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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ㅣ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후배가 에디슨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영화인들이 에디슨이 뭔 영화만 찍었다 하면 돈을 받으러 쫓아다니는 통에 그를 피해 캘리포니아로 도망가서 지금의 헐리우드가 생긴 거라는(아마 무슨 특허와 관련된 돈이 아니었을까).
그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언급을 보면 충분히 에디슨은 그럴만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며 전기에 대해 몰랐던 것, 인류의 지식이 발달한 과정 등등에 대해 새로 알게 되어 지적 희열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보다도 내가 이름만 알고 있던 과학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어 너무도 재미나다. 우리가 삼삼오오 모여 연예인들 평을 할 때 누구는 무슨 연기가 뛰어나고, 누구는 무슨 영화에서 내면연기가 어쩌고 이런 얘기보다는 그들의 사생활에 더 귀가 솔깃하듯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맘에 드는 과학자의 이름엔 똥글뱅이를, 영 아니다 싶은 자에게는 가새표를 쳐가며 읽었다. 모스? 이 자가 그런 사람이었어? 엑스! 알고 보니 모스의 발명은 조지프 헨리라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었군. 그런데 이 조지프 헨리라는 사람 참 맘에 드는걸? 시골에서 아이들 재밌게 가르치며 평화로운 삶을 산 이 점잖은 사람은, 자기 아이디어를 가져간 모스에 대해 가타부타 말없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인생을 산다면......나는 더 열심히 특허를 취득할 것 같다"는 우회적인 말만을 남겼다. 사람이 참 괜찮지 않은가?
에디슨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 위인전에 나오는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계란을 품어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려고 했다, 뭐 이정도인데 이 책을 읽으니 이 일화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짓을 하기에 성인이 된 에디슨은 너무 인정머리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프게 읽은 얘기는 튜링의 일화이다. 애플 컴퓨터의 한입 깨문 사과에 그런 비극적 스토리가 숨어 있다니...... 예나 지금이나 어떤 분야에서나 자기 분에 넘치게 지나친 찬사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고 천재적인 머리와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슬프고 외로운 인생을 보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튜링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밤하늘을 보면서 느끼고 경험한 그 아름다운 세계를, 이해관계와 탐욕과 권력욕에 눈이 어두웠던 세속적인 과학자들은 평생 알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불행하다고만 생각하는 건 그가 본 것을 우리는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 책이 괜찮은 것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줄 건 다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꽤 많이 새로 깨닫게 되었고, 전기란 것이 다만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외에 이 우주 곳곳에서(인체에서도) 여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문적인 내용이야 부족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는 아주 좋은 책인 듯 하다. 사실 나는 전문적인 내용을 별 알고 싶지도 않으므로 이 책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곳곳에 좀 신경거슬리는 묘사가 있었으나 어찌 100% 만족하랴. 저자의 유머도 그런 부분만 제외한다면 꽤 괜찮았다.