 너무 웃겨서 깔깔 웃었더랬다.

<연기>를 읽으니 이반 투르게네프도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인데, 도선생님이 <악령>에서 너무 했단 생각이 든다.

러시아의 대문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들은 그냥 모든 글을 잘 쓰는구나... 심지어 남을까는 글까지!!!! 란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에 체호프가 <지루한 이야기>에서 맘에 안 드는 예비 사위한테 새우 냄새가 나게 생겼다고 한 거나, 이번 <연기>에서 투르게네프가 얼굴이 너무 탄력이 없어서 마치 한번 푹 삶은 거 같다고 하는 거나, ㅋㅋㅋㅋ 아니 어쩜 욕 한마디 안 하고 그렇게 남을 잘 욕하는지. 진심 본받고 싶은 능력이다.

<연기>는 서른 살 리트비노프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첫사랑 이리나에게 이끌리지만 결국 모든 것이 연기라고 되뇌며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실상에 대해 동포들끼리 주고받는 대화가 처음에는 좀 지루했는데, 이런 소설의 대화 기록이 자국에선 시대상 파악에 참 소중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투르게네프는 러시아를 너무 사랑해 마지않는 도스토옙스키와 달리 서유럽에 비해 한참 덜떨어진 자국이 못내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흠.... 근데 같은 시기 소설 수준을 보면 내가 보기엔 절대 러시아가 뒤처지지 않는데!) 투르게네프가 유럽을 떠돌아서 그렇다기엔 도선생님도 스위스도 가고 독일도 꽤 갔던 양반이니 그냥 기본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연기>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대학생 리트비노프가 이리나에게 고백하고 당장이라도 물속에 뛰어들고 싶다고 한 장면인데, 책을 집에 두고 와서 쓸 수가 없네. (현재 사무실임)

사랑 이야기지만 남자 여자 마냥 멋지고 예쁘게만 그려지지 않는 점이 좋았다. 특히 이리나라는 캐릭터가 절세 미녀에 제발 나를 이 허황된 세계에서 꺼내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게 한 게 좋았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 여자가 끝내 리트비노프에게 자기의 일생을 던지지는 못할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리트비노프도 잘생긴 편에, 첫사랑에 온 인생을 던지는 어찌 보면 낭만적인 남자이지만, 다른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처럼 마냥 멋지게만 그려지진 않는다.

예전에 <언페이스풀> 이라는 영화에서 젊은 남자랑 바람난 초미녀 겸 유부녀 다이앤 레인과 정부가 붙어먹는(?) 장면에서 서로 웃고 좋아죽는데도 그 어떤 사랑도 느껴지지 않도록 연출한 게 좋았는데 엉뚱하지만 <연기>도 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리트비노프가 이리나의 제안, 즉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꽂아준 직장에서 일하며 평생 내 내연남이나 하라는 제안을 거절했을 땐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기차가 떠나기 전 이리나한테 옆자리 비어있다고 가리킬 때까지도 그는 이리나가 옆자리로 오리라 기대를 했을까?
이리나가 탔다 한들 케이크만 먹던 여자가 '흙빵' 같은 리트비노프에게 만족했을 리 없겠지.
마지막에 과거 약혼녀 타냐가 리트비노프를 용서함을 암시하며 끝나는데, 리트비노프가 다시는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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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0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절구절이 재미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이리나가 탔다 한들 케이크만 먹던 여자가 ‘흙빵‘ 같은 리트비노프에게 만족했을 리 없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님이 글 자주 써주시면 좋겠씁니다~!!

케이 2025-01-06 14:18   좋아요 1 | URL
제 새해 결심이 책 읽고 독후감 한 줄이라도 쓰기랍니다. ㅋㅋㅋ 얼마나 지켜질진 모르지만 일단 스타트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용해서 두서없이 쓴 글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알라디너 잠자냥님께서 좋아해 주시니 너무 보람차네요. ㅋㅋ
저희 둘 다 오늘도 칼퇴 하길 기원하며!

blanca 2025-01-0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우 냄새가 나게 생겼다,에 빵 터졌어요. 어쩜, 체호프가 그런 표현까지 했군요. 한없이 착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케이 2025-01-0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한 표현은 아닌데 대충 그런 표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지루한 이야기>에 웃긴 표현이 엄청 많아요.ㅋㅋㅋ 나중엔 눈물 한방울 또르륵 흐르지만.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문지 스펙트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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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전자책이 아닌 실물 책으로 읽었다. 재밌었지만 읽기 유쾌한 책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일본, 감화원에 버려진 10대 소년들은 시답잖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갖은 폭력을 견디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노역을 제공한다. 그들은 어디서든 경멸의 대상이고 머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배려를 받은 적도 없지만, 묵묵히 모욕을 견디며 그들끼리의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때로 탈출을 시도하는 소년도 있지만 대부분은 흠씬 두들겨 맞고 잡혀오고 만다.
 어느 날 당도한 어떤 마을에서 아이들은 산처럼 쌓인 가축의 사체 처리를 하게 되고, 마을에 몹쓸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비정한 마을 주민들은 전염병이 만연한 마을에 소년들만 남기고 퇴거하고 심지어 자기네 임시 거주지에 소년들이 쳐들어 올까 봐 총을 든 보초까지 새워 아이들을 텅 빈 마을에 완전히 고립시킨다.
 난 고립 이후 감화원 소년들이 파리대왕처럼 동물에 가까운 상태가 될까 봐 긴장했는데 (그런 내용을 글로 읽는 걸 꺼려 하기에) 웬걸 텅 빈 마을은 오히려 그전보다 살기 좋아진다. "나"는 조선인 리와 진정한 우정을 나누며 사냥도 하고 조선인 부락에 숨어있던 탈영 군인도 만나고 또 마을에 남겨진 소녀와 난생처음 사랑의 감정도 느낀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동생이 키우던 개에게 물려 전염병이 옮은 소녀는 비참하게 죽고, 소녀를 간호해 준 탈영병은 돌아온 마을 사람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마을에 돌아온 주민들은 뻔뻔하게도 소년들에게 그동안 벌어진 모든 일에 함구하라고 협박하지만 "나"는 끝까지 반항하다 혼자 숲속으로 도망친다.
 그다음에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죽지 않았을까. 그 소년이 살아남을 방도가 달리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않았기를, 살아남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이 책으로 인해 다소 거창하지만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어떤 면으로는 엄청 우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여준 조선인 부락의 주민들과 탈영 군인은 거대한 일본 사회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거나 죽고 만다. 살아남은 주류는 어떤 사람들인가. 소년들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 안 하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안면몰수하는 이기적인 인간들 아닌가. 죽창에 내장이 튀어나와 죽어야 할 사람은 전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녀를 간호한 탈영 군인이 아니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소년의 목을 조른 의사 같은 놈인데. 그런 인간들은 버젓이 살아남는다.
 일본만 그럴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조조 래빗'에서도 몰래 유대인을 숨겨준 독일인을 광장에 목매달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인류가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광장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이 살고, 무지성으로 나치에 동조한 사람들이 죽어야 마땅한데,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이 점이 참 우울하기도 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쩔 수없이 인류는 용기 없는 다수에 의해 굴러가지만 또 언제나 용감하고 선량한 사람이 아주 적게라도 있다는 것. 모든 사람이 다 나쁘기만 하다면 이 세상은 원시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인간은 절대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것. 등등... 이 책으로 인해 오랜만에 내 앞에 닥친 육아, 직장 생활 외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되어 좋았다.
 나도 어려운 순간에 힘든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이라도 약한 사람 편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같이 소심한 사람이 그러기는 정말 어렵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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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7-02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랜만에 케이 님 리뷰다!
이 책 진짜..... 인간은 악하고 이기적이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위로를 주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종이책 앞으로 또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ㅎㅎㅎㅎ

케이 2024-07-02 14:26   좋아요 1 | URL
누추한 곳에 별것 아닌 리뷰를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에도 썼지만, 마을 사람들의 행태에 치를 떨게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았어요. 역시 책은 종이책이 제일이여요.
독서만큼 고차원적이고 경제적인(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도 있으니) 활동도 없는 것 같아요.
책은 정말 완전무결한 무언가입니다. 돈도 안 들어 배터리도 필요 없어 얻는 것 많고 심지어 변하지도 않습니다.
게으른 저는 요즘 많이 못 읽고 있어요. 쓰는 건 더더욱 못하고요. 매일같이 꾸준한 잠자냥님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궂은 날씨 안전 퇴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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