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혈기에, 정의감이 충만하던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내용의 책은 뒤도 안돌아보고 내팽개쳤을 것이구만
지금의 나는 아주 우습게도 이딴 생각을 하고 있다.
'40대의 나이에 2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저 소설 속의 아줌마들은 도대체 얼마나 막강한 미모, 혹은 아우라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거참 은근히 부럽구만'
실제로 소설에서는 그네들이 예쁘다고도, 매력있다고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소설이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저 상황을 내 주변상황으로 치환해 본다면 아주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아니 매우 판타스틱하고 아름다운 일이 될라나? 금전관계로 얽힌 원조교제가 아닌, 20년의 나이차를 넘어선 순수한 사랑이라!
작가는 그저 '외로운 인간끼리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인데 이 속물적인 아줌마의 눈에는 20년 나이차이만이 눈에 띄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싯적의 나라면 '이따위 불륜드라마~' 이러고 취급도 안해 주었을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는 명제 하에 상대주의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불륜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이 이야기를 읽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주인공에게만 몰입하지 못하는 산만한 나는 이런 생각은 한다.
그래, 토오루와 시후미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라고 말하며
비밀스런 둘만의 삶을 설계할 때
시후미의 남편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혹시 그도 어디선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삶'을 따로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걱정해 줄 필요 따위는 없는 것일까?
사람이 누군가가 옆에 있어 외롭지 않은 순간은
정말 '순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이 지나면
누군가가 옆에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이 그냥 여전히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